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식 축산은 항생제 오남용이라는 문제를 필연적으로 수반한다.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해 축사를 소독하고 있다.[사진=군산시 제공]

【뉴스퀘스트=CSR연구소】

△과밀한 사육 환경에서 피할 수 없는 항생제 과용

공장식 축산은 닭과 돼지 등의 복지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환경, 동물, 궁극적으로 인간에게 문제를 야기한다. 강원대학교 비교법학연구소 환경법센터(동물법센터) 송정은 선임연구원은 배터리 케이지의 닭을 예로 들어 “평생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는 닭은 건강상 여러 문제가 생기고, 그런 닭에게는 항생제를 비롯한 약품들을 주입하게 된다. 결국, 인간이 그런 닭을 먹고 있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공장식 축산은 항생제 오남용이라는 문제를 필연적으로 수반한다. 동물이 스트레스로 면역력이 저하된 데다 좁은 공간에 밀집되어 감염병이 쉽게 전파되기 때문이다.

항생제 내성(또는 항생제 저항성, antibiotic resistance)은 미생물이 항생제에 노출되어도 생존할 수 있는 약물 저항 능력을 말한다. 특정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균은 해당 항생제로는 죽일 수 없다. 지금까지 개발되어 시중에 나와 있는 항생제의 종류는 여럿이지만, 병원균이 다양한 종류의 항생제에 대해 내성을 가지게 되면 기존 항생제가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에 매우 위험해질 수 있다.

실제로 OECD가 인용한 반 뵈켈 등의 연구(2015년)에 따르면 2010년 전 세계 축산분야에서 소비한 항생제의 양은 총 6만 3151(± 1560)톤이며, 2030년에는 2010년 대비 67% 증가한 10만 5596(± 3605)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었다. 소비량 증가분의 3분의 2는 사육두수의 증가, 나머지 3분의 1은 집약 사육방식의 확대에 기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영국의 한 연구에서는 슈퍼박테리아(항생제 내성균)에 의한 전 세계 사망자가 연간 70만 명에 이른다고 분석하면서, 2050년이 되면 한해 1000만 명이 슈퍼박테리아 감염으로 사망할 것으로 예측했다.

암이나 다른 주요 질병으로 인한 사망자 예측 수치를 넘어선다. 아시아권은 전 세계적으로 항생제 내성이 다른 지역에 비하여 월등히 높은 지역에 속하는데, 그중에서 한국의 항생제 내성률은 세계적으로 손꼽을 수 있을 정도로 높은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2019년 기준 1인당 인체 항생제 사용량이 OECD 국가 중 3위이고, 인구 대비 항생제 매출은 OECD 국가 중 2위다.

항생제 내성균 발생의 주요 원인은 항생제 오남용으로 인한 환경오염이며, 주로 보건의료 분야의 항생제 사용, 농축산물 생산의 항생제 사용 등에 의해 발생한다. 항생제 내성균이 축산현장에서부터 사람에게로 전파될 때 꼭 가축과 직접적인 접촉이 있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식품 공급 과정을 통해서, 환경을 통해서도 전파된다.

항생제 남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슈퍼박테리아로 전 세계 사망자가 연간 70만 명에 이른다는 연구보고서가 있다. 2050년이 되면 한해 1000만 명이 슈퍼박테리아 감염으로 사망할 것으로 예측된다.[사진=위키미디어커먼즈]

가축이 가지고 있는 항생제 내성균은 도축 및 후속 처리 과정에서 축산물에 남아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적절한 처리 및 조리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항생제 내성균이 사람에게 전염될 수 있다. 가축의 분뇨 또는 축산시설에서 나온 물은 주변 토양 및 수자원을 오염시킬 수 있으며, 오염된 토양 및 물을 사용해 재배한 과일, 채소, 곡물을 통해서 항생제 내성균은 인체로 옮겨올 수 있다.

먹거리를 통하지 않고도 다양한 경로로 항생제 내성균은 사람에게 전파된다. 가축에게 투여한 항생제의 75~90%가 가축의 체내에서 분해되지 않고 가축 분뇨를 통해 환경을 오염시킨 사례가 있다. 실제로 가축에 처리된 테트라사이클린 중 50~80%가 원래의 형태 그대로 분뇨에서 검출되는 것을 보고하거나, 어린 소의 입을 통해 투여한 클로로테트라사이클린의 75%가 분뇨로 배출된다고 보고한 사례가 있다.

항생제뿐 아니라 성장촉진제도 문제가 된다. 경제적 효율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공장식 축산에서는 단기간에 가축을 성장시키기 위해 성장촉진제를 사용한다. 공장식 축산의 열악한 환경에서 사육되는 동물은 만성적인 질병에 시달리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상품 가치가 떨어지거나 폐사하는 일이 빈발한다. 그래서 최대한 짧은 시간 안에 동물의 체구를 불리기 위해 농가에서는 성장촉진제 등을 사용하게 된다.

2017년에는 미국에서 수입된 쇠고기에서 유럽연합(EU)·일본 등 160여 개 나라에서 사용이 금지된 락토파민, 질파테롤 등 발암성 성장촉진제가 기준치 이상 잇따라 검출되어 논란이 일었다.

공장식 축산시스템에서는 동물에게 이처럼 항생제와 성장호르몬제 등을 사용한다. 축산물의 소비가 확대될수록 항생제 사용이 따라서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항생제 내성균에 대한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림축산검역본부가 매년 발표하는 국가 항생제 사용 및 내성 모니터링에 따르면, 연간 축수산용 항생제·항콕시듐제 사용량은 2020년 기준 918t이 넘는다. 그중 수산용을 제외하고 소·돼지·닭에게 사용된 동물용 항생제 중 동물병원을 통해 유통된 양이 55t(수산용까지 포함하면 74t)에 그친 데 비해, 농가로 직접 공급된 항생제는 705t(수산용까지 844t)에 달했다.

축산분야에서 사용되는 항생제가 인간을 비롯한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아직은 명확하게 파악되지 않았지만, 항생제 내성균은 ‘침묵의 팬데믹(the silent pandemic)’이라고 불리며 유엔, 세계보건기구(WHO), G20 등 여러 국제회의에서 다뤄질 만큼 이미 전 지구적인 이슈가 됐다.

△가축전염병과 대규모 살처분

근래에는 코로나19로 사람의 이동이 줄면서 가축전염병 발생이 줄었지만, 그전까지는 거의 매해 거르지 않고 조류인플루엔자, 구제역, 아프리카돼지열병 등의 가축전염병이 유행하곤 했다. 코로나19 이후로 매체에 보도되는 횟수는 줄었어도 가축전염병과 대응책으로 살처분은 지금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가장 최근의 가축전염병 대유행은 2020년 가을부터 2021년 봄까지 이어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 highly pathogenic avian influenza, 우리나라에서는 대개 AI로 불림)였는데, 2020년 10월부터 2021년 5월까지 전국적으로 3000만 마리의 가금이 살처분됐다. 우리나라에서 가축전염병은 상시화·토착화하는 모습을 보이며 이는 농장주에게는 경제적 손실을, 정부에게는 세출 부담을, 국민에게는 보건상의 위험을 안긴다.

이은환 경기연구원 생태환경연구실 연구위원은 “공장식 축산으로 가축의 생장 환경이 매우 열악해졌다”며 “가축은 살아가면서 자연적으로 갖게 되는 면역력조차 가질 수 없게 되어 가축 질병에 매우 취약해졌고, 항생제, 살충제를 비롯한 각종 다양한 화학물질에 노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가축전염병의 상시화·토착화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공장식 축산이다. 공장식 축산에서 이루어지는 밀집 사육은 전술하였듯 가축 개체 간의 거리가 짧다는 점뿐 아니라 바로 그 때문에 가축이 스트레스를 받고 면역력이 저하된 채로 있다는 점에서 바이러스나 병원균이 확산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제공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집약형 밀집 사육방식을 조류인플루엔자 확산 제1원인으로 꼽고 있다. OECD 또한 사육시설의 급격한 집약화가 고병원성 가축 질병 재발의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한다고 짚는다.

가축전염병 대응책으로 으레 처방되는 대규모 살처분은 추가적인 문제를 일으킨다. 윤리적 관점에서 제기되는 문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로, 전염병 발생 농가 주변 반경 3km(AI는 2021년 2월부터는 1km) 이내에 있는 모든 농가에서 실시한 예방적 살처분은 질병에 걸리지 않은 동물을 죽이는 행위다.

둘째로, 동물을 땅속에 묻기 전 안락사가 선행된다고 알려졌지만 ‘가축전염병 예방법 시행규칙 제23조’, ‘구제역 긴급행동지침’, ‘조류인플루엔자 긴급행동지침’, ‘동물보호법 제10조’에서 규정하는 살처분 방법은 사살(총으로 쏘아 죽임)·전살(전기충격)·타격·가스(이산화탄소 또는 질소)·약물 등으로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고통 없는 죽음’으로서 안락사라기보다는 가축을 죽일 수 있는 가능한 모든 방법을 나열해 놓은 것에 가깝다.

게다가 사살법과 타격법은 제대로 하기 위해선 특수한 장비가 필요하고 전살법은 사람의 감전 위험이 커 사실상 사용되지 않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약물이나 가스를 이용한다. 그러나 세부적인 허용/금지 약물과 구체적인 가스 사용법 등을 어디서도 규정하고 있지 않아 살처분 과정이 자의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열려 있다.

셋째로, 이 같은 법령과 표준운영절차가 가이드라인으로 존재하더라도 인력과 장비가 부족한 살처분 현장에서 그것이 그대로 지켜지기란 쉽지 않아 숨이 붙어 있거나 의식이 있는 동물을 산 채로 생매장하는 사태가 흔히 발생한다.

집단감염으로 집단폐사된 가금류를 대규모로 살처분 한뒤 땅에 묻고 있다.[사진=경주시 제공]

살처분 문제는 윤리적 차원에 한정되지 않는다. 피해 축산농가에 보상비용을 지급하는 것 외에, 매몰지 확보부터 살처분의 집행, 가축 사체와 오염물 등의 처리까지 살처분에는 엄청난 세금이 투입된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가축전염병으로 인한 살처분 비용으로 들어간 세금은 4조 원에 육박한다. 이렇게 되니 정작 중요한 사전예방적 방역체계 구축에는 예산이 충분히 투입되지 못하는 등 예산 및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이 왜곡되는 상황이 벌어져 국가 재정 측면의 문제가 되고 있다.

살처분한 가축의 사체를 매립한 매몰지에서 동물의 피나 체액 등이 포함된 침출수가 유출되면 토양과 지하수 및 지표수를 오염시킬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0년 구제역 사태 때 매몰지에서 유출된 침출수가 지하수를 오염시켜 사회적으로 큰 파문이 일어났다.

매몰 처리가 허술하였다든가 관리가 미흡하여 매몰지로부터 병원균을 포함한 침출수가 유출되거나 독성 기체가 방출되면 인근 지역 주민의 신체, 건강에 직접적인 해를 미칠 수 있고, 오염된 물과 토양의 정화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2010년 구제역 사태 때의 침출수 논란 이후 새로운 매몰 방식들이 개발됐지만, 여전히 상당수는 2010년에 쓰인 일반매몰법으로 이뤄진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창궐한 2017년에도 매몰지 430곳 중 40%가량인 169곳에서 일반매몰법으로 매몰이 이뤄졌고, 새로 개발한 호기호열 방식(사체를 미생물 처리가 된 왕겨에 묻는 방식)으로 진행된 매몰지에서도 썩은 내가 진동한다는 주민 민원이 접수됐다.

가축전염병이 단기간에 급속히 확산하는 상황에서는 매몰지의 입지나 적정성 등을 면밀히 따져볼 여유가 없이 급하게 살처분이 진행되는 사례가 많아 동물 사체 매몰에 적합하지 않은 지역에 매몰하거나 관련 규정을 충실히 따르지 못하는 등의 사태가 발생한다.

매몰지 확보 자체도 점점 어려워지는 실정이다.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전국적으로 6300여 개 매몰지가 조성됐고 이 중 경기도에 조성된 곳만 2500곳이 넘는다. 이 때문에 새로운 매몰지 확보가 어려워 임시로 쌓아 둔 돼지 사체에서 나온 침출수가 임진강으로 흘러 들어갔다.

이에 경기도는 비매몰 방식으로 동물 사체를 처리하기 위해 동물자원순환센터 건립을 2019년부터 추진 중이지만 가축 사체를 처리하는 혐오시설이라는 인식 탓에 아직 부지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비매몰 방식을 법제화한 EU 등 해외 사례를 따라 친환경적인 처리 방식을 확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커 보이지 않는 이유다.

송정은 선임연구원은 예방적 살처분에 대해 “살아 있거나 질병에 걸리지 않은 동물을 산 채로 매장하는 것은 동물이 고통받지 않아야 한다는 현대의 동물복지 이념에 부합하지 않거니와 토양오염, 하천오염 등의 환경문제를 야기한다”고 강조했다.

송 선임연구원은 “가축전염병이 발생하는 것, 그리고 그 대응으로 살처분을 하는 것을 우리는 너무나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됐다”며 “‘어쩌면 불편할 것 같아 알고 싶지 않아서 자신을 능동적인 무지 속에 놔두는 것’이 ‘전염이 문제가 되고 인간도 아닌 동물이니까 그냥 그렇게 죽일 수밖에 없다는 것’과의 도덕적 차이가 무엇일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규모 살처분은 농장주 및 살처분 과정 참여자의 정신건강에도 해가 된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살처분 과정에 참여한 공무원과 수의사 2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7년 연구에 따르면 설문참여자의 63.5%가 작업이 심각한 수준으로 위험하다고 답했고 76%가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증상을 경험했다.

구제역 방역을 위해 항생제를 투여하고 있다.[사진=셔터스톡]

2010년 구제역 방역에 참여한 공무원 406명을 대상으로 한 또 다른 연구에서는 조사대상자의 35.4%가 외상후스트레스장애 고위험군으로 나타났고, 16.2%가 경증 이상의 우울을 경험했다.

국가인권위원회의 연구보고서에는 살처분 참여자의 인터뷰 또는 수기 내용이 다음과 같이 실려 있다. ‘도망치는 돼지를 포크레인으로 찍어누르는 장면은 웬만큼 피가 튀는 상황에 무덤덤한 수의사에게도 잊히지 않는 광경이었다.’ ‘때려서라도 죽여서 묻어야 했다.’ ‘통풍 팬을 꺼서 닭들을 질식사시킨 다음 케이지에서 빼낼 때, 살이 물러져서 닭 다리만 쑥 빠진다든가 하는 식으로 닭의 몸이 분리되기 때문에 숙련된 사람이 아니면 큰 충격을 받는다.’

살처분이 마무리된다고 해서 전염병이 소멸하는 것이 아니다. 매년 반복되는 것이다. 매번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해결도 안 된다는 것이 문제다. 마무리되면, 내일 또 지속될 것이고, 그 과정을 거치면서 트라우마가 생기게 되는 상황이다.’

살처분 기준을 조정하는 것, 살처분 과정의 지침을 개선하는 것, 현장 단속과 처벌을 강화하는 것으로 대규모 살처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가축전염병의 상시화와 토착화라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대규모 살처분은 계속해서 이루어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지금 우리가 맞닥뜨린 문제들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반복될 것이다.

대규모 살처분 문제는 가축전염병 문제고, 이는 결국 공장식 축산의 문제다. 2017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로 전국의 산란계 32.9%가 살처분되는 동안 동물복지 인증 농장에서는 103만3000마리 가운데 1만3000마리(1.1%)만이 살처분됐다. 89개 농장 중 단 한 곳이었다.

가축전염병과 공장식 축산은 뗄 수 없는 관계다. 특히나 가축전염병 중에는 인수공통감염병이 더러 있다는 점까지 고려한다면, 가축전염병 발생과 전파를 부채질하는 공장식 축산은 인간의 이익과 건강을 여러 각도로 위협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손채은(연세대) 김나현(서울여대), ESG연구소 이윤진 연구위원 안치용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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