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역사 함께한 친구사이라더니...美 IRA·반도체 규제로 빛바래
가교 역할한 기업들 한숨...철저한 대책으로 눈 뜨고 코 베이지 말아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AFP/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 대통령부터 정계나 재계 고위급 인사들까지, 한국과 미국이 만날 때마다 언급되는 단어가 있다. 바로 '친구'다.

양국의 인연은 첫 외교 조약을 맺은 188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 국무부는 140년간 이어진 양국의 관계에 대해 지난 2020년 설명 자료를 내고 "미국과 한국은 지속적인 우정(friendship)을 바탕으로 오랜 협력의 역사를 공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끈끈한 우정은 현 정부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올해 5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방한했을 당시 만찬 자리에서 "한미 양국은 서로의 훌륭한 친구"라고 강조하며 축배의 잔을 부딪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같이 갑시다"라는 말로 건배를 외쳤다.

그러나 훈훈했던 분위기와 달리, 요즘 두 국가의 우정은 조금은 껄끄러워진 측면이 있다.

한층 강해진 미국 우선주의 때문이다.

지난해 1월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했을 당시 일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의 '아메리카 퍼스트'보다 새 정부의 '바이 아메리칸'이 더 독할 것으로 봤는데, 관측이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실제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제한 등 자국에게 유리한 전략을 쏟아내고 있다.

반도체부터 배터리, 자동차까지 주요 공급망에서 중국을 잘라내겠다는 의지도 표출되고 있이다. 중국 시장을 놓칠 수 없는 한국에 불통이 튈 수 밖에 없는 이슈들이다.

시름이 깊어진 건 기업들이다. 기업들은 경제 협력을 외치는 양국의 추진 과정에서 대규모 투자로 가교 역할을 했지만, 돌아온 건 규제와 차별이었다.

SK하이닉스는 미국의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와 관련해 1년간 별도의 허가 없이 중국 생산시설에 장비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유예 조치를 적용받았지만 "이런 제약 조건들은 여러 가지로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유예 조치가 1년씩 연장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확실하지 않다"고도 했다.

현대차그룹은 북미산 전기차에만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IRA 때문에 고민이 깊어졌다. 정치권에서는 '한국산 전기차 패싱'이라는 표현도 나왔다.

현대차는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 공장을 짓고 있는 만큼 유예 기간을 허용해달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미국에 전달할 예정이지만, 어떤 답변이 돌아올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우리 정부는 미국의 행보를 예측하지 못했을까?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바이든은 문재인정부 때부터 자국 우선주의에 따른 유사한 계획을 계속 예고해왔다"며 "몰라서 대처를 못한 게 아니라, 템포가 느렸던 게 문제였다"라고 지적했다.

여하튼 문제는 지금의 고비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이미 기업들 사이에서는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정책이나 규제를 더 쏟아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이게 끝이 아니다"라며 휴대전화 너머로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친구라는 단어는 한자로 해석하면 '오랜 벗'이다.

한국과 미국 간의 관계에 있어서 그 의미가 단순히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한 것은 아닌지 뒤돌아봐야 한다.

동시에 철저한 대비책이 마련해야 한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짙어지면서 기업뿐만 아니라 나라 경제에 먹구름이 끼고 있는 가운데, 다시는 친구 때문에 눈 뜨고 코 베이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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