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는 약 1만5000그루의 보호수가 있습니다.

마을에 오래 살아 마을 사람들의 삶과 함께 한 나무입니다. 느티나무, 은행나무, 소나무 등 여러 수종의 나무입니다. 이 나무에는 각자 스토리가 있습니다.

나무와 관련된 역사와 인물, 전설과 문화가 있습니다. 이게 바로 문화콘텐츠입니다.

나무라는 자연유산을 문화유산으로 승화시킨 예입니다.

뉴스퀘스트는 경상북도와 협의하여 경상북도의 보호수 중 대표적인 300그루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연재합니다. 5월 3일부터 매주 5회 연재를 시작합니다. 많은 구독 부탁드립니다.

<편집자주>

【뉴스퀘스트=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울릉도는 후박나무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최근에는 개체 수가 많이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울릉도 곳곳에서 적지 않은 후박나무가 잘 자라고 있다.

우리나라의 토종 나무인 후박나무는 오래전부터 다양한 쓰임새를 가지고 활용된 나무다.

울릉도와 우리나라 남부지방의 바닷가와 섬에 주로 서식하는 후박나무는 추위에는 약하지만 토양을 가리지 않고 잘 자라며, 느티나무나 팽나무 못지않게 가지를 넓게 펴기 때문에 정자나무로 많이 이용된다.

뿐만 아니라 나무의 전체적인 생김새가 워낙 훌륭해 바닷가 마을의 당산나무인 경우도 적지 않다.

울릉도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후박나무를 위장병이나 천식을 치료하는 한약재로 써 왔으며, 특별히 후박나무 줄기 껍질을 넣고 엿을 고아내기도 했다.

후박나무 줄기의 특이한 향을 가진 이 엿을 ‘후박엿’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언제부터인지 후박나무 개체 수가 줄어들고, 줄어든 후박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후박나무 껍질 대신 호박을 이용해 엿을 고아냈다.

이제는 울릉도에도 ‘후박엿’ 대신에 ‘호박엿’이 명물로 자리 잡았다.

나무의 생명에 치명적인 줄기 껍질을 벗겨내는 일을 더 이상 하지 않게 된 건 울릉도 후박나무를 위해서는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평지가 그리 많지 않은 울릉도에서 후박나무가 자라는 지역은 대부분 경사가 급한 밭 부근이지만 때로는 마을 어귀에 심고 당산나무로 삼은 경우도 있다.

보호수 11-75호인 울릉 남양리 후박나무는 마을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주며 당산나무로 살아가는 대표적인 나무다.

후박나무가 울릉도에서 오래전부터 자생한 대표 수종임을 증거라도 하듯이 울릉 남양리 후박나무는 550년이라는 긴 세월을 살아온 노거수다.

우리나라의 모든 후박나무를 통틀어도 가장 오래된 후박나무다.

후박나무 가운데에 오래된 노거수여서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진도 관매도 후박나무(제212호), 남해 창선도 왕후박나무(제299호), 통영 우도 생달나무와 후박나무(제344호), 통영 추도 후박나무(제345호), 장흥 삼산리 후박나무(제481호)가 모두 500년 정도 된 나무이니, 울릉 남양리 후박나무는 이들보다 더 나이가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나무 높이는 19m이고, 가슴높이 둘레는 5m를 넘는 울릉 남양리 후박나무는 통구미 옹기종기 살림집들이 모여있는 마을 중심부, 남양3리 경로당 곁의 갈림길에 서 있다.

후박나무 그늘에는 마을 수호신을 모시는 당집을 놓았고, 그 곁에는 마을 사람들이 편히 쉴 수 있는 정자도 함께 세웠다.

통구미마을의 동제당인 당집 안에는 제단 위에 ‘본부산령지위(本府山靈之位)’라고 적힌 신위를 모셨다.

예전에는 정월 대보름에 제를 올렸으나 지금은 날짜를 바꾸어 삼월삼짇날에 동제를 지낸다.

동제에서 마을 사람들은 어촌 마을에 꼭 필요한 어부들의 안전과 풍어, 마을의 평안을 기원하는 동제를 올린다.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이므로 동네 주민들이 모두 신성시하여 철저히 보호하고 있다.

서면 소재지인 이 마을은 울릉도에서 겨울 기온이 가장 따뜻한 남쪽 마을이어서, 남양리(南陽里)라는 이름이 붙은 마을이다.

예전에는 비파산을 사이에 두고 골짜기와 시내가 많은 곳이라 골계, 곡계, 곡포라고 부르기도 했다.

울릉 남양리 후박나무가 서 있는 곳은 천연기념물 제48호인 울릉 통구미 향나무 자생지 뒤쪽에 형성된 마을로, 높이 솟은 산들 사이로 이뤄진 골짜기가 통처럼 깊고 좁아서 통구미라고 부르는 마을이다.

또 거북처럼 생긴 바위가 마을 안쪽으로 기어들어가는 통처럼 생긴 마을이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울릉 남양리 후박나무>

·보호수 지정 번호 11-75
·보호수 지정 일자 1982. 10. 26.
·나무 종류 후박나무
·나이 550년
·나무 높이 19m
·둘레 5.2m
·소재지 울릉군 서면 남양리 184-2
·위도 37.463213, 경도 130.856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