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 기업의 성장 속도는 사람의 그것보다 훨씬 빠르다. 비교 자체가 아예 되지 않는다고 해도 좋다. 심지어 빛의 속도로 성장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케이스도 엄청나게 많다. 중국에서는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알리바바나 징둥(京東) 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주당 많기로는 한국에 못지않은 중국의 현실에서 알리바바나 징둥 같은 기적을 창조하는 주류 유통 전문 플랫폼이 존재하는 것은 절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지난 2007년 설립된 주류 신소매 업체인 ‘1919’를 대표적으로 꼽을 수도 있다. 단연 독보적인 성장의 기적을 일군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베이징 둥청(東城)구 첸먼(前門)에 소재한 ‘1919’의 한 물류 창고. 온갖 종류의 주류를 다 갖추고 있다./제공=징지르바오(經濟日報).

매출액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창립 첫해에는 고작 200만 위안(元. 3억8400만 원)에 불과했으나 2021년에는 200억 위안 전후를 기록, 1만 배 이상이나 성장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주류 전문 유통 플랫폼으로서는 단연 압도적 1위의 실적을 올렸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도 당분간은 비견될 만한 라이벌이 등장할 것 같지 않다.

쓰촨(四川)성 청두(城都)에 본사를 둔 ‘1919’가 업계 부동의 1위 자리를 굳건하게 굳히고 있는 데에는 다 나름의 까닭들이 존재한다. 우선 중국 최대 빅테크(거대 기술기업) 중 하나인 알리바바의 생태계에 합류한 사실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이는 ‘1919’가 2018년 알리바바로부터 20억 위안 규모의 시리즈C 전략 투자를 유치하면서 가능할 수 있었다. 한마디로 독립 경영을 주창하기보다는 큰 거목의 그늘 밑으로 들어가 성장하고자 하는 전략이 확실하게 먹혔다고 할 수 있다.

4차 산업 혁명 시대의 유행이라고 해도 좋을 온-오프라인 결합 경영을 확고하게 한 것 역시 신의 한 수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중국 내 최대 주류 및 관련 소비재 판매 채널인 ‘리테일+숍 배송’ 네트워크를 구축한 사실도 거론해야 한다.

온라인의 '1919 콰이허(快喝)' 앱과 600개 도시 내 2500여 개 오프라인 매장을 연결, 소비자에게 ‘19분 주류 신속 배달’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 크게 어필했다는 말이 된다.

소비자들에게 양질의 주류 구매를 보장한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곤란하다. 이는 우선 유통 단계에서 중간상을 대폭 없앤 후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판매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그 다음에는 술병마다 ‘신분증’과 ‘위조 방지 바코드’를 발급해 품질을 철저하게 보장하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높지 않다면 이상하다고 해야 한다.

상하이의 ‘1919’의 한 ‘이웃집 창고’ 가맹점. 재고로 인한 골머리를앓을 필요가 없다./제공=징지르바오.

그러나 ‘1919’의 가장 결정적인 성공 비결은 역시 ‘이웃집 창고’의 개념으로 매장을 운영한 전략이 아닌가 싶다. ‘이웃집 창고’라는 개념은 별로 복잡하지 않다. 말 그대로 매장들이 소비자에게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더불어 ‘창고’처럼 많은 주류 상품도 보유하고 있어야 하다. 그런 다음 온-오프라인으로 들어오는 모든 주문을 소화하면 된다.

‘1919’는 이런 전략 하에 2016년 8월부터 술과 담배를 판매하던 기존의 전통 소매점들을 자사의 가맹점으로 인수, 개조하기 시작했다. 주류 공급 체인의 중간 단계 역시 대폭 축소했다.

이후 이들 ‘이웃집 창고’들은 ‘1919’의 강력한 공급망에 의해 품목 다양화 및 매출 증가라는 기적을 써내려갔다. 2022년 6월 기준으로 1100여 개 전후의 ‘이웃집 창고’가 운영 중에 있으나 수년 내에 2000여 개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향후 전망도 밝다. 현재 분위기로 볼 때 충분히 그럴 만도 하다. 우선 매장 경영 방식이 자율적이기 때문에 가맹 업주들이 영업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 매출과 영업 이익이 극대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해야 한다.

‘이웃집 창고’ 가맹점에는 재고 압박도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 ‘이웃집 창고’ 가맹 점주들은 실시간으로 판매 재고를 파악, 필요할 때마다 전용 주문 앱으로 본사에 상품을 요청하게 돼 있다. 이때 본사는 50병 이하의 소규모 주문이라도 요청 즉시 상품을 보내줘야 한다.

‘이웃집 창고’ 가맹점들은 ‘1919’가 확보한 명주(名酒) 할당량과 가격경쟁 우위를 함께 향유하는 것도 가능하다. ‘1919’는 현재 수년 전부터 업계 1위의 공룡답게 다수의 주류 제조 회사와 맺은 긴밀한 제휴를 바탕으로 대륙 전역에 10만여 개가 넘는 주류 상품을 유통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국 명주의 주요 판매 채널로 인정받고 있을 뿐 아니라 충분한 명주 할당량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웃집 창고’는 바로 이런 ‘1919’의 명주 할당량과 가격경쟁 우위를 함께 누릴 수 있는 것이다. 당연히 다른 주류 소매점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매출을 올릴 수밖에 없다.

‘이웃집 창고’ 가맹 점주들은 누적된 온-오프라인 거래 데이터로 신용대출 서비스를 받는 것도 가능하다. 이 경우 점포 운영 중에 직면하지 말라는 법이 없는 자금난 등에 비교적 빠른 대처를 할 수 있다.

지난 15년여 년 동안 1만 배 이상의 성장을 이룩했다는 것은 분명 기적을 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1919’는 이 정도에 만족하지 않고 있다. 향후 더욱 본격적 경영으로 점포를 대폭 늘려 나갈 예정으로 있다. 가맹점 포함한 점포가 5000여 개, 최소한의 매출액이 1000억 위안은 돼야 그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이른바 대마불사가 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 아닌가 보인다.

이에 대해 베이징 차오양(朝陽)구 왕징(望京)에서 ‘1919’ 가맹점을 운영하고 있는 야오광쉬(姚光旭) 씨는 “‘1919’는 주류업계의 신소매 혁명을 선도했기 때문에 지금의 성공을 만끽할 수 있었다. 여기에 소비자를 최우선으로 고려한 직공급 전략 역시 주효했다. 온-오프라인의 구분을 허문 것도 높이 평가돼야 한다.”면서 ‘1919’가 향후 더욱 혁신적인 업체로 거듭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업계에서는 ‘1919’가 수년 내에 중국 내의 상하이(上海)나 광둥(廣東)성 선전(深圳) 증시 상장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낙관론자들은 홍콩 증시로 달려갈지 모른다는 장밋빛 전망도 하고 있다. 이 경우 ‘1919’의 몸값은 최소 500억 위안 전후에 이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유니콘을 넘어 바로 데카콘으로 달려갈 것이라는 얘기가 될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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