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전문채널 ENA에서 방영중인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사진=ENA 홈페이지]

【뉴스퀘스트=오광수 대중문화 전문기자 】 감동을 부르는 드라마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얼마 전 막을 내린 tvN 토일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를 보면서 오랜만에 가슴 뭉클한 감동을 맛 봤다는 시청자들이 많았다.

애당초 시청률 보증수표이자 믿고 보는 작가로 잘 알려진 노희경 극본인 데다가 김혜자와 고두심, 이병헌 신민아 차승원 한지민 등 호화 배역으로 관심을 모았던 드라마였다.

이 드라마가 여러 가지 화제를 불러오면서 종영했지만 아직도 시청자들에게 회자하는 장면이 있다. 평생 아들 이동석(이병헌)과 불화 속에서 살다가 암에 걸려 죽음을 앞둔 강옥동(김혜자)의 화해 장면이다.

만물상 트럭으로 행상을 하면서 생계를 이어가는 동석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아버지 친구의 첩이 된 어머니 옥동을 용서하지 못한다. 그런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한라산을 보고 싶다고 하자 겨울 등반길에 오른다. 동석은 어머니와 동행하면서 비로소 어머니를 이해하게 된다. 눈 쌓인 한라산에서 두 배우의 연기는 압권이었다.

그러나 두 사람 앞에 기다리는 건 이별뿐이었다. 옥동은 된장찌개가 먹고 싶다는 동석을 위해 아침상을 차려놓고 세상과 작별한다. 동석은 잠든 듯이 숨을 거둔 옥동의 얼굴을 쓰다듬으면서 오열한다. 동석은 갑작스레 남편이 죽고 난 뒤 홀로 남아서 어린 아들을 키워야 했던 어머니의 선택을 비로소 이해했다.

'우리들의 블루스'의 감동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장안의 화제를 불러오는 드라마가 있다. 신생 드라마 전문채널인 ENA에서 방영되는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그것이다.

넷플릭스에도 동시에 서비스 되는 이 드라마는 "기러기, 토마토, 스위스, 인도인. 거꾸로 해도 우영우 똑바로 해도 우영우"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변호사 우영우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다.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뭐든지 한 번 보면 잊어버리지 않는 천재다. 그는 탁월한 암기력과 집중력을 바탕으로 서울대 로스쿨을 수석으로 졸업하고 법무법인 한바다에 취업한다.

유난히 고래에 관심이 많은 우영우는 틈날 때마다 고래 이야기를 하고, 자폐의 영향으로 습관적으로 반향어(상대방의 말을 똑같이 따라하는 것)를 쓴다. 우영우 역을 맡은 탤런트 박은빈은 신들린 연기로 시청자들을 울리고 웃긴다. 매회 에피소드를 달리하면서 변호사 박은빈은 의뢰인들의 사건을 승소로 이끈다.

그 과정에서 박은빈, 아니 우영우 변호사는 어눌하지만, 특유의 순발력과 집중력으로 상대방을 제압한다. 이런 인기를 바탕으로 5%대가 넘는 시청률로 수목드라마 1위를 차지하고, 넷플릭스에서도 한국에서 가장 많이 보는 드라마 시리즈 1위에 올라있다.

이 드라마가 시청자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다이내믹한 법정 드라마라서가 아니다. 평소 피상적으로 알고 있던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해 시청자들이 관심을 환기하고 있다는 데 있다.

오광수 대중문화 전문기자

이 드라마는 우영우를 통해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우리의 이웃이 절대 다르지 않은 사람이라는 걸 증명해 보인다. 행동이나 언어의 장애로 불편해 보일 뿐 자폐 장애를 가진 이들도 정상인과 똑같이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한다는 걸 이 드라마가 펼쳐보인다.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한 감동 드라마들이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그동안 안방극장에서 소위 막장드라마들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잘 만든 드라마들이 소외받아온 것도 사실이다. 어쩌면 코로나 19 이후 세상살이가 갈수록 팍팍해지면서 시청자들이 사람의 향기가 느껴지는 드라마에 박수를 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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