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으로 해부해보는 男子 女子, 그리고 女子(41)

【뉴스퀘스트=김형근 과학전문 기자】 야근은 근무환경을 떠나 건강의 적이라 할 수 있다.

장기화되면 낮과 밤을 거꾸로 돌려놓아 생체리듬을 바꾸어 놓기 때문이다.

예민한 사람은 하루 야근한 것만으로 일주일이나 한 달 내내 생체리듬이 깨지는 경우도 있다. 해외여행이 가져오는 피해이기도 하다.

해외여행으로 인한 시차 그럴 수 있다. 오랜 야근의 후유증은 생체리듬의 변화로만 끝나지 않는다. 야근을 할 때면 우리나라 사람들 상당수는 라면 등 정크푸드를 찾는다.

야근을 하면 뇌는 높은 칼로리의 음식을 찾는다. 그것이 바로 정크푸드다. [사진=픽사베이] 

야근에는 왜 라면을 찾나?

무엇보다 요리가 간단하고 맛이 있기 때문이다. 또 상당수가 도넛이나 피자를 찾는다. 이러한 고열량의 식품은 자연히 비만을 초래하게 된다.

밤 늦게까지 과제나 야근에 매달리면 달고 짠 음식을 찾는 과학적인 이유가 밝혀졌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버클리 캠퍼스 연구진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야근으로 인해 수면이 부족한 사람은 비만을 초래할 수 있는 건강하지 않는 음식을 선호하게 된다”는 것이다.

연구진을 이끈 논문의 저자 스테파니 그리너(Stephanie Greener) 교수는 2명의 건장한 성인을 대상으로 수면부족이 음식 선택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실험했다.

참가자들을 두 집단으로 나누어 A집단에게는 4시간 이하의 수면시간을, B집단에게는 9시간 동안의 수면을 5일간 실천하도록 했다.

그 후 과일과 채소 같은 건강한 음식과 피자, 도넛 등의 건강하지 않은 정크푸드를 보여주며 자기공명영상(MRI) 장치를 통해 나타나는 뇌파를 진단했다.

그 결과 수면을 충분히 취하지 못한 집단은 복잡한 선택을 돕고 행동을 조정하는 뇌의 전두엽이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의 공동 저자인 마리 피에르(Marie Pierre)박사는 "이 연구 결과는 수면부족 상태에서는 건강하지 않은 음식을 통한 보상심리가 작용한다는 점을 나타내며 이로 인해 충분한 수면을 취할 때보다 많은 양의 음식을 먹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야근하면서 피곤하면 높은 칼로리의 정크푸드 찾아”

그는 "수면이 부족한 상태에서는 참가자들이 건강에 좋지 않은 음식 사진을 볼 때 두뇌의 보상센터(reward center)가 활성화되었다”고 지적하면서 "보상센터는 중독이 쾌락을 찾는 것과 관련되는 보상 및 동기부여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피에르 박사는 결론적으로 "수면부족 상태가 되면 좋은 음식을 고르는 눈이 약해지고 정크푸드를 더 많이 찾게 된다는 것이 이번 연구에 나타난 결과의 핵심"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연구진은 16명의 건강한 젊은이를 상대로 다른 실험을 진행했다. 하루는 잠을 충분히 자게 하고, 다른 하루는 24시간 내내 잠을 자지 못하게 상태에서 참가자들에게 80가지의 음식 사진을 보여주며 각각 MRI 장치를 이용해 두뇌를 촬영했다.

이 실험에서도 꼭 같은 연구결과가 나왔다. 수면이 충분했을 때는 과일, 채소, 오트밀 등 건강한 음식을 선택했지만 수면부족 상태에서는 캔디, 피자 등 건강에 좋지 않은 음식을 고른 것으로 나타났다.

피에르 박사는"이 같은 결과는 인지조설 능력과 관련되는 것으로, 고단하거나 수면이 부족할 때는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을 먹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선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몸이 지치면 빨리 에너지를 회복시켜주는 고열량 음식을 찾는 것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라면의 진짜 맛은 역시 밤이다. 그러나 라면과 같은 정크푸드는 건강에는 적신호다. 

야근은 여성에게 유방암 노출 위험성 높여

한편 야근은 비단 비만만이 아니라 여성에게는 유방암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야간 조명 노출로 생체 호르몬에 이상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덴마크의 한 연구팀에 따르면 일주일에 이틀 이상 야간 근무조로 일하는 여성의 유방암 발병률은 주간 근무조로 일하는 여성에 비해 훨씬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1990년에서 2003년 사이에 발병해 2005~2006년까지 생존해 있는 여성들 210명을 인터뷰해 이 여성들과 유방암에 걸리지 않은 899명의 여성을 비교하는 방법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야간 교대 근무를 한 여성들이 반대의 경우에 비해 유방암 발병 위험이 40%나 더 높은 것을 나타났다.

특히 최소 6년 동안 일주일에 3일 이상 야간 교대근무를 한 여성의 경우에는 유방암 발병률이 50%나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야간 조명에 노출되는 것이 생체 호르몬의 이상을 초래해 이 같은 위험을 키우는 것으로 보인다.

연구진은 "야근이 일주일에 이틀 이내라면 생체시계에 혼란을 가져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하면서 “그럼에도 야근이 몇 년간 계속된다면 생체시계와 수면 패턴을 혼란스럽게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문사에 같이 기자로 근무했던 지인이 있는데 그는 1년 11개월 정도 야근만을 지원했다. 낮에 대학원을 가기 위해서였다. 

벌써 40년 전의 일이다. 그런데 당시 깨어진 생체리듬으로 지금까지도 항상 불면증에 시달린다고 한다.

건강한 신체 리듬이란 자연적으로 사는 것이다. 제때 일하고 제때 자는 것이다. 밤과 낮을 구별하여 그에 맞게 사는 일이다. 꼭 비만이라는 문제를 떠나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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