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김동호 기자】 꺼질것 같지 않던 부동산 광풍이 점점 사그러들면서 그동안 무리하게 빚을 내 투자했던 이른바 '영끌족'들의 한숨소리가 커져가고 있다.

특히 올 초부터 계속되고 있는 금리 인상 기조에 이자부담이 크게 늘면서 2030 영끌족들은 '하우스 푸어'(House Poor·내 집 빈곤층)'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우스푸어란 주택을 보유하고 있지만 대출에 따른 과다한 원리금 상환 부담으로 생활고를 겪는 가구를 말한다.

실제로 지난해 연말 1.00%에 머물렀던 국내 기준금리는 올 1월 인상을 시작으로 지난 4, 5, 7, 8월 잇따라 오르며 2.50%까지 치솟았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이하 연준)가 다음달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를 한번에 0.75%포인트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국내 기준금리도 추가 인상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무리해 빚을 내 투자했던 이들의 이자부담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6억원의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매입했다는 직장인 A씨(경기도 거주)는 "올초 3.94%였던 대출 금리가 현재 5.20%까지 상승했다"며 "한달에 내는 이자만 50만원(연 600만원)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금리는 더 오른다고 하는데, 원금 상환까지 겹쳐 부담이 더 커질 것"이라며 "앞으로 살아갈 길이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이는 A씨만의 상황만은 아니다.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달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사상 최대 폭인 0.52%p 상승하며 2.90%에 도달했다.

이는 2013년 2월(2.93%) 이후 9년 5개월 만에 최고치로 이로 인해 은행권 주담대 변동금리는 다시 6%대에 진입했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17일 현재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최고 6.11% 수준이다.

박창현 한은 경제통계국 금융통계팀장은 "전반적으로 코픽스 등 단기 지표금리가 오르면서 가계대출 금리가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이달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추가 인상하면서 은행권 대출 금리는 더 오를 것으로 보여 대출자들의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 부동산 거래 급감에 가격도 뚝뚝…2030 영끌 하우스푸어 전락 우려

이처럼 금리 상승이 계속되면서 부동산 거래 감소는 물론 가격 하락 현상까지 이어지고 있다.

3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7월까지 전국의 주택 매매량은 총 34만976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4만8260건)과 대비 46.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 보면 같은 기간 수도권은 56.1% 감소했고, 이 중 서울은 52.5%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분양시장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전월보다 12.1%(3374호) 증가한 총 3만1284호로 나타났다

특히 수도권의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 말 1509호에서 지난달 4528호로 7개월 사이 무려 3배나 불어났다. 

이처럼 아파트 등 주택을 구입하려는 사례가 줄어들면서 가격도 덩달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넷째주(8월 22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0.09%) 대비 -0.11%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19년 3월 4일(-0.11%) 조사 이후 3년 5개월여 만에 최대 낙폭이다.

또한 경기(-0.20%)와 인천(-0.26%)도 지난주보다 하락폭이 커지면서 수도권 전체 아파트값은 지난주 -0.12%에서 이번 주 -0.18%로 내림폭이 확대됐다.

수도권 아파트값 하락폭은 2013년 1월(-0.19%) 이후 9년7개월 만에 최대치다.

이 같은 현상은 불어난 이자에 부담을 느낀 영끌족들이 매물을 대거 내놓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부동산원 등에 따르면 올해 서울 집합건물 매도인 중 30대 이하 비중은 지난 3월 13.31% 에서 4월 14.66%→5월 14.19%→6월 14.28%→7월 16.04%으로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현재와 같은 금리 인상 기조가 계속될 경우 부동산 매물은 더 늘어나고, 집값 하락 현상도 더 두드러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금리 인상으로 주택 시장의 매수 심리는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주택담보대출 누적 평균 금리가 연 4% 중반을 향해 가고 있고, 최악의 경우 연 5%대에 진입하면 2010년대 초반의 '하우스 푸어 사태가 재현될 우려가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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