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트루스토리] 정석호 기자 = 유명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인 ‘리그 오브 레전드(LOL)’ 프로게이머로 활약했던 천민기(22)씨가 자신이 승부조작에 연루됐다는 유서를 남기고 투신해 충격을 주고 있다. 천씨는 AHQ코리아 노대철 감독의 승부조작을 도왔다는 글을 작성한 후 투신했다.

13일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 56분께 부산 북구 금곡동의 한 아파트 재활용품 수집창고 바닥에서 천씨가 피를 흘리고 신음하고 있는 것을 이웃 주민이 발견해 신고했다.

천씨는 재활용품 수집창고 지붕으로 떨어져 온 몸에 타박상과 골절상을 입었을 뿐,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로 현재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은 천씨가 자신이 살고 있는 아파트 12층 복도에서 뛰어내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조사 결과, 천씨는 투신 전 자신의 SNS 계정과 게임사이트 등에 유서와 함께 승부조작 폭로 글을 남겼다.

이 글에서 천씨는 자신이 소속됐던 게임팀이 처음부터 승부조작을 위해 기획되고 만들어졌으며 노대철 감독이 불법 스포츠토토로 돈을 벌기 위해 가난한 집안 선수들만 영입했다고 적었다.

천씨는 또 나중에 승부조작 사실을 알게 됐고 노 감독이 승부조작을 권유해오다 이를 거절하자 시즌 중간에 숙소를 없애고 팀을 해체했다고 주장했다.

천씨는 이 글과 SNS에 남긴 유서에서 “5분 안에 저는 떠난다” “가는 김에 혼자 속앓이만 했던 것 풀고 싶다” “전 승부조작에 연루돼 있다” “자의든 강요든 욕만 먹을 게 뻔하다” “이제 무덤이 코 앞이니 털어놓겠다”라고 적어 자살을 암시하기도 했다.

앞서 천민기는 롤 커뮤니티 사이트에 ‘AHQ Korea 승부조작 자백합니다’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 글에서 천씨는 “노대철 감독이 온게임넷에서 대기업 팀에게 져줄 것을 요구했다는 거짓 정보를 앞세워 승부 조작을 종용했”며 “노 감독의 목적은 승부 조작을 통한 사설 토토에서의 수익이었다”라고 폭로했다.

한국e스포츠협회는 2010년 스타크래프트 승부조작 파문에 이어 또다시 승부조작 정황이 일자 곤혹스럽다는 표정이다. 협회는 곧바로 전담 대책반을 구성하고 진상파악에 나섰다.

협회는 이번 사안을 감독에 의한 선수 약취 및 공갈 사기 사건이라 판단, 경찰에 수사 의뢰 및 고발 등 강력 대처키로 했다. 아울러 천민기 투신사건과 관련한 AHQ 코리아 팀에 대한 진상 조사와 향후 대책 등을 논의 중이다.

협회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 대해서 적극적이고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면서 “선수를 상대로 사기, 공갈, 협박한 정황이 드러나면 정식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롤 리그에는 12개 프로팀 외에 스폰서가 있는 아마추어팀이 5개팀 정도 있다.

한편, 천민기의 동료인 김남훈 선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천민기 선수는 현재 부산 백병원 응급실에 입원에 있으며 경찰이 발견 당시 괜찮은 상태였다. 걱정해주신 분들께 감사하다”라는 글을 남겨 팬들을 안심시켰다.

저작권자 © 뉴스퀘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