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반지하 주택 유예기간(10~20년) 두고 비주거용 전환 유도
외신, 신림동 반지하 침수 사망 사고 다루며 영화 '기생충' 소환

지난 8일 오후 9시 7분께 서울 관악구 부근 한 빌라 반지하에 폭우로 침수된 일가족 3명이 갇혀 신고했지만 결국 사망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사고가 난 빌라 바로 앞 싱크홀이 발생해 물이 급격하게 흘러들었고, 일가족이 고립돼 구조되지 못했다. 사진은 사고 현장. [연합뉴스]
지난 8일 오후 9시 7분께 서울 관악구 부근 한 빌라 반지하에 폭우로 침수된 일가족 3명이 갇혀 신고했지만 결국 사망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사고가 난 빌라 바로 앞 싱크홀이 발생해 물이 급격하게 흘러들었고, 일가족이 고립돼 구조되지 못했다. 사진은 사고 현장. [연합뉴스]

【뉴스퀘스트=민기홍 기자】 수도권에 내린 집중 호우로 서울 관악구 신림동 빌라 반지하에 살던 발달장애인 등 일가족 3명이 집안에 물이 차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사망했다. 또 동작구 상도동 반지하에 살던 50대 여성도 집안으로 쏟아져 들어온 빗물에 목숨을 잃는 참사가 발생해 많은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이에 서울시는 앞으로 지하·반지하에 대해 주거용으로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을 방침임을 밝혔다. 또 현재 건축 중이거나 기존 반지하 주택은 유예기간(10~20년)을 두고 비주거용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현재 서울의 주거용 지하·반지하는 약 20만호(2020년 기준)에 달한다. 전체 가구의 5% 수준이다.

오세훈 시장은 10일 “지하·반지하 주택은 안전·주거환경 등 모든 측면에서 주거취약계층을 위협하는 후진적 주거유형으로 이제는 사라져야 한다”며 “임시방편이 아니라 시민 안전을 지키고 주거 안정을 제공하기 위한 근본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11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우선 정부와 건축법 개정 협의를 통해 지하·반지하의 ‘주거 목적의 용도’는 전면 불허하기로 했다. 또 지하층은 사람이 살 수 없는 공간으로 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시는 건축허가 시 지하층은 주거용으로 허가하지 않도록 이번 주 중 각 자치구에 ‘건축허가 원칙’을 전달한다.

지하·반지하 주택에 10∼20년의 유예기간을 주고 차례로 비주거용으로 바꾸도록 유도하는 ‘반지하 주택 일몰제’도 추진한다. 현재 살고 있는 세입자가 나간 뒤 창고·근린생활시설·주차장 등으로 바꿀 경우 리모델링을 지원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세입자를 더 이상 들이지 않는 지하·반지하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사들여 주민 공동창고나 커뮤니티시설로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10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사동 일대에서 수도방위사령부 장병들이 침수가구 집기류 정리 및 폐기물 등을 처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오후 서울 관악구 신사동 일대에서 수도방위사령부 장병들이 침수가구 집기류 정리 및 폐기물 등을 처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CNN, 로이터,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외신은 이번 신림동 반지하 침수 사망 사고를 비중 있게 다루며, 지난 2019년 개봉한 영화 '기생충'을 소환했다.

CNN은 10일(현지시간) "이번 주 서울에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로 집과 도로, 지하철역이 침수되고 9명이 숨졌다"고 보도하며, 반지하 주택 침수로 3명이 사망한 사례를 집중 조명했다.

이어 “서울에서 한때 시간당 강우량이 141.5㎜에 달했으며, 이는 1907년 기록을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라고 보도했다.

로이터도 신림동에서 반지하 침수로 일가족 3명이 사망한 사례를 언급하며 "홍수가 한국에서의 사회적 차이를 드러냈다"며 "이는 한국의 사회적 격차 증가에 관한 이야기이자 오스카상을 받은 한국 영화 '기생충'에서 묘사된 반지하 상황과 유사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또 "부촌(강남)에서는 불편을 초래하고 금전적 손실이 발생했지만, 절박한 삶을 사는 사람들이 모여사는 신림 같은 곳에서는 삶과 희망이 파괴된 것"이라고 했다.

AFP통신도 가수 싸이의 히트곡 '강남 스타일'의 주 무대인 부촌 강남구에서 이번 폭우로 도로가 물에 잠기는 등 큰 피해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신림동 반지하 침수 사망사고를 다뤘다. NYT는 "한국 도시 빈곤층은 반지하에 사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영화 '기생충'에서 이런 모습이 그려졌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서울에 100여년 만에 가장 많은 비가 내려 도로 위 차가 물에 잠기고, 지하철역이 침수됐다"며, 물에 잠긴 버스·택시와 허리까지 잠긴 물을 헤치며 퇴근하는 사람들의 사진이 인터넷에 올라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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