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경고·여론 눈총... ‘대출 문턱 낮추기’ 이어질 전망
금리 하단은 오히려 올라

지난 23일 오후 서울의 한 시중은행 앞에 붙은 대출 상품 홍보 현수막. [사진=연합뉴스]
지난 23일 오후 서울의 한 시중은행 앞에 붙은 대출 상품 홍보 현수막.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남지연 기자】 정부가 은행의 ‘이자 장사’에 경고성 메시지를 내놓은 가운데 은행권이 금리를 낮추고 예대금리차 축소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1주일 전만 해도 7%를 웃돌던 주요 시중은행들의 대출금리 상단이 0.6%p 이상 떨어져 6%대로 내려왔다.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윤석열 대통령,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공개적으로 은행의 예대금리차 축소의 필요성을 지적한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대출금리 하단은 오히려 오른 만큼 체감 금리가 낮아졌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형) 금리는 지난 24일 기준 연 4.750∼6.515% 수준이다.

지난 17일(4.330∼7.140%)과 비교하면 상단이 0.625%p 하락한 셈이다.

한편, 우대금리가 적용된 금리 하단은 0.420%p 올랐다.

신규 코픽스가 연동된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현재 연 3.690∼5.781%다.

1주일 전(3.690∼5.681%)보다 상단만 0.100%p 높아졌다.

신용대출의 경우 3.871∼5.860%의 금리(1등급·1년)가 적용된다.

17일(3.771∼5.510%)에 비해 하단이 0.100%p, 상단이 0.350%p 상승했다.

고정금리 중에서 우대금리를 받지 못한 상단만 하락했을 뿐, 나머지 주담대 변동금리 상단, 신용대출 상·하단은 오르면서 실수요자들의 체감 금리는 오히려 높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질적으로 금리 상단을 그대로 적용받는 대출자보다 통장·카드 사용 여부 등과 연계된 우대금리 혜택을 통해 하단에 가까운 금리로 대출받는 경우가 훨씬 더 많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은행업계. [사진=연합뉴스]
은행업계. [사진=연합뉴스]

◇ ‘대출 문턱 낮추기’ 이어질 전망

최근 은행들은 대출금리를 인하하기 위해 속속히 나서는 분위기다.

특히 우리은행은 지난 24일 주택담보대출 최고 금리를 6%대로 내렸다.

우리은행 주담대 고정(혼합형)금리는 연 5.48~7.16%에서 연 5.47~6.26%로 조정돼 하루 사이 금리 상단이 0.9%p 낮아졌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번 금리 조정에 대해 "금리 인상기 실수요자들의 이자 부담을 줄이고 대출 수요를 늘리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NH농협은행은 24일부터 전세자금대출에 적용한 우대금리를 0.1%p 확대했다.

우대금리를 올리면 대출금리가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케이뱅크는 지난 21일부터 전세대출 금리를 최대 0.41%p 낮췄다.

예대금리차 확대에 대한 금융당국의 지적과 여론의 눈총 등을 고려할 때 당분간 은행권에서는 금리 인하, 만기 연장 등 '대출 문턱 낮추기' 노력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제도적인 부담이 강해지는 것도 한몫한다.

금융당국은 은행권 예대금리차 비교공시를 3분기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공시 주기도 기존 3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됐다.

한편, 이 같은 전망에 은행권의 순이자마진(NIM)이 줄어들어 금리 인상기임에도 불구하고 고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금감원장이 은행들의 과도한 이익 추구를 비판하고 대출금리 산정 때 취약층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며 "향후 대출 가산금리 인하가 예상되며 이에 따라 하반기에는 NIM 상승세도 둔화될 여지가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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