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이기기 위해 살리실산의 아스피린 처방하는 것과 같아

【뉴스퀘스트=김형근 과학전문 기자】 전세계에서 해열진통제로 쓰이는 아스피린은 버드나무 껍질에서 추출한 살리실산을 가공한 것으로 정식 화학명은 아세틸살리실산(acetylsalicylic acid)이다.

아스피린이라는 명칭은 1820년대 조팝나무(spirea)과의 버드나무 식물에서 처음으로 살리실산을 얻었기 때문에 아세틸의 머리글자인 '아'에 조팝나무의 '스피리아'를 합쳐 만든 이름이다.

1853년 독일에서 처음으로 제조되어 1899년 바이엘社가 판매하면서 가루 형태로 시판되었으나 1915년부터는 현재의 알약 형태로 판매되기 시작하였다.

따라서 아스피린은 해열진통제의 브랜드이기도 하지만 살리실산을 뜻하는 용어로도 쓰인다.

University of Florida
식물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과학자들은 식물이 곤충, 더위, 그리고 가뭄과 같은 환경 스트레스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아스피린의 주성분인 살리실산을 생산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사진은 스트레스를 받아 망가진 토마토의 모습. [사진=University of Florida]

환경 위험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자구책

캘리포니아 대학 리버사이드 캠퍼스(UCR) 과학자들의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식물이 곤충, 더위, 그리고 가뭄과 같은 환경 스트레스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아스피린의 주성분인 살리실산을 생산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 과정을 더 잘 이해하면 과학자들이 식물이 기후변화에 의해 야기되는 스트레스 증가에 보다 탄력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아라비돕시스(Arabidopsis)라는 모델 식물만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에 그쳤다. 그러나 그들은 이 식물의 세포의 스트레스 반응에 대한 그들의 연구지식이 식품을 위해 재배되는 식량 작물들을 다양한 다른 식물들에 적용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UCR의 식물 유전학자인 진-정 왕(Jin-Zeng Wang) 교수는 "우리는 습득한 지식을 농작물에 적용해 저항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사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이 연구는 더 덥고 햇빛이 더 많은 세상에서 식량 공급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 스트레스는 모든 생물에서 활성산소(ROS: reactive oxygen species)를 형성하게 한다. 예를 들어, 뜨겁고 햇빛이 많은 날에 자외선 차단제를 사용하지 않으면, 인간의 피부는 화상이나 주근깨를 일으킬 수 있는 ROS를 생성한다.

스트레스로 생기는 활성산소(ROS)의 긍정적인 역할

식물에서 높은 수준의 ROS는 치명적일 수 있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낮은 수준에서 ROS가 식물 세포에서 중요한 기능을 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치명적이지 않은 수준에서 ROS는 살리실산과 같은 보호 호르몬의 생성을 가능하게 하는 긴급 조치 역할을 한다. ROS는 양날의 칼”이라고 왕 교수는 설명했다.

연구팀은 모형 식물의 스트레스 반응 연구를 통해 열, 수그러들지 않은 햇빛, 또는 가뭄이 식물 세포에 있는 설탕 제조 기구인 ROS가 박테리아와 말라리아 기생충과 같은 유기체에서도 생산되는 MECPP라고 알려진 초기 경보 분자를 생성하게 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식물 세포에 이 분자가 축적되면 살리실산이 생성되고, 살리실산은 세포에서 일련의 보호 작용을 시작한다.

이 연구의 공동 저자인 UCR의 식물 생물학자인 빌헬미나 반 데 벤(Wilhelmina van de Ven) 교수는 "식물이 환경스트레스로 인한 고통에 진통제를 사용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살리실산은 식물이 기후변화와 함께 더 만연해지는 스트레스를 견딜 수 있도록 돕기 때문에 식물의 생산 능력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은 기후변화가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극복하는데 한 단계 진전된 것”이라고 UCR의 분자 생화학자 카타윤 데쉬(Katayoon Dehesh) 교수가 말했다.

이 연구는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Science Advances)’ 저널 최근호에 발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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