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근의 과기누설(48)

【뉴스퀘스트=김형근 기자】 요람 속 아기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없는 사회. 그곳은 바로 다가올 재앙을 예고하는 사회다. 그 재앙이 우리를 향해 달려오고 있다. 그것도 예상보다 너무나 빠른 속도로 말이다.

28일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총인구는 5174만명으로 정부 수립 이후 처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생인구가 사망인구보다 줄어들었다는 이야기다. 드디어 우려했던 재앙이 시작된 것이다.

인구 감소의 재앙은 출산율 저하와 함께 인구 고령화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노인 인구는 한 해 동안 42만명이 늘어 871만명에 이르렀다. 전체 인구의 16.8%가 노인인 셈이다. 이에 반해 생산연령인구(15∼64살)는 34만4000명 줄었다.

김형근 논설위원 과학평론가 

처음으로 출생인구가 사망인구보다 적어

노인 인구가 증가하면서 노인 부양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늘어나고 있다. 생산연령인구 100명당 고령 인구 비율로 나타내는 ‘노년부양비’는 매년 증가 추세다. 생산연령인구 4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는 셈이다.

미국의 저명한 인구 문제 전문가로 싱크탱크인 뉴 아메리카 재단(New America Foundation)의 선임 연구원인 필립 롱맨(Philip Longman)은 이미 지난 2004년 그의 저서 ‘텅 빈 요람(The Empty Cradle)’을 통해 저출산의 폐해를 지적하면서 이에 대한 대책을 주문했다.

그는 이 책에서 역사학, 인구 통계학, 경제학, 생물학, 여성학, 역학 등의 분야를 아우르면서 오늘날 인류가 당면한 인구 감소 위기에 대해 종합적인 해석을 시도한다.

이 위기는 비단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만이 당면한 문제가 아니다. 중동과 아시아, 심지어 인구 폭발의 아프리카 등 전 세계에서 나타나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저출산 및 고령화 현상의 심각성과 그로 인한 폐해를 설명하고, 지금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향후 50~100년간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시스템의 근간을 뒤흔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과도한 의료비 지출과 고액 연금에 집중된 현재 복지 정책의 한계를 지적하며, 전통적인 좌우 경제학의 경계를 뛰어넘어 사고의 근본적인 전환을 요구한다.

그는 또한 가족생활이 주었던 경제적 이득을 되살리고 첨단 의료 대신 국민들의 기초 체력에 투자할 것을 골자로 하는 진보적인 제안을 제시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 근간을 뒤흔들어

그는 또한 “미래에는 현대적 환경과 불화하는 사람들, 대가족을 경제적 사회적 부담으로 만든 새로운 게임의 법칙을 거부하는 근본주의, 혹은 맹목적 애국주의 신념이 투철한 사람들이 주로 아이들을 낳을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자유주의 사회에 역행하는 근본주의의 출현을 경고한다.

성경과 코란 등 세계의 모든 오래된 종교 경전은 한결같이 아이를 많이 낳으라고 가르친다. 뿐만이 아니다. 파시즘과 인종차별주의의 근본주의적 이데올로기도 마찬가지다.

“인구가 감소하는 세계에서는 오직 이러한 근본주의자만이 득세할 것.”이라고 저자는 우려한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모르몬교 신자가 과반수를 넘는 유타 주의 출산율이 가장 높은 데 반해 최초로 게이의 결혼을 승인한 버몬트의 출산율은 그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필립 롱맨의 저서 '텅 빈 요람'의 표지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출산율 저하가 예상보다 훨씬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번 떨어진 출산율은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인구 통계학의 정설임을 생각하면 이제 이 문제는 우리에게 하나의 재앙으로 다가오고 있다해도 과언은 아니다.

우리나라, 세계지도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나라

어쩌다 찔끔찔끔 나오는 일회성, 그리고 단기적 보상책에 머무르고 있는 우리의 저출산 대책에 획기적인 혁신이 없이는 암울한 미래만이 존재할 뿐이다.

2008년 UN미래회의가 내놓는 UN미래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가장 먼저 지도에서 사라지는 국가다. 당시 한국의 출산율은 1.2명 선이었다.

그러나 올해 2022 1분기 출산율은 0.86명으로 나타났다. 작년도 1분기 합계출산율이 0.88이었으니 이보다 0.02명이 줄어든 셈이다. 7년 연속 OECD 국가 중 출산율 꼴찌를 기록했다.

이 수준이라면 50년 후 우리나라 인구는 5000만 명 현재 기준에서 3000만 명 훨씬 이하로, 200년 후에는 500만으로, 그리고 2800년에는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의 나라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러나 짚고 넘어갈 중요한 것이 있다. 이러한 UN의 계산은 당시의 출산율, 다시 말해서 1.2명 선이 그나마 유지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할 때 그렇다.

그러나 이제 출산율이 1명 수준보다 더 낮은 0.86명이라면 인구 감소가 급격히 저하될 것이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사라지는 시기는 훨씬 앞당겨 일어날 수 있다.

미국인이 쓴 이 ‘텅 빈 요람’은 미국이 아니라 요람의 아기들 울음소리가 사라지고 있는 바로 우리 대한민국의 암울한 미래를 겨냥한 저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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