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흑연업체 '시라'와 업무협약...2025년부터 2000톤 공급
캐나다 광물업계와도 협력..."경쟁력 있는 원재료 선제 확보"

LG에너지솔루션 오창 공장 [사진=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오창 공장 [사진=LG에너지솔루션]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세계 배터리 공급망이 재편될 조짐을 보이자, LG에너지솔루션의 발이 바빠지고 있다.

인센티브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캐나다에 이어 호주 업체로부터 원재료를 공급받기로 한 것. 특히 중국 의존도가 높은 '흑연'의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데 집중한 모습이다.

20일 LG에너지솔루션은 호주를 대표하는 흑연 업체 '시라(Syrah Resources Limited)'와 천연 흑연 공급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양사는 2025년부터 천연흑연 2000톤 공급을 시작으로 협력 규모를 확대하기로 약속했다. 올해 말까지 세부 내용을 협의한 뒤 최종 공급계약을 맺을 예정이다.

시라는 세계 최대 흑연 매장지로 알려진 아프리카 모잠비크 광산을 소유하고 있고, 내년부터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생산공장을 세워 운영에 돌입할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호주 업체와 손을 잡은 배경에는 미국이 최근 통과시킨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대응하자는 취지가 깔려있다.

법안은 미국 혹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국가에서 만든 핵심 광물을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한 배터리를 적용한 전기차에만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주요 공급망에서 중국의 굴기를 꺾겠다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은 캐나다 광물업체 일렉트라, 아발론, 스노우레이크와 협약을 맺고 황산코발트 7000톤과 수산화리튬 25만5000톤을 공급받기로 했다.

이번에 공급을 약속받은 흑연의 경우 배터리 소재 중 중국 의존도가 가장 높은 광물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흑연의 중국산 비율은 70.4%(지난해 기준)에 달한다.

LG에너지솔루션 최고경영자(CEO) 권영수 부회장은 "핵심 전략 시장인 미국에서 경쟁력 있는 원재료를 선제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차별화된 원재료 공급 안정성과 원가 경쟁력을 갖춰 고객들에게 최고의 QCD(품질·비용·납기)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반도체법 등을 통과시켜 '민심 잡기'에 나섰다. [사진=EPA/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인플레이션 감축법과 반도체법 등을 통과시켜 '민심 잡기'에 나섰다. [사진=EPA/연합뉴스]

한편 배터리 공급망의 흐름을 자국 중심으로 가져오겠다는 미국의 의지는 나날이 강해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핵심 광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인 '미국산 배터리 원료 구상'을 발표하기도 했다. 한국·일본·호주 등 우방국과 협력해 광물 공급망을 강화하는 게 골자다.

백악관에 따르면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전기차의 열쇠는 배터리인데, 현재 배터리 생산의 75%는 중국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그러나 중국의 기술이 누구보다 '혁신적'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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