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부터 하나까지... ‘금투’ 뺀 사명이 대세
“업계, ‘금투’ 용어 증권사 정체성 담기에 제한적이라 판단한 듯”

여의도 증권가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남지연 기자】 올 들어 증권사들이 잇달아 새 간판을 내걸며 재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경영 혁신 차원의 이유도 있지만 고객의 인식을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대세는 사명에 ‘금융투자’를 빼고 ‘증권’을 넣는 것이다.

증권사라는 이미지를 강조함으로써 전문성을 드러내 대중에게 어필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1일 올해 3분기 중에 사명을 변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한금융투자는 올해 3분기 안에 고객에게 쉽게 다가설 수 있는 새 사명을 찾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업계 안팎에선 '금융투자'를 떼어낸 신한증권이나 신한투자증권이 새로운 사명으로 거론되고 있다.

신한증권으로 최종 결정된다면 1985년부터 2002년까지 사용됐던 신한증권의 명칭이 다시금 부활하게 되는 셈이다.

신한금융투자가 낙찰받은 여의도역 역명병기 적용 일정을 고려했을 때 최소한 오는 9월 중에는 변경이 완료될 것으로 관측된다.

신한금투 관계자는 "(현재 사명은) 자본시장법이 바뀐 이후 법상 증권업 대신 금융투자업을 쓰고 있어 사용하게 됐다"며 "소비자가 인지하기엔 어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그룹 산하 증권사인 하나금융투자도 지난 6월 '하나증권'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하나증권 관계자는 “하나증권이라는 좀 더 쉽고 편한 이미지로 손님과의 접점을 확대할 것”이라며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를 포함한 국내외 다양한 투자자들에게 친숙하고 신뢰 받는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고객, 직원, 사회 모두가 ‘하나’로 연결된 금융을 만들어 신뢰 받는 기업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다올금융그룹이 지난 3월 기존의 그룹명인 KTB금융그룹에서 현재의 명칭으로 교체하며, 증권 계열사인 KTB투자증권도 현재의 다올투자증권으로 사명을 변경한 바 있다.

 

하나증권이 지난달 1일 기존 하나금융투자에서 하나증권으로 공식적으로 사명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본사 앞에서 새로운 사명 하나증권을 소개하는 하나증권 노조위원장(오른쪽)과 WM 그룹장(왼쪽). [사진=하나증권]
하나증권이 지난달 1일 기존 하나금융투자에서 하나증권으로 공식적으로 사명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본사 앞에서 새로운 사명 하나증권을 소개하는 하나증권 노조위원장(오른쪽)과 WM 그룹장(왼쪽). [사진=하나증권]

이로써 사명에 '금융투자'가 들어가는 증권사는 사명 변경을 추진 중인 신한금융투자를 제외하고 DB금융투자 뿐이다.

다른 증권사들은 증권이나 투자증권으로 사명을 쓰고 있는 셈이다.

그간 증권사들은 지난 2016년 정부의 초대형 기업금융(IB) 육성 방안에 따라 금융투자 전문회사 이미지를 살릴 수 있는 '금융투자'나 '투자증권'을 사명에 사용했다.

기존 주식 중개 중심에서 자산관리, 투자은행 등 금융투자 전문회사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금융투자가 대중들의 인식에서 자리 잡지 못하면서 증권사들이 사명을 바꾸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투는 증권사가 아니라 사설 업체로 인식되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기존의 '금융투자' 용어 대신 증권이라는 명칭으로 다시 회귀하는 분위기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증권사들이 근래에 사명 변경을 추진하는 것은 소비자 영업에 유리한 점이 있다고 보는 것”이라며 “특히 ‘금융투자’나 ‘금융’이라는 용어가 증권사의 정체성을 담는데 제한적이라는 판단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모호한 ‘금융투자’란 용어보다 다시금 ‘증권’이라는 명칭을 통해 증권사의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영업을 강조하는 쪽으로 사명 변경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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