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로드 비정규직 노동자 180여 명 본사 점거농성 한 까닭은

[트루스토리] 윤한욱 기자 = 국내 최대 케이블 업체 가운데 하나인 ㈜티브로드홀딩스(이하 티브로드)의 위장도급 의혹이 제기됐다.

원청업체가 협력업체를 사실상 운영하고, 협력업체의 직원들을 관리하는 등 불법적인 도급관계가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으로 이번 사태가 공론화될 경우 불법파견, 위장도급 논란이 서비스업 전반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종합유선방송사업(Multiple System Operator, MSO)자인 티브로드는 전국에 고객을 모집하는 22개의 고객센터와 케이블 설치·철거 및 AS 업무를 하는 25개 기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 센터는 모두 업무위탁계약을 체결한 협력업체들로 여기서 일하는 고객센터 직원들과 서비스 기사들 역시 티브로드 소속이 아닌 각 협력업체의 직원들로 도급 관계에 있는 원청인 티브르도는 협력업체 직원에 대해 인사나 노무 관리를 할 수 없다.

그러나 티브로드 마케팅실이 지난해 12월 작성한 ‘고객센터 구조 개선방안’이라는 제목의 문건에 따르면, 티브로드 본사는 협력업체 사장(센터장)을 직접 내부발탁, 외부영입, 전환 배치해 왔다. 또한 티브로드 측이 협력업체의 사무실 운영비용과 협력업체 직원들이 받는 수수료, 인센티브까지 일일이 정해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또 다른 내부문건에서는 티브로드 본사가 협력업체인 고객센터 직원들을 대상으로 인력구조조정을 계획하기도 했다.

사실상 이번에 드러난 티브로드의 운영실태는 제조업, 서비스업을 넘어서 방송사업 전반에까지, 업종을 불문하고 불법적인 간접고용(불법파견) 및 사실상의 위장고용 사례가 만연되고 있음을 입증하고 있는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민주노총 서울본부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 비정규직 티브로드지부는 30일 오전 8시10분 광화문 흥국생명 빌딩 8층 티브로드 본사에 들어가 점거농성을 시작했다. 티브로드지부는 지난 9월4일부터 이날까지 27일째 파업투쟁을 벌이고 있다.

 
티브로드지부가 본사 8층에서 농성을 시작한 후 이날 오전 11시 태광-티브로드 본사(흥국생명) 앞에서 노동·사회·시민단체가 본사 면담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티브로드지부 조합원 40여 명과 연대단체 성원들은 “태광-티브로드 원청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책임감을 갖고 면담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 자리에서 이남신 케이블방송 공공성보장과 비정규직 노동자 노동인권보장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은 “한 달 간 어렵게 파업투쟁을 벌이며 싸워 온 지금 이상윤 사장이 결단해야 한다”면서 “원청 실질사용자가 꼬리를 감추고 도망가기에 급급했지만, 위장도급이 이미 밝혀졌고 근로기준법 위반도 사실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집행위원장은 “태광과 삼성, 현대 등 재벌그룹들이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앞장서 나서야 하며 사각지대에서 고통받는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 노동인권을 위해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이미 비리로 얼룩진 태광그룹의 명운이 달린 이 사태를 사측은 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봉희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태광그룹이 여러분의 근로조건과 임금 등을 결정하는 구조이고 명백한 위장도급이니 여러분은 티브로드 직원”이라며 “10월26일 투쟁과 11월 전국노동자대회를 통해 이 문제를 전체 노동자의 문제로 받아 투쟁을 조직하고 적극 엄호할 것”이라고 격려했다.

노동·사회·시민단체들은 이에 따라 향후 태광-티브로드의 비리, 횡령, 위장도급, 노조탄압 등 각종 위법행위에 대한 사회적 처벌과 규탄투쟁을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티르로드 지부 관계자는 “티브로드가 케이블업계 1위를 달리며 순이익만 1800억을 벌어들이는 동안 평균 경력 10년의 티브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영업과 실적을 강요당하며 열악한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시달려왔다”며 “결국 그동안 우리들을 쥐어짜 엄청난 돈을 벌어들였기 때문에 사측에 대해 본사 점거농성을 통해 대화와 교섭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티브로드지부 본사 점거농성을 엄호하기 위해 연대단체들은 오늘 오후 3시 본사 앞 집중집회와 오후 7시 촛불집회를 연다. 민주노총 서울본부도 내일 집중투쟁의 날을 기해 티브로드 본사 앞에 집결해 원청의 책임감 있는 교섭과 사태 해결을 촉구한다.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