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시작으로 삼성·SK·현대차 발표 임박
삼성 '컨트롤타워 부활', SK '전문 부회장단 유지' 주목
현대차 '전문경영 부회장 선임', LG '차석용 유임' 관심

국내 4대 그룹의 연말 인사 시즌이 임박했다.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각 사/뉴스퀘스트 편집]
국내 4대 그룹의 연말 인사 시즌이 임박했다.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사진=각 사/뉴스퀘스트 편집]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 주요 그룹사들의 임원 인사 시즌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변화냐, 안정이냐'라는 화두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경기 둔화로 내년에도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을 전망인 만큼, 지난해처럼 혁신에 방점을 둔 변화를 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 속에 주요 경영진이 대부분 유임될 수 있다는 시각이 우세한 상황이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이번주 LG를 시작으로 삼성·SK·현대차 등 4대 그룹사들이 정기 임원 인사에 돌입한다.

통상적으로 4대 그룹의 연말 인사는 11월 말과 12월 중순에 걸쳐 시행된다.

최대 관심사는 인사 규모다.

지난해의 경우 그룹사들은 글로벌 공급망 대란과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등 현안에 발맞춰 대규모 인사를 단행했다. 세대 교체 흐름에 따라 40대 부사장과 30대 상무가 대거 등장했고, 분산된 사업을 한 부문으로 통합하는 결단을 내리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는 지난해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한 그룹사 관계자는 "경기 침체로 실적 부진과 재고 증가가 이어지고 있다"며 "기업이 어려울 때 허리띠를 졸라 매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다른 그룹 계열사 관계자는 "실적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 최소 2년이 소요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혁신이나 변화 보다는 안정이 우선이라는 얘기다.

삼성은 12월 초에 임원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지난해 큰 폭의 교체와 조직개편이 있었던 만큼, 올해 인사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가전, 모바일 등 주요 사업의 수장을 바꾸고 한종희 부회장과 경계현 사장의 투톱 체제에 돌입했다. 불과 1년도 되지 않아 경영 최전선에 변화를 주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대신 생활가전사업부장을 맡다가 지난달 일신 상의 이유로 사의를 표한 이재승 사장의 빈자리에 누가 오를지에 관심이 쏠린다. 현재 후임 사업부장으로 한종희 부회장이 겸직 위촉된 상태다.

재계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취임 후 첫 인사라는 점을 고려해, 그룹 내 컨트롤타워가 부활할지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부활될 경우 정현호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 팀장을 비롯해 각 TF 팀장의 역할이 강회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예상을 깨고 반도체·가전·모바일을 담당하는 수뇌부 3인을 교체하는 강수를 뒀다. 당시 삼성전자는 회사 발전에 기여한 부회장과 사장을 회장과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는 성과주의 인사를 실현했다고 설명했다. 사진은 지난 10월 27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삼성전자는 예상을 깨고 반도체·가전·모바일을 담당하는 수뇌부 3인을 교체하는 강수를 뒀다. 당시 삼성전자는 회사 발전에 기여한 부회장과 사장을 회장과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는 성과주의 인사를 실현했다고 설명했다. 사진은 지난 10월 27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SK그룹도 다음달 초 인사를 발표할 전망이다.

그룹은 지난해 인사에서 '전문경영인 부회장' 체제를 공고히 했다. 장동현 SK(주) 당시 사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당시 총괄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6명의 전문경영인 부회장 체제를 확고히 했다.

재계에서는 부회장단 대부분이 올해 비약적인 실적 개선을 이뤄낸 만큼 대부분 유임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신 차세대 먹거리로 낙점한 'BBC'(반도체·배터리·바이오) 사업과 관련해 젊은 인재를 발탁하는 데 집중할 가능성이 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12월 중순께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점쳐진다. 그룹은 지난해 사상 최다 규모로 신규 임원(203명)을 선임하는 결단을 내린 바 있다.

올해 관전 포인트는 '새 부회장의 등장'이다. 지난해 정몽구 명예회장의 가신으로 불렸던 윤여철 부회장이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생긴 빈자리를 채울 부회장급 전문경영인이 선임될지 주목된다.

미래항공모빌리티(AAM)와 자율주행 로보틱스 등 그룹이 집중하고 있는 미래 사업을 주도할 인사가 전진에 배치될 전망이다. 

LG그룹은 이번주부터 연말 인사를 본격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권봉석(LG)·권영수(LG에너지솔루션)·신학철(LG화학)·차석용(LG생활건강) 등 4명의 부회장 체제를 유지하고 있있다.

이 가운데 LG생활건강의 실적이 최근 꺾이면서 차 부회장의 거취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LG생활건강은 중국의 코로나19 봉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라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부진한 실적을 냈다. 올 3분기 영업이익은 1901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44.5% 감소했다.

1953년생인 차 부회장은 지난해까지 17년 연속 성장세를 이어간 인물로, '차석용 매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독보적 성과를 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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