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스토리]

김형준 편집위원

‘빈곤’, ‘몰락하는 중산층’, 그리고 ‘시장의 축소’라는 우리만의 문제가 아닌, 범세계적인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경제학적’ 세 가지 동력이 존재한다. 이는 세계화의 패러독스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긍정적인 동인이 될 수도 있고 부정적인 동인이 될 수도 있다.

첫 번째 동력은 ‘정보’와 ‘커뮤니케이션 기술 인프라’에 대한 빈곤층의 접근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빈곤층이 더 많은 정보를 접하고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야만 한다.

이를테면 인터넷 보급으로 인해 인도의 농부들은 해외 무역시장의 농산물 시세를 매일 체크하는 ‘온라인 농부들’로 변화하고 있다. 또한 그들은 인터넷을 통해 최신 영농기법, 일기예보 등을 비롯한 여러 중요한 정보를 얻는다. 이로써 농부들은 생산물에 대한 최적의 가격을 산정할 수 있다. 방글라데시의 경우 이동통신사인 그라민폰(Grameen Phone)이 휴대전화를 보급함에 따라, 농부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향상되고 지역사회 내의 소통이 추진되었다.

두 번째 동력은 성장 시장의 ‘공급 초과’와 ‘소비 부족’, ‘피라미드 상부와 중간부의 경쟁 심화’가 함께 만들어내게 되는 힘이다.

이러한 현상이 심화되면 대기업은 성장을 위해 다른 시장을 찾게 된다. 국내은행들과 달리 선진국 은행들은 현재 ‘대출 부적격자’였던 사람들을 고객으로 인식하고 저소득층에 소액 대출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상류와 중류층 고객들이 점차 줄어들자, 남미의 일부 금융기관들은 이와 같은 전략을 도입해 포트폴리오 리스크를 분산시키고 있다.

유니레버 같은 다국적 기업들은 성장을 모색하기 위해서 이미 농촌시장에 진출할 발판을 마련했다. 농촌 지역 소비자들의 니즈는 비교적 단순하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도 더 낮은 비용으로 공략할 수 있다. 델은 선진국 시장에서의 매출 부진을 상쇄하기 위해서 저가 컴퓨터를 들고 인도 시장을 적극적으로 개척하면서, 수많은 채널파트너들과 협력하고 있다.

마지막 동력은 인구가 밀집된 도심으로 사람들이 몰려드는 현상을 ‘저지하는’ 정부 정책이다. 도심의 과도한 발전은 도시 인프라에 커다란 압박을 가한다.

반면 농촌이나 교외 지역에 대한 투자가 충분히 이뤄진다면, 해당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도시로 이주하는 가속화 현상도 저지할 수 있다. 이 같은 전략을 취하면, 인도처럼 델리, 뭄바이, 캘커타 같은 대도시에 발전이 과도하게 집중되어 인프라 문제가 생겨나는 일을 예방할 수 있다.

이 세 가지 동력은 개발되지 않은 시장을 찾아내는 데, 즉 저개발 시장이 기업의 수요로 진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사람들의 정보 접근성이 용이해지면, 제품을 홍보하고 그들을 교육하는 일도 더 쉬워진다. 그리고 정부는 농촌 지역에 투자하는 기업을 지원하는 일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결론을 얻게 된다. ‘좋은 일을 행함으로써 기업 이윤도 창출하는 것(즉 빈곤퇴치에 기여함으로써 비즈니스 성장도 달성한다는 것)’은 선진 시장의 미개발 타킷이나 이머징 마켓에 대한 투자를 통해 성취할 수 있는 매우 명확한 ‘비전’이라는 것이다.

코넬대의 스튜어트 하트(Stuart L. Hart) 교수와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 석좌교수인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은 이를 일컫어 ‘아래쪽을 향한 위대한 도약’이라고 불렀다.

경제적 피라미드의 아래쪽, 즉 ‘불균형적인 경제성장이 야기한 사회적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파괴적 혁신이 필요한 곳’을 향하기 때문이다. 파괴적 혁신은 대게 빈곤층 소비자들에게 먼저 선택받는, 보다 저렴하고 단순하며 편리한 제품을 만들어낸다. 빈곤층을 위한 파괴적 혁신 제품의 예로는 5달러짜리 휴대전화, 100달러짜리 노트북 등을 들 수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시장의 왜곡’이 아니다. 삼성전자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S4’가 이른바 헐값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해 ‘갤럭시S3’와 판박이다. 실구매가 17만원까지 같다. 제조사의 밀어내기와 통신사의 재고처리 관행이 여전하다는 증거다. 7일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주말 하이마트가 갤럭시S4를 17만원에 판매한 것에 대해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17만원짜리 스마트폰이 우리 사회의 빈곤을 감소시킬 수 있을까.

삼성전자가 새겨들어야 할 전문가의 조언이 있다. 하버드 대학 마이클 추 교수에 의하면, ‘창의적 혁신’이 진정으로 빈곤을 감소시키는 데 기여하려 다음과 같은 요건이 필요하다고 했다. 먼저 빈곤에 시달리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줄수 있을 만큼 ‘혁신의 규모’가 커야 하고, 해결책이 수세대를 거쳐 유효할만큼 ‘지속성’을 지녀야 하며, 마지막으로 해결책의 효과가 ‘가시적’이어서 변화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 1등 기업인 삼성은 이런 것과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 그저 17만원으로 가난한 소비자들을 농락했을 뿐이다.

결과적으로 인위적 시장 왜곡을 불러 일으켰고, 삼성전자 쏠림을 강화시켰다. 삼성전자는 여전히 자금력을 앞세워 재고를 털고 신제품 마케팅에 집중하는 자신들에게 ‘좋은 일’을 행함으로써 기업 이윤을 창출하는데 주력한 것이다. 불쌍한 건 여전히 삼성전자의 기만술에 농락당하는 ‘빈곤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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