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기준금리 3% 시대
가계·기업 모두 변동금리 비중 높아 이자 부담 ↑
한은 “취약 차주 등 중심으로 부실 위험 커져... 한계기업 속출할 듯”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남지연 기자】 한국은행이 12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0.50%p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하면서 10년 만에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연 3%대를 기록하게 됐다.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가운데 국내 가계대출과 기업대출 모두 변동금리 비중이 높은 탓에 차주들의 이자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1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 따르면 금통위는 이날 오전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현재 2.50%인 기준금리를 3.0%로 인상했다.

이번 인상은 지난 4·5·7·8월에 이은 다섯 차례 연속 인상으로, 한은 사상 최초다. 기준금리가 3%대 접어든 것도 지난 2012년 10월 이후 10년 만이다.

금통위의 이번 결정은 최근 계속되고 있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풀이된다. 지난 9월 기준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5.6% 오른 108.93으로 집계됐다. 물가상승률이 5%대 중반에서 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국내 경기가 둔화되고 있지만 물가가 목표 수준을 크게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가파른 금리인상에 가계 및 기업부채 리스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22일 발표한 ‘2022년 9월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1869조4000억원(카드사용액 포함)에 이른다. 이는 1년 전보다 3.2% 증가한 수치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해 9월 가계대출 잔액 기준 기준금리가 0.50%포인트 오르면 가계가 연간 부담해야 할 이자는 2020년 말 대비 6조4000억원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차주들의 이자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8월 신규취급액 기준 가계대출 고정금리 비중은 24.5%에 불과하다. 바꿔 말하면 변동금리 비중은 75.5%로, 가계대출 차주 10명 중 7명 이상은 변동금리를 받는 셈이다.

한은은 지난달 22일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금리 상승으로 채무 상환 부담이 가중되면서 저소득·영세 자영업자, 가계 취약차주(다중채무자 중 저소득·저신용자), 과다 차입자 등 취약부문 중심으로 부실 위험이 커질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기업대출 규모 증가세는 더욱 가파르다. 올해 2분기 말 기준 기업대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8% 늘어난 2476조3000억원을 기록하며 가계대출보다 높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기업대출 중 고정금리 비중은 8월 신규취급액 기준 32.5%다. 바꿔 말하면 변동금리 비중은 67.5%로, 10개 기업 중 6개 이상은 변동금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증가하면서 한계기업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한계기업은 3년 연속 영업이익이 이자 비용에도 못 미치는 기업을 말한다.

앞서 한은은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서 "기업 신용(빚)의 높은 증가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국내외 경기 둔화, 대출금리 인상, 환율·원자재가격 상승 등 경영 여건이 나빠질 경우 기업 전반의 이자 상환 능력이 약해져 올해 한계기업 비중은 전년보다 상당폭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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