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훈 대표, 올해 6월 메타버스 활용한 글로벌 시장 공략 의지 밝혀
데이터센터 분산 관리, 재난 예방 내부 대책 마련 등 안전장치부터 마련해야
"데이터센터 국가가 관리해야"…‘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 다시 발의

지난 15일 발생한 화재로 사상 초유의 먹통 사태를 일으킨 카카오를 두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 논의가 정부, 국회, 관련 업계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5일 발생한 화재로 사상 초유의 먹통 사태를 일으킨 카카오를 두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 논의가 정부, 국회, 관련 업계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민수 기자】 지난 6월 남궁훈 카카오 대표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카카오 내 다양한 서비스를 연결하는 메타버스 전략 ‘카카오 유니버스’를 공개하며 글로벌 시장 공략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당시 남궁훈 대표는 “카카오 하나로 세상 모든 관심사가 연결되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 계획을 갖고 있다”며 “우리의 변화는 이미 시작됐고, 1%(5000만 국내 이용자)에서 99%(50억 글로벌 이용자)로 향하는 카카오의 도전은 비욘드 모바일, 비욘드 코리아라는 큰 비전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SK C&C 판교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로 카카오 서비스에 사상 초유의 대규모 중단 사태가 발생하면서 글로벌 사업 추진보다 재발 방지 시스템 구축부터 선행해야 한다는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 ‘카카오’만한 기업이 데이터센터는 임대 운영?

카카오 서비스가 먹통이 된 이유는 지난 15일 SK C&C 판교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화재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이번 화재는 오후 3시 19분께 전기실에서 발생했으며, 약 3분 뒤 서비스 전원이 차단됐다.

이후 16일 새벽 1시 30분부터 데이터센터의 전원 공급이 재개된 후 순차적인 복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SK C&C 판교 데이터센터는 카카오가 임대로 데이터센터를 활용하고 있는 곳이다.

같은 건물에서 화재가 났지만, 네이버는 주요 4개 서비스(포털·쇼핑·시리즈온·파파고) 중 포털 검색 기능을 제외한 3개 서비스가 완전 복구된 반면 카카오는 주요 서비스 13개 중 절반이 넘는 9개의 서비스가 아직 일부 기능 복구 중에 있다.

네이버가 카카오보다 훨씬 빠르게 기능을 복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자체 데이터센터를 보유하고 있고, △주요 서비스 이중화 △서비스 컴포넌트 분산 배치 △백업 시스템 운영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경기도 안산에 있는 한양대 에리카캠퍼스에 자체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있는 카카오는 판교 데이터센터를 임대·활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카카오가 판교 데이터센터에 심하게 의존하고 있어 복구가 더욱 느려지고 있다는 관측을 내놓았지만, 카카오는 대외비라는 이유로 구체적인 해명을 피했다.

◇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처럼 데이터센터 여러 곳에 분산 배치해야

주요 기업들이 방대한 데이터를 데이터센터라는 시설을 통해 관리한다.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 등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데이터센터는 2000년 53곳에서 2020년 156곳으로 약 3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현재 데이터센터 건립이 진행 중인 곳이 상당하기 때문에 2025년이 되면 180곳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러나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기업들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기업들은 비용 등을 이유로 데이터센터 여러 곳을 활용하는 경우가 드문 것으로 전해졌다.

대표적인 예로 이번에 사상 초유의 먹통 사태를 일으킨 카카오도 자체 데이터센터 구축은 내년에나 이뤄질 전망이다.

구글과 아마존은 약 30곳의 데이터센터를, 마이크로소프트는 약 60곳의 데이터센터를 운영함으로써 화재, 지진, 테러 등 갑작스러운 사고에 대비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수익 확보에만 급급해 화재와 같은 위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제대로 된 대처에 나서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따라 국민들의 실생활과 밀접한 플랫폼 사업을 운영하는 기업의 경우 재난 사태가 터졌을 때 신속한 복구와 재가동 시스템을 갖출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회에서는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을 오는 2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종합국감장에 증인으로 부르기로 했다.

국민의힘이 김범수 의장을 비롯해 이해진 네이버 GIO(글로벌투자책임자), 최태원 SK 회장, 홍은택 카카오 대표, 최수연 네이버 대표, 박성하 SK C&C 대표 등 이번 카카오 먹통 사태와 연관된 CEO들의 증신 출석을 요구했는데 더불어민주당이 이를 전격 수용했다.

이번 국감에서는 카카오 먹통 사태로 인한 데이터센터 관리 실태, 법규 규정, 향후 대책과 함께 카카오톡과 같은 생활밀착형 플랫폼의 ‘독과점’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태원·김범수·이해진 [사진=연합뉴스]
최태원 SK회장·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 [사진=연합뉴스]

◇ 2년 전 좌초됐던 ‘방송통신발전기본법’ 제정, 탄력 받나

국회와 정부 당국은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 논의에 들어갔다.

국민의힘은 ‘초연결 사회의 민생이 위협 받았다’는 공식 논평을 통해 지난 2012년 데이터센터 문제로 카카오톡이 약 4시간 동안 중단되었을 때도 같은 문제가 지적됐고, 10년이 흘러 몸집이 수만 배로 커졌는데도 나아진 것이 없다고 꼬집었다.

양금희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카카오는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는 등 소비자의 권익 향상을 위한 노력은 크게 기울이지 않고, 문어발식 인수합병 및 기업공개 등 사업 확장에만 매달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선 시대 조선왕조실록도 화재, 파손 등에 대비해 4대 사고에 분산 보관했다”며 “그동안 카카오에서 데이터센터와 사후 대응 시스템 등을 어떻게 관리했는지 소상히 규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도 이번 카카오 먹통 사태를 강력하게 비판하면 지난 2020년에 폐기된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의 재추진 의지를 밝혔다.

해당 개정안은 민간 데이터센터를 국가가 관리하는 재난시설에 포함해 각종 사고로부터 체계적으로 보호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기업에 대한 이중 규제 논란이 불거지면서 끝내 국회 통과가 불발됐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번 사태에서 알 수 있듯이 디지털 플랫폼에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국민들이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며 “신속하게 입법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카카오 먹통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한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번 개정안은 카카오, 네이버 등 주요 온라인 서비스와 이들 업체의 데이터센터를 국가 재난관리 체계에 포함하는 방안을 주요 내용으로 삼고 있다.

조승래 의원은 “지난 주말 화재 발생으로 인해 국민 실생활에 직결된 온라인 서비스 다수가 먹통이 됐고 일상이 멈췄다”며 “국가 재난관리 체계를 정비하고 주요 서비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추후 이런 사태가 또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 당국도 카카오, 네이버와 같이 국민들이 자주 이용하고 있는 부가통신사업자의 서비스 안정수단이 제대로 확보·운영되고 있는지 수시로 점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부가통신사업자의 서비스 안정성 의무 이행 여부를 점검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할 것”이라며 “데이터센터 생존성을 높이기 위해 강화된 보호조치 등 제도적·관리적·기술적 방안들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 카카오 이용자는 “IT업계의 거대 공룡으로 볼 수 있는 카카오가 화재 한 번으로 이틀 넘게 서비스 복구를 못하는 게 말이 되는가 싶다”며 “기업이 사업 영역 확장과 수익 창출에만 몰두하지 않고, 이런 사고가 터졌을 때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정부가 규제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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