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스타 기획사 MCN(다중채널네트워크) 최근 급성장

【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 모든 분야에서 대국이 아니면 이상한 중국은 연예 시장도 엄청나다. 스타가 한 번 됐다 하면 돈방석에 앉는 것은 거의 기본에 속한다. 한국과는 아예 단위가 다르다고 단언해도 좋다.

하기야 지금은 탈세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킨 탓에 당국의 제재로 활동을 제한 받는 스캔들의 여왕 판빙빙(范冰冰. 41)이 과거 “나는 재벌이 부럽지 않다. 내가 재벌이니까. 그래서 나는 절대로 재벌에게 시집을 못 가 안달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라는 말을 했다면 더 이상 설명은 필요 없을 것 같다.

이런 시장을 돈 냄새 맡는 것에 일가견이 있는 중국인들이 가만히 놔둘 까닭이 없다. 실제로 연예 기획사나 향후 더욱 대세가 될 다중채널네트워크(MCN. 인터넷 스타를 위한 기획사로 보면 됨) 등이 최근 수를 헤아릴 수 없이 엄청나게 등장, 시장의 파이를 나눠먹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저장성 항저우 소재의 첸쉰의 내부전경. 직원이 무려 1000여 명에 이르고있다./제공=징지르바오(經濟日報).

이들 중 단연 압도적 기업을 꼽으라면 역시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에 본사를 둔 MCN 업계의 지존 첸쉰(謙尋)을 거론해야 한다. 또 첸쉰이 화제가 될 경우는 반드시 라이브 커머스 업계의 여왕으로 불리는 웨이야(薇婭. 본명 황웨이黃薇. 37)를 입에 올리지 않으면 안 된다. 그녀가 첸쉰과는 운명공동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때문이다.

안후이(安徽)성 뤼장(廬江)시 출신인 웨이야는 지금은 여왕 운운의 별명으로 불리나 어릴 때는 스펙 등이 평균적으로 유복한 가정 배경을 보유한 일반적인 연예인들과는 한참이나 거리가 있었다. 금수저라는 단어는 완전 언감생심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는 대학은 말할 것도 없고 그녀의 중고등학교 학력도 알려지지 않고 있는 사실만 봐도 좋다. 사실 쓸 게 없다고 해야 맞지 않나 싶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타고난 언변과 뛰어난 미모가 있었다. 사업 수완을 타고 난 남편 둥하이펑(董海鋒.40)을 결혼과 출산 1년 전인 17세의 어린 나이에 만난 것도 행운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가정을 이루기에는 너무나도 어렸던 둘의 출발은 2003년 베이징 시청(西城)구 시즈먼(西直門)에 소재한 베이징동물원 내 의류 도매시장에 6평방미터짜리 상점을 냈을 때만 해도 정말 조촐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러나 운명의 신은 둘에게 연속으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무엇보다 장사가 너무나도 잘 됐다. 게다가 2년 후에는 웨이야가 남편의 적극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출전한 ‘초급우상(超級偶像)’이라는 종합예능 프로그램에서 대상을 받고 가수로 데뷔하는데 성공했다.

이후에는 그야말로 거칠 것이 없었다. 무려 10여 년 동안이나 슬럼프 없이 사업과 연예 활동이 모두 잘 돌아갔다. 승승장구라는 표현도 과언이 아니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다 둘에게 2016년 결정적인 기회가 찾아온다.

웨이야가 알리바바 계열의 타오바오(淘寶)가 론칭한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의 앵커로 활약하기 시작하는 결정적인 기회를 잡은 것이다. 이때부터 웨이야는 그야말로 날개를 단 채 구름 위로 날아올랐다. 타오바오 플랫폼에서 곧 무려 1000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게도 됐다. 연 매출액 1억 위안을 훌쩍 넘는 파워 왕훙(網紅. 인터넷 스타)으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녀가 올린 실적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역시 통계가 잘 말해준다. 2017년 10월 그녀는 4시간 동안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이때 올린 매출액은 무려 7000만 위안(元. 137억 원)이었던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라이브 커머스 업계의 역사를 새로 썼다는 얘기가 들린 것은 너무나도 당연했다.

2018년에도 그녀는 기적을 창조했다. 라이브 커머스 방송을 통해 올린 매출액만 30억 위안 가까이에 이른 것이다. 도무지 적수가 없었다고 해도 좋았다.

이 상황에서 그녀와 남편 둥이 2019년 9월 첸쉰(謙尋)을 출범시킨 것은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일거에 대박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은 적중했다. 웨이야가 소속된 MCN이 출범했다고 하자 유, 무명 연예인들과 왕훙들이 너도 나도 몰려든 것이다. 둘이 2022년 6월 기준의 직원이 무려 1000여 명에 이르도록 첸쉰을 키우는 것은 너무나 간단한 일이었다.

현재 첸쉰은 일천한 업력에도 불구하고 부동의 업계 선두를 달리고 있다. 추진하는 사업도 콘텐츠 공급망, 전자상거래 직영, 라이브 커머스 등은 거의 기본에 속한다. 최근에는 마케팅, 플랫폼 운영 대행, 라이브 방송 관리, 연예인 및 왕훙 양성 사업 등에까지 뛰어들어 상당한 실적을 올리고 있다. 산하에는 무려 40여 개 가까운 계열사도 거느리고 있다.

라이브 커머스를 함께 진행하던 시절의 웨이야와 그녀의 남편 둥하이펑./제공=징지르바오.

호사다마라는 말이 있다. 첸쉰에게도 위기가 도래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말이 된다. 기가 막히게도 2021년 연말에는 웬만한 대기업 이상으로 잘 나가던 첸쉰에게 진짜 날벼락이 날아들었다. 웨이야가 탈세 혐의로 무려 13억4100만 위안이라는 추징금과 벌금을 두들겨 맞은 것이다. 더구나 이로 인해 웨이야는 업계에서 사실상 퇴출되는 횡액까지 당했다. 조금 비관적으로 보면 첸쉰이 존망의 위기에 내몰렸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첸쉰은 이 위기를 나름 슬기롭게 극복했다. 우선 더 이상 활동을 하기 어려워진 웨이야를 이선 경영자로 후퇴시킨 후 발 빠르게 후계자가 될 만한 스타들을 키우기 시작했다. 동시에 기존의 왕훙들이 더욱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데 더욱 진력하면서 잠시 주춤한 사세도 거의 회복했다.

현재 첸쉰은 상장 기업이 아니다. 웨이야와 남편 둥의 그동안 행보로 볼 때 상장을 통해 운영 자금을 조달할 생각도 별로 없는 듯하다. 하지만 엔젤 투자자는 지천으로 널려 있다. 웨이야가 비록 방송 활동은 하지 못하나 업계에서의 영향력이 여전히 지대한 탓이다.

이와 관련, 베이징에서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하는 한국 화교 출신 추이중시(崔鍾錫) 씨는 “첸쉰이 웨이야가 당한 횡액으로 잠시 휘청거리기는 했다. 하지만 역시 웨이야와 둥은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경영인들다웠다. 가볍게 위기를 극복한 후 제2의 도약을 준비 중에 있다.”면서 첸쉰이 향후 계속 업계의 지존으로 남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첸쉰의 기업 가치가 현재 어느 정도 되는지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웨이야와 둥 모두 첸쉰의 지분만 가지고도 중국 내 500대 부호의 반열에 올라섰다는 사실에 비춰보면 최소한 200억 위안 전후의 가치는 가진다고 봐도 크게 무리는 없을 듯하다.

당연히 현재 위상으로 볼 때 계속 덩치를 불려나갈 것으로 보인다. 중국 연예계와 라이브 커머스 업계에 첸쉰이 명실상부한 거물로 부상할 날이 머지않았다고 해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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