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조기 낚시의 정석

백조기를 낚은 낚시 천재 양원웅군(초등 3년). 스킬, 마인드, 체력 등에서 어른을 능가햇다.
백조기를 낚은 낚시 천재 양원웅군(초등 3년). 스킬, 마인드, 체력 등에서 어른을 능가했다.

【뉴스퀘스트=하응백 문화에디터】 7월 중순도 지나 복더위 때면 수도권에서 가까운 서해에서 할만한 낚시는 많지 않다.

우럭낚시는 아무래도 6월 중순이 지나면 마릿수 조과가 힘들고, 농어 외수질 낚시나 광어 낚시도 지루해진다.

날씨는 더운데, 종일 낚시해서 광어나 우럭 두어 마리 잡는다면, 사실 무지하게 지루한 낚시를 한 게 된다. 물론 큰 녀석 한두 마리라면 충분한 보상이겠지만, 그것도 확률적으로 요즘은 상당히 어렵다.  

자원은 한정적인데, 낚싯배는 점점 많아지니, 어족 자원이 한계를 보이기 시작한 거다.

지난 7월 9일 남해 문어낚시가 금어기가 해제되니, 수백 척의 배가 일시에 문어낚시에 돌입했다.

7월은 남해 갈치낚시가 금어기이니 갈치 낚싯배까지 합세해 남해의 중요 포인트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1592년 4월 왜적의 수백 척 배가 부산 앞바다에 나타난 이래, 1951년 1.4 후퇴 때 흥남부두에서 떠난 크고 작은 배가 부산 앞바다를 가득 채운 이래, 최고로 많은 문어 낚싯배가 성시를 이루어 사천, 삼천포, 통영 앞바다와 여수, 장흥, 고흥 앞바다를 뒤덮었다.

그런 와중에서 7월 9일 첫날 일인당 50마리에서 70마리까지 잡았다는 배가 나타나기도 했다. 

그렇게 잡아 버렸으니, 7월 중순이 지나자 남해 여러 지역에서는 일인당 서너 마리 문어 잡기도 힘들다고 또 아우성이다.  

민어나 돌돔, 붉바리나 부세 같은 어종은 이미 거의 자취를 감추었고, 우럭, 광어, 농어, 쏨뱅이, 볼락, 열기, 삼치, 참돔 등도 해마다 자원이 줄고 있다.

그 빈 욕망의 자리에 문어, 주꾸미, 갑오징어, 한치, 오징어 등의 두족류가 나타나 낚시꾼을 사로잡았다. 갯바위를 타던 꾼들도 감성돔이나 뱅에돔이나 참돔이나 돌돔 얼굴 보기가 어려워지자, 배낚시에 가세했다. 배스 낚시꾼들도 입맛을 따라 바다에 합세했다.

앞으로 그나마 조황이 들쭉날쭉하긴 해도 자원이 남아있는 갈치와 고등어와 전갱이 같은 이동성 어종과 주꾸미, 한치와 같은 두족류가 주요 낚시 대상어가 될 거다. 
 
특이한 게 7월, 8월 두 달 정도 서해에서 계절적으로 호황을 보이는 백조기 낚시다. 우럭낚시와 광어 다운샷, 농어 외수질의 공백을 메워주는 낚시가 바로 백조기(보구치) 낚시인 것이다.

7월 들어서 무창포와 홍원항 배들이 항에서 30분 거리의 앞바다로 제법 많이 출조했다. 날씨가 좋은 주말에는 30척 이상의 배들이 좁은 포인트에서 촘촘하게 낚시를 했다.

그러다 보니 씨알이 너무 잘아졌다는 게 흠이었다.  

조용하고 넓은 오천항 밥말리호. 여름철 백조기 전문이다.
조용하고 넓은 오천항 밥말리호. 여름철 백조기 전문이다.

7월 30일 사리물 때여서 백조기 낚시에는 적합하지 않지만. 그래도 물이 아주 세게 흐르지는 않는 쪽사리라 오천항 밥말리호(선장 송인호)를 타고 출조를 감행했다. 

내 바로 옆에는 아빠를 따라 낚시온 초등학교 3학년인 꼬마가 자리를 잡았다. 딱 50년 나이차가 나지만 노소동락(老少同樂)이 바로 이런 낚시다.

 배는 약 20분 거리의 포인트에 가서 입질을 탐색한다. 거의 입질이 없다. 백조기 낚시는 넣자마자 몇 분 안에 입질이 와야 한다.

우럭이나 광어처럼 기다리는 낚시가 아니다. 뭔가 물때가 맞지 않는 것이다. 다시 40분 정도 포인트를 이동한다. 영목항과 원산도를 잇는 다리가 보인다. 원산도를 휘돌아 보령항과 보령화력발전소, 원산도가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는다.

원산도가 보인다.
원산도가 보인다.

수심은 대략 25미터 정도. 약간 바닥이 거친 곳도 있다. 사리물 때는 바로 이런 곳에서 부세가 나오기도 하고 정말 운이 따르면 민어를 잡기도 한다.

선장은 이곳에서 두어 마리 민어가 올라왔다고 한다. 민어만을 노리려면, 갯지렁이를 두어 마리 꿰고, 바닥에서 조금 들고 기다리는 게 정석이다.

그러나 포인트 전체에서 몇 마리 없는 민어를 노리고 그렇게 한다는 건 무모한 전술이다. 민어야 어차피 로또와 같아서 믿고 기다릴 순 없다. 

백조기는 가끔 바닥을 확인하면서 고패질을 하는 게 다수확의 지름길이다. 바닥을 찍고 살짝 드는데, 벼락같은 입질이 온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반사적으로 혹은 본능적으로 채니, 백조기 특유의 부르르 떠는 어신이 전달된다. 제주도에서 참돔 타이라바를 할 때 사용하는 연질 대를 사용하니, 손맛이 대단하다. 바로 이 맛 때문에 백조기 낚시를 한다. 

백조기는 먹는 맛이 아무래도 다른 어종만 못하다. 간을 잘하고 손질을 잘 해도 조기만 못하다. 큰 녀석은 배에서 회를 떠보면 제법 맛있지만, 껍질이 얇아 회를 치기가 여간 까다롭지 않다. 그래서 비늘만 치고 회무침으로 즐기는 경우가 많다.

구워먹는 걸 가장 선호하지만, 비늘 치고 손질하기가 까다로워 백조기 낚시를 싫어하는 꾼들도 많다. 삼복에 선상이 덥기는 얼마나 더운가.

올리고 보니 40cm 정도 되는 상당히 큰 싸이즈다. 시장에서 한 5천원 정도에 파는 정도의 크기. 이 정도면 낚시할만 하다. 내가 큰 싸이즈를 올리니 옆에서 낚시하는 꼬마 녀석(양원웅 군)도 한 마리 올린다. 원웅군은 혼자서 중얼거리면서 재미있게 낚시를 한다.

“한 마리 잡혀라”, “민어야 잡혀라” 등의 대사를 하면서 씩씩하게 고기를 낚는 모습이 함께 하는 모든 꾼들을 즐겁게 한다. 아들과 함께 낚시를 온 젊은 아빠를 흐뭇하게 바라본다. 

붕어빵 부자다.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다. 

붕어빵 부자.
붕어빵 부자.

백조기 낚시의 요령은 이렇다. 

첫째 미끼는 처음에는 가급적 통마리를 사용하라. 그래야 큰 게 잡힐 확률이 높다. 통마리를 사용하면 헛챔질 할 때가 가끔 있다. 그게 아주 심해지면 바늘 끝에서 1, 2cm만 남기고 미끼를 자를 수도 있다. 그날 패턴을 보고 결정하면 된다.

둘째 바늘은 20호 정도의 바늘을 따로 준비한다. 바늘 선택은 상당히 중요하다.  대다수의 백조기 낚시꾼들이 백조기 낚시를 하면 2단 철사 편대채비를 준비하고, 그걸 사용한다. 이거 조과에 큰 도움이 안 된다.

셋째 외바늘 채비를 사용하라. 쌍걸이를 노려 두 바늘 채비를 사용하는데 외바늘 채비보다 절대 더 잡지 못하고, 미끼 소모 많고, 옆 사람과 걸림 많다.

결과적으로 더 귀찮고, 비효율적이고, 손맛도 못하다. 비용도 더 든다. 하지만 대다수는 편대 철사채비를 고집한다. 쌍걸이 욕심 때문이다. 외수질 채비에서 봉돌 간격만 15cm정도로 조절하고, 목줄 길이를 40cm 정도로 하면 미끼가 돌지도 않는다.

입질 전달도 빠르다. 

넷째 그날의 패턴을 빨리 찾아라. 가만히 기다리기도, 바닥을 확인하는 고패질도 해보라. 그러면 그날의 패턴을 확인할 수 있다.
 
그때부터 꾸준히 씨알도 준수한 백조기를 올린다.

백조기 낚시를 하다 보면 해수통에 백조기가 배를 뒤집어 다 죽을 때까지 마냥 방치하다가, 귀향할 때 소금을 뿌리고 쿨러에 담는 꾼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요즘의 수온이 얼마인가?

수온도 거의 25도 이상이다. 죽으면 바로 부패가 일어난다는 말이다. 고기를 잡는 것도 낚시지만, 낚은 고기를 잘 갈무리하는 것도 낚시다.

비늘 긁게를 준비해 수시로 고기 비늘을 친다. 백조기는 아가미 사이로 면장갑낀 손가락를 집어넣어 아가미를 당기면, 지저분한 내장이 쭉 달려 나온다.

그기에 굵은 소금을 몇 알을 집어넣고 고기 표면에도 소금을 좀 쳐서 바로바로 채반에 널어놓는다. 이렇게 하면 밥반찬으로 썩 훌륭하다.

큰 채반에 가득 찬 백조기. 33마리만 말렸다.
큰 채반에 가득 찬 백조기. 33마리만 말렸다.

8시경부터 12시까지 고기는 따문따문 계속 올라온다. 사리 때라서 조금 때처럼 마릿수로 올라오진 않지만 대신 평균 씨알이 좋다. 마릿수보다 씨알 좋은 게 좋다. 손맛, 입맛을 위해서 다 그렇다. 100마리 잡는 게 능사가 아니다. 

백조기는 오천항에서 출조하면 무창포나 홍원항에서 출조하는 거 보다 좋은 게 바로, 특급 포인트를 소수의 배가 선점할 수 있다는 점이다. 도떼기시장 낚시가 아니라 호젓한 낚시를 즐기는 장점이 있다는 거다.

12시 30분이 지나자 물때가 지났다. 포인트를 옮겨 여기저기 입수를 한다. 잡히기는 하는데, 원산도 남쪽 포인트만 못하다. 씨알도 잘아진다. 몇 군데 더 옮긴다. 이미 손맛도 보앗고 고기 손질도 다 했다. 3시 30분경 귀항한다. 

복더위에 재밌는 낚시를 했다. 선장이 최선을 다했다.

노릇노릇 구은 백조기. 밥반찬으로 휼륭하다. 간을 어떻게 하느냐가 관건.
노릇노릇 구은 백조기. 밥반찬으로 휼륭하다. 간을 어떻게 하느냐가 관건.

고기를 잘 갈무리했으니 보람차기도 하다. 꼬마 조사와 함께 해서 또 즐거웠다. 이래저래 행복한 낚시였다. 이렇게 7월을 보내고 8월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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