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곳 모두 합친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 13조원 돌파
상반기엔 올랐지만, 6월 이후 하락세 보이면서 상황 급반전
대출성장률 둔화, 순이자마진 정점 통과 등으로 향후 실적 상승 장담 못해

올해 사상 최대 실적으로 기록하고 있는 4대 금융지주의 주가가 상반기와 하반기에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추가 실적 상승은 쉽지 않다는 전망도 제기하고 있다. 은행별 본점 사진. [캡처=김민수 기자]
올해 사상 최대 실적으로 기록하고 있는 4대 금융지주의 주가가 상반기와 하반기에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추가 실적 상승은 쉽지 않다는 전망도 제기하고 있다. 은행별 본점 사진. [캡처=김민수 기자]

【뉴스퀘스트=김민수 기자 】 분기별 은행권 실적이 발표될 때마다 등장하는 단어는 ‘사상 최고’였다. 금리 상승기를 맞아 4대 금융지주 모두 역대 최대 성과를 거뒀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된 4대 금융지주의 당기순이익은 사상 최고인 13조 8544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실적이 반영되면서 상반기에는 상승세를 보였던 4대 금융지주 주가가 하반기에는 별다른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최근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금융시장이 불안정하게 돌아가는 만큼 은행업종에 투자를 하려면 수익성보다 건전성·안정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1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4대 금융지주 주가는 상반기와 하반기에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였다.

먼저 KB금융(회장 윤종규)은 지난 2월 6만 5000원대를 찍은 후 주가가 떨어지더니 11월 4만 9000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신한금융지주(회장 조용병)의 경우 5월 4만 2000원대에 머무른 다음에 하락세를 보이면서 11월 3만 7000원대를 보이고 있다.

우리금융지주(회장 손태승)과 하나금융지주(회장 함영주)의 주가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1만 4000원대(4월)에서 1만 1000원대(11월)로 내려왔고, 하나금융지주는 5만 1000원대(2월)에서 4만 1000원대(11월)로 하락한 상태다.

즉, 4대 금융지주 모두 변동 시점의 차이는 조금씩 있지만, 전형적인 ‘상고하저’ 흐름을 보인 셈이다.

이에 대해 증권가에서는 ‘금리 변동’이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판단했다.

물가상승이 계속되면서 금리가 오르자 은행주도 상반기까지 동반 상승했으나, 하반기부터 급등한 금리의 부작용이 반영되면서 하락 반전했다는 것이다.

은경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장엔 높은 배당수익률이 주가 하방을 지지하고 있으나, 배당락 이후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리가 올라도, 내려도 불편한 상황 속에서 부동산 PF로 대표되는 신용 위험을 본격적으로 마주하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대출성장률 둔화 ▲순이자마진(NIM) 정점 통과 ▲대손비용률 상승 등 은행권이 본격적인 실적 둔화 구간에 진입했다는 게 은경완 연구원의 설명이다.

이 중 대출성장률의 경우 10월부터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10월 은행권 대출증가율은 5.2%로 9월(5.4%)보다 약 0.2% 포인트 감소했다.

기업대출은 계속 늘고 있지만, 가계대출 총잔액이 9월 1조 3000억원, 10월 6000억원 감소한 영향이 컸다.

김은갑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대출의 경우 대기업 대출 증가율이 계속 상승하고 있다”며 “회사채 시장 심리위축으로 2개월 연속 순상환되는 등 대기업의 대출활용도가 높아진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현재 정부는 규제 지역 내 무주택자·처분조건부 1주택자에 대한 LTV 50% 단일화(현재 규제지역은 20~50% 차등적용) 등 규제 완화에 나서고 있지만, 은행권 대출증가율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내다봤다.

10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7.7%로 예상치보다 낮아지면서 인플레이션 정점론이 부각되면서 미국 국채금리가 대폭 하락하고 있는 점도 국내 금융지주 주가에 부담을 주고 있다.

경기 침체 우려 완화에 따라 미국 대형은행들의 주가는 급등한 반면에 국내 은행주는 자금시장 안정을 위한 유동성 공급 방안 등 규제 우려가 지속되며 반등 폭이 제한되고 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난 주 은행주는 3.5% 상승했지만, 코스피 상승률 5.7%에는 못 미치면서 초과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외국인들이 은행주를 460억원 순매도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예·적금 금리가 계속 오르고 있는 부분도 금융지주사의 수익 감소에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10월 말 기준 KB국민·NH농협·신한은행·우리은행·하나은행 등 5대 은행의 총수신 잔액은 1900조 1000억원으로 9월보다 46조 9000억원 증가했다.

최정욱 연구원은 “금리가 최대 연 5%대에 달하는 정기예금이 급증해 내년 상반기부터 은행들의 이자비용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 CPI 하락이 추세적일지 단발성인지 1~2개월 데이터 추가 확인이 필요하며 7%대 레벨은 여전히 매우 높은 수치”라며 “은행주는 경색된 자금시장 개선을 위한 유동성 지원과 예대금리차 인하 압박 등 규제 리스크가 계속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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