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스토리] 윤한욱 기자 = ‘특검’에 출석한 이명박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34)가 26일 자정을 넘기며 15시간에 가까운 시간 동안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지난 25일 내곡동 사저 부지매입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이광범 특별검사팀의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 나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시형씨는 이날 조사를 받고 특검 사무실을 나서면서 “서면 답변 때와 같은 취지로 대답을 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일부 오류가 있었는데 최대한 진술하고 나왔다”고 대답했다.

다소 피곤해 보이는 모습으로 나타난 시형씨는 “충분히 소명을 했느냐”는 추가적인 질문에도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답변하고 나왔다”고 말했다.

또 “억울한 점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억울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고, “국민에게 죄송하지 않느냐”는 날선 질문에는 “성실하게 답변을 드리고 나왔다”고 말을 아꼈다.

시형씨는 앞선 검찰 서면 조사에서 “어머니 김윤옥 여사의 논현동 땅을 담보로 농협 청와대 지점에서 6억원을 대출받고 큰아버지인 이상은 다스 회장에게서 현금 6억원을 빌려 부지 매입대금을 충당했다”고 진술했다.

또 “이명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관련 업무를 청와대 총무기획관실 김세욱 전 행정관(별건 구속수감)에게 부탁해 진행했다”고 답변한 바 있다.

특검팀에 따르면 시형씨는 이날 조사에서 미리 준비해온 소명 자료를 토대로 자신의 혐의에 대해 적극적으로 소명했다.

이와 관련 이창훈 특검보는 브리핑에서 “(시형씨를 상대로) 전반적인 부분을 다 확인하고 있다”며 “변호인의 참여 하에 적극적으로 진술하고 있다”고 조사 상황을 전했다.

◆'내곡동 특검' 청와대 직접 겨누나

이처럼 의혹의 핵심 당사자 중 한명인 시형씨가 소환 조사를 받으면서 특검의 칼끝이 어디를 겨냥하고 있는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고 있다.

시형씨 조사에 앞서 특검팀은 최근 저축은행 비리로 구속수감 중인 김세욱 전 행정관을 조사해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으로부터 시형씨의 내곡동 땅 매입 실무를 도와주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받아낸 상태.
 
이 대통령의 오랜 ‘집사’로 불리는 김 전 기획관이 내곡동 부지 매입 과정에 깊숙이 관련됐다는 정황이 드러난 만큼, 특검수사는 청와대를 겨냥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반적인 시각이다.

야권 일각에서는 특검팀이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대로 수사를 하고 있는 까닭에  김백준 전 기획관을 비롯해 임태희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에 대한 조사에 들어가는 수순을 밟게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실제 특검팀 관계자는 지난 23일 온종일 청와대를 방문했던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특검팀이 시형씨가 매입자금으로 구한 12억원에 수사 초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김윤옥 여사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 대통령은 헌법 84조에 따라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기 때문에 특검수사 대상에서는 배제될 수 있지만 김윤옥 여사는 사정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창훈 특검보는 25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이 대통령 내외도 수사 대상이냐”는 질문에 “(시형씨에 대한) 조사 결과가 나와야지 다시 검토해서 어디까지 소환하고 확인할 것인지가 나온다”며 그 가능성을 열어뒀다. /사진출처=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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