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전순기 통신원】 소비자들의 브랜드 취향은 정말 각양각색이라고 단언해도 좋다. 이 사실은 지구촌 80억 명 개개인들의 생필품을 포함한 각종 물건 사용 경향에서 진짜 잘 드러난다.

당장 중국만 봐도 능력이 안 되면서도 죽어라 하고 명품만 고집하는 이들이 있는 반면 아무리 돈이 많아도 저가 브랜드도 감지덕지하면서 검소하게 사용하는 사람들 역시 적지 않다.

그러나 평균적으로는 명품에 대한 열망이 훨씬 더 강렬한 것이 사실이라고 해야 한다. 특히 MZ 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총칭)는 더욱 그렇지 않나 싶다.

명품 운동화에 대한 열망을 대표적으로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다. 한정판 제품이 재판매될 때의 가격이 당초 출시가보다 최대 수백 배를 호가한다는 기가 막힌 사실만 봐도 좋다. 리셀 시장이 본격 등장하면서 완전히 산업으로 자리 잡은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고 해야 한다.

상하이(上海)시에 소재한 더우의 본사 전경. 리셀 시장의 선구자로 불린다./제공=원후이바오(文匯報).

기업들이 이 현실을 외면할 까닭이 없다. 운동화를 포함한 각종 제품들의 리셀 시장에 뛰어드는 플랫폼도 하나둘이 아니다. 이들 중 가장 유명한 곳은 역시 MZ 세대들에게는 단연 성지로 손꼽히는 더우(得物)이라고 할 수 있다.

득템이라는 의미를 가지는 중국 최대의 쇼핑 커뮤니티인 더우의 탄생은 2004년 출범한 스포츠 마케팅 업체인 후푸(虎撲)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단언해도 괜찮다. 출범한 지 10년이 됐을 때까지만 해도 크게 존재감이 두드러지지 않았던 후푸는 2015년부터 갑자기 크게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농구를 비롯해 축구, e스포츠 등의 콘텐츠가 폭발적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때부터 중국에서도 운동화 리셀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판매 채널이 적었다. 그렇다 보니 판매가 온라인 플랫폼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이 경우 운동화의 진위 여부를 가리기가 쉽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더구나 중국은 지금도 세계가 인정하는 짝퉁 왕국 아닌가 말이다. 당시에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

불행 중 다행히도 후푸 커뮤니티에는 눈썰미가 뛰어난 운동화 마니아들이 있었다. 이른바 ‘운동화 감별사’들이 맹활약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후푸는 이 현실에 착안, 바로 리셀 전문 플랫폼 ‘두(毒)’를 출시했다. 후푸 경영진이 리셀 전문 플랫폼이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다고 할 수 있었다.

후푸의 배경을 등에 업고 ‘두’는 설립과 동시에 그야말로 고공행진에 나설 수 있었다. 커뮤니티에 대거 회원을 모집할 수 있었던 것이다. 사실 명품 운동화가 짝퉁인지 아닌지 구분하는 절대적인 식별 기준은 없다고 해도 좋다.

그러나 ‘두’의 감정 수준은 차원이 달랐다. 마니아들로부터 신뢰를 얻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MZ 세대 사이에서는 얼마 후부터 자연스럽게 “리셀 운동화를 구입하려면 ‘두’에서 해야 한다.”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렇다고 ‘두’가 단순히 ‘운동화 감별사’들의 눈썰미에만 의존한 것은 아니었다. 구매자들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나름 노력을 엄청나게 기울이기도 했다. 제품에 대한 철저한 검증 후에 배송이라는 쇼핑 시스템을 중국에서 최초로 도입한 곳이 ‘두’라는 플랫폼이었다는 사실이 지금도 회자된다면 더 이상 설명은 필요 없다.

진짜 그런지는 리셀이 어떻게 이뤄졌는지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우선 리셀 제품을 구입하려는 소비자는 ‘두’에서 제품을 주문하게 된다. 그러면 판매자는 ‘두’로 해당 제품을 보낸다. ‘두’의 감별사는 이렇게 받은 제품의 짝퉁 여부를 판별한다. 정품이라는 사실이 확인되면 바로 소비자에게 발송한다. 당연히 감별사에 의해 짝퉁이라는 사실이 확인되는 제품은 판매자에게 즉각 돌아간다.

후푸는 ‘두’가 성공하자 2020년 더욱 덩치를 키우기 위해 작심하고 기업 이름을 더우로 변경하는 행보에 나섰다. 단순히 정보를 주고받는 앱에서 트렌디한 온라인 쇼핑 커뮤니티로 전환하는 모험을 단행했다고 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영업 대상도 운동화에서 머무르지 않고 다양화됐다. 현재는 운동화뿐만 아니라 의류, 시계, 장난감, 각종 디지털 제품, 가전, 화장품 등도 핸들링하고 있다. 최근에는 여기에 자동차까지 추가되기도 했다. 한마디로 다루지 않는 제품군이 없다고 단언해도 좋다.

트렌드를 사랑하는 젊은 층이 주 회원인 더우의 현재 위상은 정말 대단하다. 무엇보다 회원이 1억여 명을 자랑한다. MZ 세대 3명 중 한 명이 회원이라는 말이 된다. 당연히 기업 가치도 대단할 수밖에 없다. 2022년 6월 기준으로 매출액의 최대 5배 가까운 100억 달러에 이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미 유니콘을 가볍게 건너뛰고 데카콘의 위상을 구축했다고 해도 좋다. 이러니 세계 유명 브랜드들이 합작을 위해 더우에 경쟁적으로 달려드는 것은 이상할 것이 없다. 당장 꼽아만 봐도 나이키, 아디다스, 닌텐도(任天堂) 등이 이들 기업에 해당한다. 더우가 기업 랭킹 순위 조사기관인 ‘후룬(胡潤)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2021년 글로벌 유니콘’ 순위에서 중국 내 93위를 기록한 것은 다 까닭이 있지 않나 싶다.

말할 것도 없이 더우는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있다. 앞으로는 더우가 더욱 압도적이면서도 질적으로 우수한 ‘젊은이들의 놀이터’가 되도록 배전의 노력까지 기울이고 있다. 최근 경영 전략으로 선택한 이른바 ‘트렌드 선구자’ 구호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이는 세계 유명 브랜드들이 신규 상품을 내놓을 때 더우에서 독점 출시하도록 하는 전략으로 예상대로 실적이 대단하다. 캘빈 클라인, 카시오, 코치 등 다수의 브랜드들이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엑소 중국인 멤버 장이싱이 홍보하는 더우의 리셀 운동화. 폭발적이라는 말이 과언이 아닐 정도로 팔리고 있다./제공=원후이바오.

이를 위해 더우는 MZ 세대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보유한 연예계 스타들을 메인 모델로도 내세우고 있다. 대충만 꼽아 봐도 엑소의 중국인 멤버인 장이싱(張藝興)을 비롯해 린윈(林允), 한겅(韓庚) 등을 대표적으로 거론할 수 있다.

일부 브랜드와 공동으로 신제품을 출시하는 행보 역시 주목해야 할 것 같다. 휠라 퓨전과 신발 선물 상자를 공동으로 출시한 것을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2021년 세상에 첫 선을 보인 이 제품은 출시 1초 만에 완판되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미래는 당연히 밝다. 하지만 극복해야 할 장애가 전혀 없지도 않다. 우선 리셀 시장이 계속 지금 같은 호황을 구가할 것이라고 자신하기 어려운 현실을 꼽을 수 있다. 또 시장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것 역시 입장에서는 부담스럽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S급 인재들의 유인이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임직원들의 맨 파워가 정체되는 현실, 언제라도 맞을 수 있는 당국의 규제 몽둥이의 존재 역시 더우로서는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해야 한다. 그럼에도 현재의 승승장구를 보면 더우가 당분간 데카콘의 위세를 떨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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