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통영서 뱃길 30~40분....맑은 날 지리산 천왕봉 보여 '지리망산'

【뉴스퀘스트=글·사진 김재준(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물결과 어울려 사는 섬, 경남 통영시 사량도(蛇梁島)는 윗섬(上島)과 아랫섬(下島), 수우도 3개의 유인도(有人島)와 크고 작은 섬 10개가 넘는 무인도로 구성돼 있으며, 1500여명 남짓한 주민들이 산다.

상·하도 두 개의 섬이 마주보는 사이 바다는 강처럼 보인다해서 '동강'으로 부른다.

윗섬의 등을 따라 동서로 길게 뻗은 지리산, 달바위, 가마봉, 옥녀봉이 서로 연결돼 긴 뱀을 따라 가는 듯한 곳이다.

사량도에 대여섯 번, 마지막에 다녀온 것이 벌써 몇 해가 흘렀다.

10시경 가오치 선착장에 바람이 세고 파도가 높았지만 내해(內海)라서 멀미 걱정은 덜었다.

통영에서 섬으로 들어가는 배는 7시부터 두 시간 간격으로 막배가 오후 5시, 나오는 배는 홀수시간이다.

뱃삯은 편도 5000원, 30~40분 배를 타고가면 사량도 금평리 선착장에 닿는다. 

가오치 선착장. [사진=김재준(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가오치 선착장.
연락선. [사진=김재준(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연락선. 
한려수도. [사진=김재준(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한려수도. 
사량도 선착장. [사진=김재준(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사량도 선착장. 

물결은 떨어진 낙엽처럼 일렁이는데 올망졸망한 섬들 곁에 두고 하얀 부표 마다 배위에선 물일 하느라 분주하다.

바다 들판이 움직인다.

산이 되어 움직인다.

바다의 모든 것이 움직인다.

들판과 산을 헤치며 흘러가는 배들.

바닷바람이 연락선의 굴뚝연기를 확 흔들어댄다.

섬을 연결하는 연도교(連島橋) 공사를 하는지 교각이 하늘 찌를 듯 높이 섰고 배들은 어물어물 내항으로 빨려 들어간다.

부우~ 푸른 음표 위의 힘찬 베이스, 뱃고동 소리 정겹다. 

30분 흘러왔으니 11시 30분 어느덧 사량도에 발을 디딘다.

배에서 내리니 바닷물 속이 훤하다.

이 섬에 닿으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막걸리를 사는 것이다.

선착장 뒤편 상점에서 담은 막걸리는 투박한 맛인데 1리터 한 병에 여전히 5000원이다. 

칠순이 넘은 백발의 시내버스 기사님이 승객을 기다리며 섰다. 

“몇 시에 출발 합니까?” 

“……” 

“배에서 사람들이 다 내려야 갑니다.” 

“하도에서 태워온 사람들까지 기다려야 해요.” 

“……” 

돈지 초등학교. [사진=김재준(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돈지초등학교. 

 버스는 2시간 간격으로 다니는데 나른한 섬마을의 봄볕을 싣고 정오 10분 전 출발한다.

15분쯤 덜컹거려 돈지마을에서 내린다.

5분가량 걸으니 돈지초등학교 고샅길이 고즈넉하다.  

들길에는 물 기운이 피어오르고 노란 유채꽃 하늘거린다.

파릇한 풀잎은 물방울 터는데 말쑥한 표정이다. 

말오줌대. [사진=김재준(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말오줌대. 

말오줌대·사스레피나무·보리수·탱자·팽·붉·굴피·광대싸리, 으름덩굴·노간주·두릅·작살·예덕나무, 사위질빵·닭의장풀·여뀌, 곰솔·소사·신갈·상수리·비목·가막살·쇠물푸레나무…….

말오줌대는 군락지에 말 오줌 냄새가 난다고, 말에게 나무를 달여 먹이면 오줌을 잘 눈다 해서 말오줌나무라는 이름이 붙었다.

부러진 뼈를 붙이는 접골목(接骨木)으로 쓰이는 약용 나무다.

접골목류에는 말오줌대, 지렁쿠나무, 딱총나무 등이 있으며 열매가 모두 빨갛게 익는다.

모양이 아름다워 관상용으로도 많이 심는다.

말오줌때라고도 하는데 억센 발음 위주로 불려진 이름.

무환자목 고추나무과, 산기슭이나 바닷가에서 자란다.

마주나는 잎은 홀수 1회 깃꼴겹잎, 긴 달걀 모양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열매를 술에 담가 마시면 피로해소·감기·이뇨·신경통·타박상·골절 치료에 오늘날까지 전승되는 민간약이다.

재질이 부드러워 세공용으로 썼으며 가지 속에 수(髓)가 있어 부러지기 쉽다.

딱총나무는 정월보름 무렵 귀신을 쫓는 주술적인 의미가 있다.

가지의 심지를 빼고 종이 총알을 만들어 넣고 쏘거나, 나무를 부러뜨리면 딱 소리가 나 딱총나무라 불렀다. 

고샅길 탱자나무. [사진=김재준(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고샅길 탱자나무. 

고샅길 탱자나무 열매도 노랗게 익어서 갈 길을 더디게 한다.

예전에 마을에 전염병이 돌면 가시가 많은 탱자나 엄나무 가지를 꺾어 안방 문 위에 걸어 놓는 풍습이 있었다.

해안가에 바닷바람과 외적의 침입을 막으려고 탱자나무를 많이 심었다.

강화도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탱자나무는 병자호란 때 심었던 것.

5월에 잎보다 먼저 흰색 꽃이 핀다.

꽃자루가 없고 노란색 열매는 향기가 좋아 화장품과 향료로, 다이어트에 술을 담가 마시고 열매를 말려 습진치료, 설사를 멎게 하거나 건위제로 썼다.

녹색을 띠어 상록수로 착각할 수 있으나 낙엽관목이다.

울타리 나무로, 귤나무 대목(臺木)으로 쓴다.

중국 원산, 경기도 이남에 잘 자란다. 

농개섬과 수우도. [사진=김재준(시인·전 경북산림환경연구원장)]
농개섬과 수우도. 

좁은 산길을 올라 오후 1시 5분 첫 번째 바위산 정상에 닿으니 창선도, 삼천포대교가 눈앞이다.

한 잔 들어 삼천포 항구 쪽을 다시 굽어본다.

돈지마을 바다 위에는 햇살이 내려앉아 눈이 부시다.

점심 먹고 1시 50분 자리에서 일어선다.

갈림길(돈지1.5·내지1.7·금북개1.1·지리산0.6킬로미터) 능선 따라 동쪽으로 걷는 바위길, 팥배·노린재·소나무·감나무, 예덕나무는 전라도 섬의 나무보다 작다. 

산을 오르는 길은 여러 갈래다.

사량도 등산은 대게 돈지에서 출발하는데 깎아지른 절벽과 밧줄, 철 계단이 많아 상당히 위험하다.

동쪽으로 지리산, 가마봉, 옥녀봉을 거쳐 사량면사무소까지 대략 8㎞, 5시간 반 정도 걸린다.

옥녀봉 일대에서 추락사고가 잦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뒤를 돌아보면 앞에는 농개섬, 뒤에 있는 큰 섬이 수우도. 농개섬은 뱀의 머리 앞에 먹이인데 개구리라는 것.

맑은 날 지리산 천왕봉이 보여 지리망산, 지리산의 산세가 사량도까지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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