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으로 해부해보는 男子 女子, 그리고 女子(43)

【뉴스퀘스트=김형근 과학전문 기자】 지금은 거의 잊혀 진 이름이지만 1960년대 말 봉봉사중창단이라는 네 명으로 구성된 남성 중창단이 있었다.

보통 가수들이 두 세명이 중창단을 이루는데 이분들은 특이하게 네 명으로 이루어졌다. 멋진 남성의 화음으로 60년대 말부터 70년대 초반까지 이름을 날렸다.

이 중창단이 1968년 히트한 곡 가운데 ‘꽃집의 아가씨’라는 노래가 있다. 꽃집에서 꽃을 파는 아가씨를 주제로 만든 노래로 꽃집의 여성을 보고서 가슴이 설렌다는 내용이다. 가사가 참으로 귀엽고 예쁘며 멜로디도 흥겨워서 당시에 상당히 인기를 끌었다.

여성의 아름다움은 늘 꽃과 같이 해왔다. 그 속에는 모두 아름다운 향기가 자리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꽃집의 아가씨는 예뻐요, 그렇게 예쁠 수가 없어요, 그녀만 만나면은, 그녀만 만나면은 내 가슴 울렁울렁거려요…”

꽃집의 아가씨는 정말로 예쁠까? 그렇다. 아름다운 꽃 때문이 아니라 꽃에서 풍겨 나오는 맑고 고운 향기 속에서 일을 하기 때문이다.

비단길은 비단과 향을 교환하기 위한 商路

맑고 아름다운 향은 아름다운 성품을 만들어 낸다. 향의 역사는 인간의 역사만큼 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신을 맑게 하기 위한 것이든, 아니면 즘처럼 이성을 유혹하기 위한 것이든 간에 향은 오감 가운데 가장 예민한 후각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조상이나 신을 위한 의식인 제사는 엄숙하다. 따라서 사악한 마음을 가져서는 안 된다. 깨끗한 마음을 예를 올려야만 한다. 그리고 마음을 바로 해야만 한다.

비단 아시아 사회에서 만이 아니다. 고대 이집트, 페르시아, 그리고 인도 등 모두 향을 중요한 물품으로 여겼다.

비단길은 바로 중국의 비단과 서역의 향을 교환하기 위해 만들어진 상로(商路)다. 동과 서의 통로가 바로 향 때문에 만들어졌다.

향은 전통적으로 청결과 정숙의 상징이다. 제사를 지낼 때 향을 피우는 것은 신이 위에서 내려오길 바라는 뜻의 양(陽)을 뜻하며, 또 한잔의 술을 붓는 것은 땅의 신이 올라오길 바라는 것으로 음(陰)을 뜻한다고 한다.

한편 절에서 피우는 '해탈 향'이라고 한다. 향을 통해 속세의 온갖 더러움에서 벗어나 깨달음에 이르기 위해서다.

또 자신을 태워 주위를 맑게 하기 때문에 희생을 뜻하기도 하고 화합과 공덕을 상징하기도 한다.

향에서 나오는 연기는 속세의 번뇌가 연기와 함께 하늘로 올라 사라지기를 바라는 기원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일본 모두 제사 의식 때 향을 많이 사용한다.

불교와 다도에서 필수… 가톨릭 교회 의식에서도 사용

일본에서는 제사 때만 아니라 다도(茶道)에서 향을 피운다. 특히 일본의 향은 다양하다. 불을 붙여 사르면 갖가지 냄새가 많다.

여성의 화장품 냄새가 나는 향을 비롯해 갖가지 향이 등장한다. 인도의 향도 대단하다.

우리나라 향 문화는 불교의 전래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불교가 신라의 국교가 되기 이전이던 19대 눌지왕 때도 향을 제례 의식에서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중국의 양나라 왕이 불교를 전래한 묵호자를 통해 의복과 함께 향을 신라로 보냈으며, 묵호자가 이 향으로 공주의 병을 고쳤다고 한다. 당시에 질병 치료에도 향이 널리 이용된 것을 알 수 있다.

묵호자는 “향을 태우면 향기가 피어나고, 그 정성이 신성한 곳에 이르고, 향을 피우면서 피우면서 원하는 바를 기원한다면 반드시 부처님의 영험이 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고대 이집트에서도 마찬가지다. 향은 제례 의식에서 필수였다. 향은 궁정의 높은 사람들 만이 소유할 수 있었으며 일반 평민들은 사용이 금지됐을 정도다. 그 정도가 퇴색됐지만 옛날에는 카톨릭 교회 의식에서도 자주 사용됐다.

물론 향은 이성을 매혹하기 위한 수단으로도 쓰였다. 이러 차원이라면 프랑스의 향을 빼놓을 수 없다.

세계 최고의 향수들이 패션의 본거지인 프랑스에서 생산됐다는 것은 향이 이성을 유혹하는 중요한 화학물질인 페로몬으로 간주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쨌든 향은 냄새를 통해 더러움을 쫓는 물품이다. 더러움 속에서는 정숙하고 경건한 마음을 가질 수가 없다. 또 이성을 유혹할 수도 없다.

 

향은 이성을 유혹하는 페로몬이자 신성함의 상징으로 제사와 종교 의식에서 많이 사용되었다. [사진=픽사베이]

과학적인 연구에서도 입증돼

깨끗한 향기에 취하면 마음이 착하게 된다는 과학적 연구결과가 있다. 주위 냄새가 좋으면 마음도 깨끗하게 된다. 그래서 사람을 도덕적으로 만든다는 연구다.

미국 브리검 영 대학(BYU: Brigham Young University) 연구팀의 연구 결과다. 깨끗한 냄새를 맡을 수 있는 환경 속에서는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보다 더 올바르고 관대해진다는 것이다.

BYU대학 경영대학원에서 조직 관리를 가르치고 있는 카타 릴젠퀴스트(Katie Lilijenquist) 교수가 가 이끈 연구팀은 감귤 향이 나는(citrus-scented) 세정제 윈덱스(Windex)를 뿌린 방과 뿌리지 않은 방에서 사람들의 도덕적 성향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확인하기 위해 신뢰 게임을 시도했다.

게임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각각 진짜 돈 12달러를 주었다. 그리고 이들에게 다른 방에 있는 익명의 파트너들에게 공평하게 나눠 가질 것을 주문했다. 6달러씩 나눠 가져야 공평하다.

그러나 이들이 파트너에게 돌려준 돈은 평균 2.81달러에 불과했다. 그러나 흥미로운 것은 윈덱스를 뿌린 곳의 사람들은 5.33 달러, 즉 반 정도를 솔직하고 정직하게 돌려주었다.

깨끗한 냄새가 나는 방에 있던 사람들은 자선 행사에 참여하거나 기부에 갖는 관심도 더 높게 나타났다.

연구 참여자에게 자선 행위에 대해 얼마나 관심 있는지 물어보고 총점 7점을 기준으로 점수를 매긴 결과, 윈덱스를 뿌린 방에 있던 사람의 관심도는 평균 4.21이었던 반면 일반 방에 있던 사람의 관심도는 3.29로 다소 낮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도덕적인 마음과 깨끗한 냄새는 함께 간다는 의미"라며 "이번 연구를 통해 사람들의 도덕적인 마음이나 자선 행위 등이 그들 주위의 상태와 긴밀한 관련이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릴젠퀴스트 교수는 "슈퍼마켓이나 기타 매장을 운영하는 회사들은 전통적으로 도난 방지를 위해 감시 카메라와 같은 너무 `억압적인` 방법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번 연구 결과를 기업 운영에 참고가 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또 "비단 매장만이 아니다. 가정에서도 깨끗한 향기를 맡을 수 있게 된다면 평소에 하지 않던 청소도 스스로 하게 되고, 그들의 행동도 순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러 상품이 진열돼 있는 매장에 도난 방지를 위한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는 대신 산뜻한 향의 세정제만 뿌려도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아주 단순한 연구로 보인다. 그러나 결론은 상당히 명쾌하다.

깨끗하고 맑은 향기 속에서 아름다운 마음이 생긴다. 후각은 가장 예민한 감각기관이다. 그래서 기분과도 바로 직결된다.

인간은 개 같은 동물만큼은 촉각이 발달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1만가지 이상의 냄새를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사람이 가진 유전자 가운데 1%가 후각과 관련되어 있다. 후각신경은 시상하부와 직접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후각은 특히 기억이나 감정, 성적 행동 등과 연관이 많다.

향수를 주제로 한 영화 '향수: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의 한장면. 

최초의 증류 향수는 ‘헝가리 워터’, 엘리자베스 여왕 70세에 청혼 받아

자연에서 얻는 향료를 알코올에 녹여서 만든 최초의 증류 향수는 1370년경에 탄생한 `헝가리 워터(Hungary Water)`이다.

헝가리 워터는 14세기 헝가리의 엘리자베스 여왕이 애용하던 콜로뉴(Cologne: 화장수)로, '엘리자베스 여왕의 물' 또는 아름다움을 유지하게 하는 '영혼의 물'이라고도 불린다.

당시 70세였던 엘리자베스 여왕은 한 수도사가 바친 헝가리 워터를 수족 마비와 통풍을 치료하는 데 사용했다고 한다.

헝가리 워터를 온몸에 바르는 것은 기본이고 입욕제, 화장수 등으로 사용하자 지병이 다 나았을 뿐 아니라 더욱 아름다워져, 72세에 폴란드 국왕으로부터 청혼을 받았다는 유명한 일화가 전하고 있다.

당시 사용한 헝가리 워터의 주재료는 로즈마리나 시더우드였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점차 다양한 재료를 이용하게 되었다.

향수의 본질을 잘 보여 주는 소설 가운데 프랑스의 파크리트 쥐스킨트의 ‘향수-어느 살인자의 이야기’가 있다.

영화로도 만들어진 이 소설의 주인공 장 그루누이는 온갖 사물을 냄새로 식별하는 ‘개코’를 가진 후각의 천재이다.

그는 파리의 향수 제조 장인의 도제로 들어가 지상 최고의 향수를 만드는 꿈을 꾼다. 그런데 그가 목표를 이루기 위해 이룩한 것은 바로 `살인`이었다.

그는 몸에서 매혹적인 향내가 나는 25명의 여인을 살해해 지상 최고의 향수를 만들었다. 타고난 후각의 천재가 찾아낸 이 세상 최고의 향은 사람의 몸에서 나는 자연 향이었다.

원래 자연에서 재료를 채취해 만들던 향수는 산업으로 발전하면서 화학 성분을 이용한 향수를 만들기 시작했다.

요즘은 이 같은 화학 성분으로 만들어진 인공 화학물질과 수십가지 천연향을 조합해 향수를 만든다. 그런데 이런 인공향으로는 이성이 이에 취해 상대방의 성적 매력이 끌리지는 않는다. 더구나 이런 인공향에는 인체에 해로운 물질로 분류되는 것들도 있다.

일전에 국제 환경보호단체인 그린피스는 유명 향수 제품에 남성이 정자를 파괴하는 유해 물질이 들어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성을 유혹하기 위한 향수가 오히려 성적 기능을 저하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면 이는 정말 어불성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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