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중국의 부자들은 금세기 초까지만 해도 별로 있는 체를 하지 않았다. 당시까지만 해도 사회주의적인 사회 분위기가 여전히 많이 남아 있었던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그래서 부호들과 시정의 평범한 장삼이사(張三李四)들이 별로 구별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사회 곳곳에 다소 천박하기까지 한 자본주의 물이 한국보다 더 많이 들었다고 해도 좋을 지금은 엄청나게 달라졌다.

머릿속에는 별로 든 것도 없어 보이는 졸부들이 시쳇말로 돈질을 하려는 분위기까지 조성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돈자랑을 의미하는 쉬안푸(炫富)라는 단어가 최근 유행어가 되고 있다면 더 이상 설명은 사족이라고 해야 한다.

이런 현실에서 부자들이 먹는 것에 인색할 까닭이 없다. 중국인들이 잘 먹는 것을 인생의 절대 목표로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상기하면 더욱 그렇다고 할 수 있다. 당연히 이들을 목표로 한 리치 마케팅이 아예 산업으로까지 정착, 덩치를 키워가고 있는 케이스도 적지 않다.

마트 체인이라고 이런 현상을 외면할 까닭이 없다. 심지어 철저한 리치 마케팅 전략이 크게 성공, 유니콘으로 발돋움하려는 업체들도 없지 않다. 대표적인 업체로 궈수하오(果蔬好)를 꼽을 수 있다.

베이징 차오양(朝陽)구 왕징(望京)에 소재한 궈수하오의 한 매장 앞풍경. 리치 마케팅으로 크게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사진/베이징=전순기 통신원]

지난 2011년 베이징의 유기농 신선식품 회사인 워구(沃谷)농업발전유한공사의 자회사로 출범한 궈수하오 마트 체인은 처음부터 아예 리치 마케팅을 기치로 내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정말 그런지는 일단 품질 좋은 유기농 과일(果)과 야채(蔬)를 판다는, 자신감 넘치는 회사의 이름에서부터 잘 알 수 있다.

혹자는 이름이 뭐 그렇게 대단하냐고 할지 모르나 중국이 신뢰를 기본으로 사업을 하는 사회라는 사실을 상기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궈수하오라는 이름을 내걸었는데도 판매하는 제품이 시원찮으면 망하는 것은 순간이라고 해야 한다.

매장을 일별하면 진짜 명불허전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무엇보다 매장 곳곳이 어디라 할 것 없이 엄청나게 깨끗하다. 한국의 잘 나가는 마트 저리 가라 해도 좋다. 포장을 비롯한 제품 상태 등을 봐도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이에 대해서는 하루에 최소 두 번은 집 근처 궈수하오 매장에서 쇼핑을 한다는 하이뎬(海淀)구 중관춘(中關村)의 한 고급 회원제 카페 사장인 저우자화(鄒嘉華) 씨의 말을 들어봐야 할 것 같다.

“우리 카페는 아무나 마구 들어오는 곳이 아니다. 상당한 액수의 연 회비를 내야 이용이 가능하다. 그래도 고객들이 베이징에만 1000여 명 가깝다. 당연히 고객들에게 나가는 음식의 식자재가 고급스러워야 한다. 다행히도 주변에 궈수하오가 있어서 유기농 식자재 구입에 어려움은 없다. 과일과 야채, 고기 등을 다 궈수하오에서 조달하고 있다. 고객들의 평도 아주 좋다. 나도 만족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주변지인들에게 적극적으로 이용을 권유하고 있다.”

궈수하오 마니아로 통하는 저우 씨의 케이스가 특별한 것도 아니다. 웨이신(微信 )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주부들 중심의 커뮤니티가 베이징과 상하이(上海),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시 등에 다수 존재하는 사실을 보면 진짜 그렇다는 사실을 잘 알 수 있다. 입소문이 자연스럽게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해야 한다.

당연히 궈수하오 입장에서는 경제적으로 풍족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사실을 공공연하게 광고도 하는 만큼 매장을 고급스럽게 운영하기 위해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는 사규를 살펴보면 보면 잘 알 수 있다. 우선 직원들을 채용할 때 가능하면 40대 이하, 용모 단정한 일정 학력 이상의 직원들을 뽑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하고 있다.

매장에 배치되기 전에 최소 1개월 동안 고객 대응 매너, 위생 등에 관한 엄청난 스파르타 교육도 시킨다고 한다. 전국 거의 모든 지역의 궈수하오 매장 직원들이 고객들을 대할 때 45도 각도로 인사를 하는 것은 바로 이런 교육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과일이나 야채의 신선함에 신뢰를 심어주기 위해 시식 코너를 마련해 운영하는 것 역시 다른 경쟁 마트 체인에서는 보기 어려운 광경이라고 할 수 있다. 고객들의반응도 폭발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메이(物美) 등의 경쟁사들이 벤치마킹해 곧 따라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은 괜한 게 절대 아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당일 입고한 제품을 절대로 다음날로 이월시키지 않는 원칙 역시 주목해야 할 것 같다. 전국 대부분의 매장에서 돼지와 소고기 같은 상품을 폐기하거나 영업 마감 직전에 대대적 할인 판매를 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이뎬구 중관춘의 궈수하오 매장.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고객들이연일 인산인해를 이룬다.[사진/베이징=전순기 통신원]

VVIP 고객을 따로 엄선해 관리하는 것은 아예 우메이 같은 곳에서는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영업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대체로 10만 위안(元. 1950만 원) 이상의 카드를 보유한 이들이 VVIP 고객들로 많은 돈을 투자하는 만큼 제품 할인, 배달 서비스 등의 혜택을 엄청나게 많이 받는다. 최근에는 이 카드를 가지고 있는 것이 부의 상징으로까지 여겨진다면 더 이상 설명은 필요 없다.

당연히 궈수하오에 대한 좋지 않은 시선이 없지는 않다. 완전히 같은 물건을 우메이 등보다 최대 50% 이상 비싸게 파는 것에 대한 비난을 상기하면 잘 알 수 있다. 실제로도 그렇지 않다고 하기 어렵다. 예컨대 유제품의 가격을 보면 진짜 그렇다는 사실이 확연하게 드러난다. 도무지 가격 차이가 왜 나는지 고객들로서는 이해하기가 어렵다. 원가가 많이 들 수밖에 없는 매장 운영을 핑계로 들더라도 그렇다고 해야 한다.

리치 마케팅을 기치로 내걸다 보니 대도시 이외의 지역에서는 크게 어필하지 못하는 현실 역시 궈수하오가 직면한 문제가 아닌가 보인다. 이는 베이징과 상하이, 항저우시 등 이외의 대도시에 궈수하오 매장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사실이 잘 말해준다.

하지만 그럼에도 궈수하오는 마이웨이를 외치고 있다. 중국의 경제가 앞으로도 속 성장하면서 부유층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는 현실에 기대를 걸고 있다는 말이 된다. 여기에 최근에는 중산층까지 리치 마케팅에 눈을 돌리는 사실을 더할 경우 궈수하오의 전략은 맞는 방향으로 간다고 해야 할 것 같다.

그렇다고 궈수하오가 리치 마케팅에만 죽어라 목을 매는 것은 아니다. 지금보다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나름 노력도 많이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판매 제품의 다양화 전략을 꼽을 수 있다. 매장의 완전 디지털화 계획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 싶다. 엔젤 투자자를 대대적으로 영입하겠다는 최근의 발표 역시 주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궈수하오가 곧 질적으로는 우메이를 완전히 넘어서면서 홍콩 등의 증시에 상장될 것이라는 업계의 전망은 이로 보면 정확한 것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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