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베이징/전순기 통신원】 중국의 간식 시장은 경쟁이 상상 이상으로 치열하다. 아무리 상당한 경쟁력을 보유한 기업이라도 조금만 한눈을 팔게 되면 도태될 수 있다. 실제로도 엄청나다는 표현이 과하지 않을 정도로 빛의 속도로 사라지거나 존재가 무의미해진 기업들이 무수하게 많다. 앞으로도 그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이 상황에서도 미래까지 보장받을 수 있는 막강한 경쟁력의 기업들은 존재한다. 굳이 하나를 꼽으라면 역시 환경과 웰빙을 모토로 내건 채 MZ 세대를 공략 중인 허난(河南)성 뤄허(漯河)의 웨이룽메이웨이(衛龍美味. 이하 웨이룽)라고 단언해도 괜찮을 것 같다.

슈퍼 히트 제품인 라탸오(辣條. 매운 쫀드기) 하나만으로 1년에 올리는 60억 위안(元. 1조2000억 원) 이상의 연간 매출이 무엇보다 이 단정이 정말 괜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잘 말해주지 않나 싶다. 국민 간식업체로 통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지난 세기 말인 1999년 출범한 웨이룽은 초창기 때만 해도 크게 인정을 받는 기업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고 해야 한다. 조금 더 심하게 말하면 정크 푸드(불량 식품)를 파는 도태 1순위 기업이었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이미지를 쇄신, 국민 간식 업체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기업 가치가 2021년 말을 기준으로 600억 위안에 이른 것은 확실히 괜한 게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웨이룽이 이처럼 불량 기업에서 초우량 공룡으로 거듭난 이유는 많다. 무엇보다 좌고우면하지 않은 채 간식 기업이라는 본업을 잊지 않고 일로 매진한 이른바 ‘젠츠다오디(堅持到底), ‘끝까지 가는 것을 견지함’ 전략을 꼽아야 한다.

중국의 간식 업계는 트렌드가 엄청나게 빠르다. 짝퉁 국가답게 기업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경쟁적으로 한국이나 일본 브랜드들을 많이 카피해 출시하기도 한다. 이 현실에서 라탸오를 우직하게 최대 주력 제품으로 끌고 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도 한때는 정크 푸드로 낙인찍힌 상품을 말이다. 그러나 웨이룽은 시쳇말로 ‘먹 먹어도 고!’라는 식의 한 길을 걸어갔다.

베이징의 한 슈퍼에서 젊은 소비자가 웨이룽의 라탸오 제품을 들고있다. 젊은 층으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제공=징지르바오(經濟日報).

불량 식품 이미지를 벗기 위한 노력도 거론해야 한다. 솔직히 말해 창업 초창기 라탸오는 괜히 정크 푸드로 불린 것이 아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우선 제조 시설이 소규모였던 탓에 표준화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당연히 품질이 어제, 오늘 다를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시간 별로 차이가 나는 경우도 흔했다. 소비자들로부터 욕을 바가지로 먹어도 할 말이 있을 턱이 없었다. 급기야 웨이룽 경영진들은 출범 5년이 되는 2004년을 전후해 특단의 대책을 수립하기에 이르게 된다. 대대적 투자를 통해 표준화 생산 라인을 구축하기 시작한 것이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우선 제품의 품질이 확연하게 좋아졌다. 제품 품질이 좋아졌으니 가장 문제가 됐던 공급망 고민도 빠른 속도로 개선됐다. 전국 곳곳의 소매점 상인들이나 슈퍼 등에서 제품을 제때에 달라고 아우성을 쳤을 정도였다.

이에 대해서는 베이징 시청(西城)구 첸먼와이(前門外) 다자란(大柵欄)에서 작은 슈퍼를 경영하는 40대 초반 천하오(陳浩) 사장의 말을 들어봐야 잘 알 수 있다.

“우리 청소년 때 먹던 라탸오는 진짜 불량 식품이 아니라고 하기 어려웠다. 그런 걸 왜 먹느냐고 부모님에게 많이 야단을 맞기도 했다. 하지만 중독성이 강해 끊을 수가 없었다. 나중에는 부모님 몰래 숨겨 놓고 먹었다. 하지만 지금 10대 초반의 우리 아이는 부모 눈치 보지 않고 먹는다. 우리도 안심하고 있다. 우리 슈퍼에도 물건이 들어오면 바로 동이 난다. 인기 절정이라고 해도 좋다.”

베이징 하이뎬(海淀)구 상디(上地)산업단지 내에 내걸린 웨이룽의 광고판. 전국적인 인기를 실감하게 한다./제공=징지르바오.

제품의 다양한 구성 역시 주목해야 할 것 같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웨이룽 하면 라탸오를 즉각 떠올렸다고 해도 좋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웨이룽이 다른 제품들에도 신경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곤약, 건두부, 육포, 닭발, 누룽지 스낸 등이 이에 해당한다. 아직은 라탸오의 명성을 따라가려면 힘에 부치나 이들 중 한 제품 정도는 조만간 기적을 일궈낼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MZ 세대들의 높은 충성도는 더 말할 필요조차 없다. 소비자들의 구성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90% 이상이 35세 이하의 젊은 층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들은 단순히 소비에만 적극적인 것이 아니다.

자신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홍보에도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구나 이들 중에는 팔로워를 수백만명이나 거느린 왕훙(網紅. 인터넷 스타)들도 있다. 그야말로 ‘불감청, 고소원(不敢請, 固所願)’, ‘감히 청하지는 않지만 진실로 바라는 바’가 아닌가 보인다.

웨이룽의 현재 위상은 막강하다. ‘2021년 글로벌 유니콘’ 순위에 오른 중국 기업 301개 가운데 16위에 자리하고 있다. 벽촌의 지방 기업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엄청난 위상을 자랑한다고 볼 수 있다.

경영 실적도 좋다. 2021년 기준으로 순이익 50억 위안 전후를 기록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매출액의 거의 절반이 순이익이라고 보면 된다. 엄청난 수익률이라고 할 수 있다. 향후 전망은 더욱 좋다. 업계에서는 앞으로도 매년 평균 30% 가까이 순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웨이룽의 경영 슬로건 중 하나는 “환경과 웰빙 전략으로 세계인이 중국의 맛을 알게 하자.”라는 것이다. 중국을 넘어 글로벌 기업이 되겠다는 야심을 담고 있다. 오는 10월 홍콩 증권 시장 상장을 위해 4번째 도전장을 내는 것은 이 야심과 맥락을 같이 한다.

그러나 야심을 확실하게 달성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장애물이나 현안들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경쟁에서 여유 있게 살아남아야 한다. 경쟁업체인 량핀푸쯔(良品鋪子), 싼즈쑹수(三只松鼠)의 라탸오가 후발주자의 제품답지 않게 강력한 위상을 구축해가고 있는 현실을 봐도 잘 알 수 있다. 시장에 참여하는 업체가 무려 1000만 개 가깝다는 것은 더 말할 필요조차 없다.

도저히 추월하지 못할 극강의 질과 브랜드 평판 유지도 필수적이라고 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별로 그렇지 못하다. 연구 개발과 홍보 및 이미지 개선에 더욱 노력을 필요가 있다는 말이 된다. 이외에 직원들의 높은 이직률, 본사가 지방에 있다는 한계 역시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만약 이 장애물이나 현안들을 슬기롭게 극복할 경우 웨이룽은 자신들의 비원대로 100년 가는 기업이 될 수도 있다. 더불어 10월에는 몰라도 아무리 늦어도 내년에는 홍콩 상장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글로벌 브랜드가 되겠다는 웨이룽의 야심은 머지 않은 장래에 현실로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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