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건설 현장 절반 이상 레미콘 타설 작업 중단
항만 컨테이너 반출입 10% 이하...수출입에 차질
기름 수송 비상...다음주 휘발유 품귀현상 가능성
철강 수송 막혀 자동차, 조선 등 조업 타격 불가피
勞·政 오늘 보름 만에 공식 대면...파업 분수령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시멘트 공급물량 부족으로 전국 대부분 건설 현장의 공사가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사진은 수도권 아파트 단지 공사현장 모습.(사진은 특정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뉴스퀘스트=민기홍 기자 】 화물연대 파업 닷새째인 28일, 전국 건설현장이 셧다운 위기에 몰렸다. 시멘트 공급이 막히면서 본격적인 추위에 앞서 콘크리트 타설 등 공사를 서두르던 업계는 '공사 중단'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현실이 되고 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27일 현재 전국 459곳 건설 현장 중 절반이 넘는 259곳에서 레미콘 타설 작업이 중단된 상태다. 레미콘 업계는 오늘부터 전국적으로 시멘트 공급 부족에 따른 생산 중단으로 대부분 건설 현장도 공사가 중단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화물연대 파업 여파로 시멘트 공장은 출하가 중단된 상태다. 지난 26일 출하 예정인 10만3000톤 가운데 10%가 채 안되는 9000톤만이 운송됐다. 24, 25일에도 당초 물량인 20만톤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출하량을 보였다. 피해액도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파업 닷새만에 464억원으로 집계됐다.

육상 운송 비중이 큰 시멘트 업종은 파업이 진행될수록 피해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주요 시멘트 공장을 사실상 봉쇄하고 있어 비조합원을 통한 출하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열차를 통해 일부 물량을 내보내고 있지만 건설 현장의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저장시설 부족으로 시멘트 공장도 감산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항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컨테이너 반출입량이 10% 이하로 떨어져 수출입과 환적화물 처리에 차질을 빚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전국 12개 항만(27일 오후 5시 기준)의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2788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로, 평상시(3만6655TEU) 대비 7.6% 수준까지 떨어졌다. 파업 장기화로 컨테이너 장치율이 높아지면 항만 운영이 마비될 가능성도 있다.

휘발류 등 기름 수송에도 비상이 걸렸다. 4대 정유사(SK,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운송 차량의 화물연대 조합원 비중이 70~80%에 달해 휘발유, 경유 공급에 차질이 예상된다. 사전 수송 물량으로 버텨왔지만 이번 주면 바닥을 드러낼 것으로 보여 다음 주부터는 휘발유 품귀 현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철강업계는 더 심각하다. 화물차를 이용한 출하는 중단됐고, 철도와 해상을 통해 평시 대비 10% 미만의 물량만 출하되고 있다. 철강을 원재료로 하는 자동차, 건설, 조선 등 업계도 언제 조업을 멈추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자동차 생산공장에는 탁송을 기다리는 완성차들이 적치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포항지부가 총파업에 들어간 지 나흘째인 27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 포항철강산업단지에 화물차량들이 운행을 멈춘 채 서 있다. [연합뉴스]
화물연대 포항지부가 총파업에 들어간 지 나흘째인 27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오천읍 포항철강산업단지에 화물차량들이 운행을 멈춘 채 서 있다. [연합뉴스]

파업에 따른 파장이 커지자 정부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일단 오늘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국토부와 화물연대가 마주 앉을 예정이다. 지난 15일 이후 첫 공식 대화다.

화물연대는 현재 ▲안전운임제 영구화 ▲적용 차종·품목(철강재, 자동차, 위험물, 사료·곡물, 택배 지·간선) 확대 ▲정부·여당의 안전운임제 개악안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안전운임제의 일몰제를 3년 연장하되 품목 확대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화물연대도 요구안을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차 기사가 과로·과속·과적 운행을 할 필요가 없게끔 최소한의 운송료를 보장하고 이를 어기는 화주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제도다. 2020년 시멘트와 컨테이너 화물에 한시 도입돼 올해 말 종료를 앞두고 있다.

'강대강'으로 맞서고 있는 정부와 화물연대의 오늘 공식 대화가 이번 파업 사태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면담에 성과가 없을 땐 집단운송거부에 참여한 화물차주를 대상으로 '업무개시명령' 발동이 구체화될 것으로 관측된다.

노동계와 산업계는 오늘 대화가 정부의 '법과 원칙'에 따른 압박 수단을 동원하기 위한 명분쌓기, 화물연대의 파업 정당성 구축이 아닌 사태 해결을 위한 해법 마련의 자리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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