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10일 성희롱 발언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진사퇴했다.[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동호 기자】 송옥렬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10일 자진 사퇴했다. 

송 후보자는 이날 공정거래위원회 인사청문회 준비단을 통해 "큰 공직을 맡아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 확신이 서지 않는다"며 "교직에만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송 후보자의 이번 자진 사퇴로 윤석렬 정부에서 장관급 낙마는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정호영·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등 4명에 이른다.

송 후보자는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지난 4일 새 정부의 초대 공정위원장 후보로 지명됐지만 같은날 송 후보자가 2014년 1학년 학생 100여명과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만취한 채 "넌 외모가 중상, 넌 중하, 넌 상"이라는 식으로 외모 품평을 하고 성희롱 발언을 한 사실이 보도 되면서 물의를 빚었다.

한 여학생에게는 "이효리 어디 갔다 왔느냐"며 "너 없어서 짠(건배) 못했잖아"라고 말했으며 또 다른 여학생에게는 자리에 있던 한 남학생을 가리켜 "너 얘한테 안기고 싶지 않으냐"며 "나는 안기고 싶은데"라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 후보자는 지난 5일 기자 간담회에서 "언론에 보도된 팩트는 대부분 맞다"며  "그것 때문에 제가 자격이 없다거나 문제가 생긴다고 해도 사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이자고 속으로는 생각하고 있고 만약 이 일이 커져서 도저히 이건 아니다 하면, 흔히 말하는 낙마 이런 부분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송 후보자가 이 일과 관련 심적으로 매우 고통스러워 했다”며 “큰 굴곡 없이 살아온 터라 구설에 오르는 것을 버티기 힘들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송 후보자와 친분이 있는 한 정부 관계자는 ”원래 공직을 추구했던 스타일 아니었다. 천상 학자 스타일이어서 최근 논란 등이 부담이 있었을 것이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송 후보자의 자진사퇴와 관련, “지금 상황에 부담을 느꼈을 수 있을 것 같고, 본인의 뜻을 존중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성희롱 논란 이외에 새로운 의혹' 여부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며 “새로운 의혹 있거나 그런 것은 아니고 지금 상황에서 부담을 많이 느끼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송 후보자의 자진사퇴로 공정위의 수장 공백은 더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조성욱 공정위원장의 임기가 오는 9월까지로 이 아직 직무를 수행하고는 있지만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거나 새로운 정책을 힘있게 추진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한편 윤석열 정부의 첫 공정위원장 임명은 전 정부와 비교해 가장 늦어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 당시 첫 공정위 수장이었던 김상조 위원장은 정부 출범(5월 10일) 일주일 만에 지명돼 약 한 달 뒤인 6월 13일 임명됐다.

박근혜 정부 때는 한만수 후보자가 대통령 취임(2월 25일) 17일 만에 지명됐다가 탈세 의혹으로 3월 25일 자진 사퇴했고, 3월 30일 노대래 후보자가 지명돼 4월 21일 취임했다.

이번 정부에서는 지명 자체가 정부 출범(5월 10일) 근 두 달 만인 지난 4일 이뤄졌으나 송 후보자가 사퇴하면서 원점에서 새로운 후보 선정과 검증 작업을 다시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공정위 내부에서는 다소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기자 간담회에서 성희롱 발언에 대해 공식 사과한 만큼 '정면 돌파'를 예상했는데 갑작스럽게 사퇴 발표를 했기 때문이다.

송 후보자는 사법연수원 23기로 윤석열 대통령과 동기며 사법·외무·행정고시에 모두 합격한 '고시 3관왕'으로 상법·회사법 분야 권위자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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