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는 약 1만5000그루의 보호수가 있습니다.

마을에 오래 살아 마을 사람들의 삶과 함께 한 나무입니다. 느티나무, 은행나무, 소나무 등 여러 수종의 나무입니다. 이 나무에는 각자 스토리가 있습니다.

나무와 관련된 역사와 인물, 전설과 문화가 있습니다. 이게 바로 문화콘텐츠입니다.

나무라는 자연유산을 문화유산으로 승화시킨 예입니다.

뉴스퀘스트는 경상북도와 협의하여 경상북도의 보호수 중 대표적인 300그루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연재합니다. 5월 3일부터 매주 5회 연재를 시작합니다. 많은 구독 부탁드립니다.

<편집자주>

울진 학곡리 왕버들 일곱 그루는 개울에서 넘치는 물을 막기 위해 심은 호안 숲의 나무들이다.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뉴스퀘스트=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농사를 지으며 사는 마을에서는 물을 어떻게 다스리느냐가 가장 중요한 과제다.

마을 논밭 가까이에 강이나 큰 개울이 흐른다면 농사를 위해 매우 좋은 조건이기도 하지만, 홍수가 날 경우라면 애써 지은 농사를 망치게 하는 위험 요인이 되기도 한다.

울진 평해읍 학곡리는 살림집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마을과 그 앞으로 넓게 펼쳐진 논밭 사이로 개울이 흐른다.

큰 개울은 아니지만, 마을 앞 논의 지대가 개울보다 낮은 특별한 지형을 하고 있어서 개울 물을 어떻게 다스리느냐가 큰 문제였다.

결국 마을 사람들은 개울에 둑을 쌓았다.

그러나 흙으로 쌓고 가장자리를 큰 바위를 모아 단단히 메워주어도 큰물의 힘을 이겨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둑은 허물어지기 일쑤였다.

개울가 둑을 가장 튼튼하게 지켜줄 수 있는 건 무엇보다 나무라는 데에 생각이 미친 건 그다음이었다.

나무가 일정한 크기로 자랄 때까지는 쉽지 않지만, 세월이 흐르며 나무가 땅 깊은 곳으로 뿌리를 깊이 내리면 흙 속에서 결착이 일어나면서 그 어떤 둑보다 강인해질 것을 사람들은 알았다.

더구나 여러 그루의 나무를 줄지어 심는다면 나무들은 곁에서 자라는 나무들과 뿌리를 서로 얽어매면서 더 단단해진다는 이점도 있었다.

개울물을 다스릴 생각으로 울진 학곡리 사람들은 나무를 심었다.

이른바 ‘호안(護岸) 숲’이다. 개울가에서 오래도록 잘 자라려면 물을 좋아하는 나무여야 했다.

물 가까이에서 오래도록 큰 나무로 뿌리를 깊이 내리며 자라는 나무는 무엇보다 버드나무 종류였다.

그래서 골라낸 나무가 왕버들이었다.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왕버들은 버드나무 종류 가운데 하나인 수양버들처럼 가지가 하늘거리며 땅으로 처지지 않고 하늘을 향해 우뚝 서서 자라며, 크고 굵게 오랫동안 잘 자라는 웅장한 멋을 지닌 나무다.

정자나무로서도 손색이 없는 나무다.

물론 물가의 습한 자리에서 자라니, 둥치가 잘 썩는다는 단점도 있다. 줄기가 썩어 안쪽이 텅 비는 동공이 생기면 날벌레나 설치류들이 그 구멍으로 들어가게 된다.

줄기 안의 구멍으로 들어간 벌레들은 돌아 나올 출구를 찾지 못하고 죽어서 시체로 쌓이게 된다.

쌓인 시체들에서는 인(燐) 성분이 만들어지는데, 이 성분에는 빛을 내는 특징이 있다.

이 빛은 특히 비가 오거나 습한 날씨에 더욱 반짝이게 되고, 또 물가에 어른거리는 빛은 물의 흐름을 따라 춤추며 날아다니는 듯해서 마치 도깨비가 내는 빛과 같아 보였다.

사람들은 그 불빛을 ‘도깨비불’이라고 불렀다.

이 빛을 내는 왕버들을 도깨비들이 사는 나무라 해서 ‘도깨비버들’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렀다.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사진=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울진 학곡리 왕버들은 개울을 넘쳐 범람하는 물로부터 마을 농사를 지키기 위해 심어 키운 나무들이다.

예전에는 더 많은 나무를 심었지만, 지금 살아남은 나무는 모두 일곱 그루다.

이 일곱 그루의 나무가 보여주는 모습은 모두 제각각이다.

둑에서 개울 쪽으로 나온 줄기가 거의 수평에 가까울 만큼 옆으로 꿈틀거리며 뻗어 나가다가 다시 수직으로 솟구쳐 오른 나무가 있는가 하면,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곧게 솟아오른 줄기를 가진 나무도 있다.

또 줄기 중간이 완전히 부러져 수명을 거의 다한 채 임종을 준비하는 모습을 한 나무도 있다.

이 나무들은 모두 왕버들이다.

떡버들은 왕버들과 마찬가지인 버드나무의 한 종류이지만, 잘 자라봐야 6m 정도밖에 되지 않는 낮은 키의 나무이기에 학곡리 호안숲의 나무와는 다른 종류의 나무다.

400년 가까이 마을 개울의 호안숲으로서 살아온 울진 학곡리 왕버들군은 사람의 생활을 이롭게 하는 소중한 나무다.

<울진 학곡리 왕버들군(群)>

·보호수 지정 번호 13-22-02
·보호수 지정 일자 2013. 4. 29.
·나무 종류 왕버들 7그루
·나이 350년
·나무 높이 18m
·둘레 3.6m
·소재지 울진군 평해읍 학곡리 293
·위도 36.712179, 경도 129.445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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