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 중국은 전기자동차 세계 최대 시장이다. 올해 500만 대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전년보다 대략 120% 정도 증가한 수치다.

당연히 글로벌 시장 극강의 1위 업체인 테슬라의 질주가 놀라울 수밖에 없다. 올해도 예년처럼 시장 점유율 20%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략 100만 대 이상을 팔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하다. 적어도 중국 내에서는 비야디(比亞迪. BYD)를 비롯한 토종 전기차 브랜드의 위력이 막강한 현실을 감안하면 대단한 기세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테슬라가 언제까지 독보적인 위치를 점할 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중국 토종 브랜드의 추격세가 대단하기 때문이다.

이 전망이 괜한 게 아니라는 사실은 이른바 진격의 ’전기차 3대장’으로 불리는 리샹(理想)을 비롯 웨이라이(蔚来), 샤오펑(小鹏) 등의 최근 행보를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특히 테슬라 타도를 공공연히 외치는 리샹의 의지를 감안할 경우 더욱 그렇다. 테슬라가 바짝 긴장해야 한다는 말이 된다.

장쑤성 창저우에 소재한 리샹의 제1 공장. 공급망 조건이 뛰어난 탓에 리샹이 처음부터 둥지를 틀게 됐다. [사진 제공=징지르바오(經濟日報)]
장쑤성 창저우에 소재한 리샹의 제1공장. 공급망 조건이 뛰어난 탓에 리샹이 처음부터 둥지를 틀게 됐다. [사진=징지르바오(經濟日報) 제공]

영어 이름이 리오토(Li Auto)인 리샹은 지난 2015년 7월 베이징에서 출범했다. 그러나 일반의 상식과는 달리 처음부터 생산 기지는 베이징에 두지 않았다.

경영진들이 일찌감치 공급망 조건이 뛰어난 장쑤(江蘇)성 창저우(常州)를 생산 기지로 찍은 때문이었다.

물론 지금은 베이징에도 북경현대로부터 인수한 공장이 가동되고 있다.

당연히 출범 당시만 해도 리샹이 지금처럼 대단한 위상을 자랑할지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첫 브랜드인 중대형 SUV 모델인 리샹 원(ONE)의 출시 역시 상당히 늦었다.

2019년 4월에야 겨우 판매를 시작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판매가가 32만8000 위안(6363만원)으로 중국차로는 이례적으로 비싼 수준이었던 이 모델은 일거에 베스트셀러가 됐다.

2022년 6월을 기준으로 총 18만5000대를 판매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단일 차종을 통해 기록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대단한 실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유는 있었다. 무엇보다 한번 충전에 무려 800㎞를 운행할 수 있다는 사실이 소비자들에게 크게 어필했다. 디자인과 인공지능(AI) 기술까지 채택했으며, 성능이 테슬라 못지않다는 점도 관심을 끈 이유가 됐다.

최대 6명까지 타더라도 쾌적하면서도 넓은 차체 공간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고 해야 한다.

이처럼 리샹이 단숨에 다크호스조차 거치지 않은 채 일거에 업계의 기린아로 부상하자 전기차 업계는 난리가 날 수밖에 없었다.

웨이라이, 샤오펑 등과 함께 전기차 3대장으로 불리게 되는 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할 수 있었다. 2020년 7월과 이듬해 8월 각각 미 증시 나스닥과 홍콩 증시에 상장되는 것 역시 마찬가지 아니었나 싶다.

이와 관련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의 주식 전문가 야오쉬핑(姚旭平)씨는 “주식 시장은 기업들의 현재 가치도 중요하나 미래의 가능성을 주로 보는 곳이다. 리샹이 고작 리샹 원 하나만 가지고도 나스닥과 홍콩 증시에 상장된 것은 바로 이 가능성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앞으로 다른 모델들이 출시된다면 리샹의 기업 가치는 폭등할 수 있다. 리샹의 임직원들이 적어도 중국에서만큼은 테슬라를 잡겠다고 공언하는 것은 다 까닭이 있다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리샹의 두 번째 전기차 모델인 리샹 L9. 엄청난 크기를 자랑한다. [사진 제공=징지르바오]
리샹의 두 번째 전기차 모델인 리샹 L9. 엄청난 크기를 자랑한다. [사진=징지르바오 제공]

리샹(41) 의장을 비롯한 리샹의 경영진들은 당연히 이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2022년 6월 말 지능형 플래그십 SUV 모델인 리샹 L9을 야심차게 발표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빠르면 올 연말 출시될 가능성이 높다. 가격은 리샹 원보다 30% 이상 비싼 45만9800위안으로 책정됐다.

리샹이 전작보다 더 큰 돌풍을 일으킬 것이라는 생각으로 야심차게 발표한 만큼 L9의 스펙은 엄청나다. 무엇보다 플래그십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게 차체가 크다.

전장 5200mm를 비롯해 전폭 1998mm, 전고 1800mm, 휠베이스 3,100mm의 크기를 자랑한다. 거의 장갑차와 같은 위용이다.

일부 자동차 마니아들이 리샹 L9이 풀사이즈 SUV의 대명사 캐딜락 에스컬레이드와 비견된다고 혀를 차는 것은 다 이유가 있지 않나 싶다.

이뿐만이 아니다.

리샹 L9은 닌텐도와의 협업을 통해 이 회사의 스위치 게임기를 별도의 도크 없이 즐기게도 해준다. 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기술을 채택했기 때문에 최대 1315km까지 주행이 가능하다.

리샹이 첫 작품을 출시한지 고작 3년 남짓한 기간에 이처럼 기적적인 위상을 확보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하나 둘이 아니다.

우선 전통적인 내연기관 자동차보다는 전기차를 더 선호하는 폭발적인 내수 시장에 힘입은 바가 크다고 봐야 한다. 정부 당국의 적극적인 전기차 산업 진흥 노력 역시 한몫을 했다.

크고 작은 수많은 업체들과의 치열한 경쟁 역시 거론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외에 4차 산업에 특화된 리샹의 뛰어난 기술력, 고졸 출신의 신화를 창조한 창업자 리샹 의장의 뛰어난 리더십도 리샹의 승승장구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2021년 리샹의 매출액은 270억위안에 이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현재 성장 속도를 보면 올해의 경우 400억위안은 가볍게 돌파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판매량 역시 올해에는 20만대에 근접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도 승승장구는 계속된다는 말이 될 수 있을 듯하다.

2022년 6월 말을 기준으로 사내 유보금이 무려 500억위안에 이르는 것은 괜한 게 아니라고 해야 한다.

당연히 미래는 밝을 수밖에 없다. 나스닥과 홍콩 증시의 합계 시가총액이 수 년 내에 100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앞길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많은 어려움이 도사리고 있다고 해야 한다.

가장 먼저 시간이 갈수록 치열해질 내수 시장에서의 경쟁을 꼽을 수 있다. 승리하지 못하면 1000억달러 가치의 기업이 일순간에 물거품으로 사라지지 말라는 법이 없다.

모델이 2가지밖에 되지 않는 사실 역시 리샹으로서는 부담이다. 개선이 가장 시급한 문제로 꼽힌다.

이외에 갈수록 어려워지는 고급 인력 확보, 수출 경쟁력 제고 등 역시 리샹이 해결해야 하는 현안이다.

만약 이들 어려움을 순조롭게 해결할 경우 리샹은 중국판 테슬라가 되겠다는 야심을 가장 먼저 실현시킬 ‘전기차 3대장’의 선두주자로 부상할 것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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