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앞두고 1100명 감원설… 쌍용차 사태 재연되나

[군산=트루스토리] 윤한욱 이민호 기자 = 그간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해왔던 한국지엠이 군산공장 일부 정규직을 포함해 ‘1100명 감원안’을 노동조합에 통보한 것으로 전해져 노조가 강력 반발하고 있다.

한국GM은 “GM의 쉐보레 유럽 철수 결정 당시 밝힌 바대로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며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지만, 노조 측은 “노동자들에 대한 GM의 공격이 시작됐다”며 ‘총파업’ 움직임을 시사하고 있다.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군산지회는 24일 노조 특보를 통해 “사측이 희망퇴직, 부서이동을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있다”며 “특히 수출용 반조립(CKD) 생산의 외주화를 검토키로 하며 향후 해당 부문에서 근무 중인 직원 1000여명에 대한 구조조정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지회는 또 “지난해 12월 사무직 6000여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면서 “여기에는 R&D(연구개발) 부서도 포함돼 있다. 연구개발업무는 유지하겠다는 약속도 한순간에 뒤바뀌었다. 사무직 노동자들의 고용불안을 자극하고 단결력을 깨뜨리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특히 “사측은 1월21일 노사협의에서 군산공장 1교대 시행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강하게 못박았다”며 “1교대가 시행될 경우 정규직의 타공장으로 대규모 전환배치와 비정규직의 대량해고가 예상된다. 이는 군산공장만의 문제가 아니라, 부평, 창원에도 곧바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언급했다.

지회에 따르면, 사측은 지난 23일 한국지엠 군산공장에서 진행한 노사협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르지오 호샤 한국지엠 사장은 앞서 지난 16일 열린 노사공동위원회에서 “1교대제 운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호샤 사장은 현재 2개 공장에서 생산 중인 4개 차종(아베오, 트랙스, 말리부, 알페온)을 통합 이후, 단일 조립라인에서 생산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측은 이에 대해 “소형차와 중형차를 한 개 생산라인에서 만들어 수요변화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조는 그러나 “GM이 부평공장에서 중형차 생산을 줄이려는 사전 조치일 가능성이 높고, 그럴 경우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이 뒤따를 가능성이 높다”고 반박했다.

현재 군산공장에는 정규직 1700명, 사내하청 1100명, 사무직 300명 등 총 3100명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노조 측은 전했다. 노조 측은 구조조정이 이뤄지면 사내하청 노동자 대부분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한 1만1000여명의 직원이 일하는 외부 협력업체의 일감이 줄어드는 등 지역경제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군산지회 관계자는 “CKD 외주화, 사무직 희망퇴직, 군산 1교대제, 부평공장 통합 등 사측은 지부와 지회를 시간차를 두고 분열시키고 각개격파하고 있다”며 “총파업으로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지회 측은 “한국지엠의 물량감소는 자연스럽게 부품사의 물량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부품사들의 전망도 어두워지고 있다”며 “최근 연구개발분야 노동자들의 경우 퇴사가 급증하고 있는데, 유럽철수까지 진행되면 일감이 현재의 17%까지 떨어지는 것도 있다”고 우려했다.

지회 관계자는 “완성차 정규직, 비정규직, 사무직과 부품사, 여기에 생산자재 부문과 운수, 유통, 정비와 판매부문 등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수십 만명의 노동자가 있다. 여기에 가족까지 고려하면 한국지엠 구조조정은 사회적 영향력을 상상이상이 될 것”이라며 “수십만 노동자들의 삶이 걸려 있다면 정부가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한편 군산공장은 한국지엠의 유럽 수출용 18만대 중 일부를 포함해 연간 24만대를 생산하고 있다. 유럽 시장에서 쉐보레 브랜드가 철수하게 되면 군산공장의 수출물량은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노동계 일각에서는 지난 2009년 대규모 정리해고로 촉발된 벌어진 쌍용차 사태가 또다시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섞인 전망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쌍용차 사태는 무려 77일간의 장기파업을 끝에 노사가 대타협을 이뤄내며 마무리됐지만, 무급휴직자에 대한 재고용 문제로 한국사회의 새로운 갈등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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