대한민국에는 약 1만5000그루의 보호수가 있습니다.

마을에 오래 살아 마을 사람들의 삶과 함께 한 나무입니다. 느티나무, 은행나무, 소나무 등 여러 수종의 나무입니다. 이 나무에는 각자 스토리가 있습니다.

나무와 관련된 역사와 인물, 전설과 문화가 있습니다. 이게 바로 문화콘텐츠입니다.

나무라는 자연유산을 문화유산으로 승화시킨 예입니다.

뉴스퀘스트는 경상북도와 협의하여 경상북도의 보호수 중 대표적인 300그루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연재합니다. 5월 3일부터 매주 5회 연재를 시작합니다. 많은 구독 부탁드립니다.

<편집자주>

울진 하원리 불영사 은행나무는 천년고찰 불영사를 처음 지은 의상대사가 심은 나무라는 전설을 품고 살아온 나무다.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뉴스퀘스트=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울진 천축산(天竺山) 불영사(佛影寺)는 절집 이름을 딴 불영계곡 안쪽에 고즈넉이 자리 잡은 천년고찰이다.

15km에 이르는 불영계곡은 명승 제6호로 지정된 곳으로, 창옥벽, 명경대, 의상대, 광대코 바위, 주절이 바위, 산태극 등 천혜의 절경을 이룬 곳이 서른 곳이 넘는다.

백리향 꼬리진달래 등 5백 종류가 넘는 자생 식물이 살아있는 식물 생태의 보고이기도 하다.

불영사는 신라 진덕왕 5년인 651년에 의상대사(625~702)가 처음 지었다. 그때 의상대사는 서역의 천축산을 옮겨온 듯한 이곳 계속의 산봉우리를 보고, 절을 짓기로 했다.

그리고는 계곡의 한 폭포에 도사리고 있는 독룡(毒龍)을 설득하여 이 계곡에서 물러나라고 했지만, 용은 따르지 않았고, 의상은 법력의 힘으로 용을 쫓아냈다고 한다.

의상에 의해 쫓겨나게 된 용이 도망한 자리에는 연못이 크게 남았다.

연못을 메우고 지은 절이 바로 지금의 불영사다.

처음 연못에 비친 부처님 모습의 바위는 불영암(佛影巖), 용이 산을 뚫었다는 자리는 용혈(龍穴), 용이 도사리고 있던 곳을 오룡소(五龍沼)라고 부른다.

지금 불영사 경내의 연못이 바로 의상대사가 부처의 그림자를 처음 보았다는 불영지(佛影池)다.

부처의 그림자를 처음 알현한 의상은 절 이름을 불영사라 하고, 절이 완성된 것을 기념하여 한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고 전한다.

그 나무가 바로 보호수 11-33-4호인 울진 하원리 불영사 은행나무라는 이야기가 절집 사람들 사이에서 전한다.

그러나 의상대사가 심은 나무라면 나무의 나이가 무려 1300살을 넘어야 하는데, 실제 나무의 나이는 630년쯤으로 추정된다.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울진 하원리 불영사 은행나무는 의상대사 때부터는 아니라 해도 지난 600년 동안 불영사의 역사를 지켜온 나무다.

오랜 세월을 살았지만, 여전히 많은 열매가 맺는 왕성한 생명력을 보여준다.

불영사 비구니 스님들은 이 은행나무에서 맺히는 열매를 주워서 독이 있는 껍질 부분을 제거하고, 잘 말린 뒤 은행 열매를 정성껏 달여서 은행차를 만든다.

이 은행차는 부처님께 올리는 귀한 공양차로도 유명하다.

긴 세월을 사는 동안 은행나무에게도 생명의 위기가 있었다.

가장 최근에 나무가 겪은 위기는 1996년 태풍이 닥쳤을 때 있었다.

그때 은행나무의 굵은 가지가 부러졌는데, 다행히 나무는 생명을 잃지 않았으며, 바로 곁에 있는 담장의 기왓장도 전혀 훼손되지 않았다.

절집 사람들은 모두 부처의 법력으로 살아온 나무가 지닌 공력 덕분이었다고 이야기한다.

이때 부러진 굵은 가지를 잘 갈무리한 뒤에 3년 동안 정성을 다해 삼존불상을 만들어내는 데에 성공했고, 마침내 2002년 5월에는 삼존불 점안식까지 가졌다.

이미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던 이 은행나무는 태풍으로 부러진 상처를 이듬해인 1997년에 외과수술로 메워주고 뿌리 부근을 정비하는 등 극진히 보살폈다.

그 뒤에 나무줄기 아래쪽에서 3개의 새 줄기가 나와 자랐다.

은행나무의 주요 특징 가운데 하나인 맹아지의 발달 현상이다.

불자(佛者) 사이에는 위기를 극복하고 살아남은 이 은행나무가 영험이 있다는 소문이 돌아, 많은 이들이 나무를 향해 제각각의 소원을 빌곤 한다.

<울진 하원리 불영사 은행나무>

·보호수 지정 번호 11-33-4
·보호수 지정 일자 1982. 10. 26.
·나무 종류 은행나무
·나이 600년
·나무 높이 12m
·둘레 3.7m
·소재지 울진군 금강송면 하원리 122
·위도 36.940883, 경도 129.273862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