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 중국 최대의 빅테크(거대 기술 기업)들 중 하나인 알리바바는 ‘마이더스의 손’으로 유명하다. 돈 냄새가 나는 유망한 기업이 보였다 하면 행여 늦을세라 그 어느 곳보다 빠르고도 적극적인 투자를 결행하면서 이른바 대박을 터뜨린다.

지난 2018년 4월에도 그랬다. 중국의 소매업체들이 3선 이하 도시와 향진(鄕鎭. 군과 면에 해당) 시장에 양질의 상품을 제공하도록 돕는 거래 및 서비스 플랫폼인 후이퉁다(匯通達)에 무려 45억 위안(元. 8730억 원)을 투자, 진짜 잭팟을 터뜨렸다.

‘농촌 타오바오’로 불리는 후이퉁다의 물류 트럭. 7억 명의 고객이생활하는 전 대륙 29개 성시를 누비고 있다./제공=징지르바오(經濟日報).

하기야 그럴 수밖에 없다. 중국 전역에 3선 이하 도시와 향진들이 각각 200여개, 4만5000여 개에 이르니까 말이다. 더구나 이 지역에 중국 전체 인구의 70% 정도가 거주하고도 있다. 후이퉁다가 10억여 명의 시장을 상대로 사업을 하고 있는데 잭팟을 터뜨리지 못한다면 이상하다고 해야 한다. 알리바바가 투자 첫해부터 상당한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산되는 것은 이로 보면 하나 이상할 것이 없다.

알리바바의 주력 자회사로 유명한 오픈마켓인 타오바오(淘寶)에 비견돼 ‘농촌 타오바오’로 불리는 후이퉁다는 지난 2010년 장쑤(江蘇)성 난징(南京)에서 우싱(五星)홀딩스에 의해 출범했다. 워낙 방대한 시장을 대상으로 사업을 시작한 탓에 현재 규모는 엄청나다.

우선 주력 회원 가게인 이른바 푸치뎬(夫妻店. 부부가 운영하는 점포)을 비롯한 회원점이 무려 16만여 개에 이른다. 이들 점포들은 전국 29개 성시에 골고루 분포돼 있기도 하다. 경영 품목 역시 혀를 내두를 정도라고 할 수 있다. 가전에서부터 농자재, 농기구, 전동차, 술 등 이루 헤아릴 수가 없다. 없는 제품을 찾는 것이 훨씬 더 빠르다.

이뿐만이 아니다. 후이퉁다는 자체 인큐베이팅으로 지금까지 300여 개의 지역 농업 브랜드를 육성해내는 기염을 토하고도 있다. 빈곤한 농촌 지원을 위한 250여 개의 제품과 농산품 재배 시범 기지인 30여 개 가까운 타오샹뎬(淘鄕甛)을 탄생시킨 행보도 거론해야 할 것 같다. 이로 인해 혜택을 입는 농민들은 전국 100여 개 도시와 향진에서 무려 수천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는 상하이(上海)의 유통 전문가 취다오싱(曲道行) 씨가 “후이퉁다오가 괜히 ‘농촌 타오바오’라는 말을 듣는 것이 아니다. 대주주인 알리바바가 경영에 참여하는 것도 이유이기는 하나 워낙 방대한 사업 규모도 크게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농촌 경제가 더 발전할 경우 전체 후이퉁다의 규모가 타오바오보다 더 커지지 말라는 법도 없다”고 말하는 것만 들어봐도 잘 알게 되지 않을까 싶다.

취 씨의 분석이 정곡을 찌른 것이라는 사실은 후이퉁다의 매출을 살펴봐도 바로 알 수 있다. 2021년에 700억 위안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조만간 1000억 위안 돌파 기록은 별로 어렵지 않게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후이퉁다가 알리바바를 흡족하게 할 만큼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하게 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역시 가장 먼저 거론해야 하는 것은 광대한 시장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아무리 3선 이하 도시와 향진의 경제력이 대도시에 못 미친다고 해도 10억 명 인구의 시장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말도 된다.

인터넷과 빅데이터 기반의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금융, 물류의 생태계를 활용한 것 역시 성공 요인으로 거론해야 한다. 후이퉁다와 자매회사라고 할 모그룹 산하의 또 다른 업체 완전퉁(萬鎭通)과의 시너지 효과도 간과할 수 없다.

2020년 기준으로 전국에 500여 개의 완전퉁이 후이퉁다와의 전략적 제휴 및 상호 협력을 통해 활발한 영업을 하고 있다. 아직 매출액은 50억 위안이 채 되지 않으나 폭발적 성장이 기대되고 있다. 이 경우 후이퉁다의 욱일승천은 향후 더욱 기염을 토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알리바바의 운명적 라이벌인 징둥(京東)을 비롯한 인터넷 공룡들이 속속 농촌 진출을 통해 영토 확장 대전을 벌이면서 시장의 파이를 키운 것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여기에 농촌의 모바일 결제 이용자의 급증, 시간이 갈수록 촘촘하게 구축되는 농촌 택배 영업망의 확대까지 더할 경우 후이퉁다의 미래는 완전히 장밋빛이라고 단언 해도 좋다.

지난 2월 18일 홍콩 증시 상장에 성공한 후이퉁다의 임직원들이 축하 사진을 찍고 있다./제공=징지르바오.

후이퉁다는 지난 2월 18일 별로 어렵지 않게 홍콩 증시 상장에 성공했다. 당시 시가총액은 240억 위안이었다. 그러나 5개월이 지난 7월 초는 326억 위안에 이르고 있다. 분위기로 볼 때 앞으로는 더욱 기업 가치가 커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업계에서도 5년 내에 1000억 위안 고지를 점령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연히 우려되는 어려운 장애물이 등장할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가장 결정적인 것은 아무래도 시장이 엄청나게 큼에도 불구하고 이윤이 적다는 사실이 아닐까 싶다. 더구나 이는 당분간 획기적으로 개선될 부분이 아니라 후이퉁다의 고민이 적지 않다.

인터넷과 교통 및 물류의 발전이 아직 100% 만족스러운 상황이 아니라는 현실 역시 거론해야 한다. 베이징의 정보통신기술(ICT) 평론가 저우잉(周穎) 씨가 “과거에 비해 4차 산업의 인프라가 엄청나게 좋아진 것은 사실이라고 해야 한다. 하지만 가야 할 길이 여전히 멀지 않을까 싶다. 인터넷 사각지대가 없어지는 날이 와야 후이퉁다 같은 업체가 거대 기업이 될 수 있다.”고 안타까워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지 않나 싶다.

여기에 1, 2선 도시 이외의 지방 주민들의 소득이 전국 평균과 차이가 많이 나는 현실 역시 아쉬운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보다 평균 최대 두 배는 더 늘어나야 한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전반적으로 볼 때 후이퉁다의 쾌속 성장에 걸림돌이 될 부정적인 요인들은 점차 해소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3연임을 거의 확정한 시진핑(習近平)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자신의 최대 국정 슬로건인 이른바 ‘공동부유’를 달성하기 위해 앞으로 소외 지역들을 더욱 챙길 가능성이 높은 만큼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후이퉁다가 유니콘에서 데카콘으로 변신에 성공할 시간이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고 해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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