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은 국민통합이라지만 정치적 목적이 더 커

조선 왕조 휘장
조선 왕조 휘장

【뉴스퀘스트=김승국 전통문화칼럼니스트】  정부는 지난해 12월 28일 자로 정치인․공직자, 선거사범, 특별 배려 수형자 등 1373명에 대한 특별 사면을 단행하였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이번 사면은 지난 광복절 사면에서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던 ① 정치인․주요 공직자를 엄선하여 사면함으로써 국가 발전에 다시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② 기준에 따른 선거사범 사면을 통해 국민통합과 나라 발전의 계기를 마련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발표하였다.

덧붙여 정부는 새 정부 출범 첫해를 마무리하며, 범국민적 통합으로 하나 된 대한민국의 저력을 회복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의미에서 이명박 전(前)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들을 사면 대상에 포함하였다고 하였다. 

아울러, 잘못된 관행으로 직무상 불법행위에 이른 공직자들을 선별하여 사면 대상에 포함함으로써 과거 경직된 공직문화를 청산하고자 하며, 이와 함께, 일반 형사범 중에서 임산부, 생계형 절도 사범, 중증질환으로 정상적인 수감생활이 불가능한 수형자를 대상으로 온정적 조치를 시행하여 사회 구성원들의 상생과 화합을 도모하고 한다고 밝혔다.

 또 이번 사면을 통해 우리 사회에 ‘화해’와 ‘포용’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폭넓은 국민통합’으로 국력을 하나로 모아, 과거를 청산하고 미래를 지향하는 대한민국 발전의 계기로 삼고자 한다고 하였다. 

이번 정부의 발표를 각자 입장에 따라서 이번 사면을 지지하는 집단이나 사람도 있고, 비판하는 집단이나 사람도 있다.

그러나 중대한 잘못을 저지른 자가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지 않고 풀려나는 것이, 게다가 자신이 저지른 범죄에 대하여 진정성 있게 참회하지 않는 자들에게 형을 면제해주고 사회로 복귀시키는 것이 과연 사회정의 실현에 합당한 것인지 쉽게 수긍하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대한민국대통령 휘장
대한민국대통령 휘장

사면은 국가원수, 즉 대통령의 특권으로 범죄인에 대한 형벌권의 전부 또는 일부를 면제하거나 형벌로 상실된 자격을 회복시켜 주는 행위를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국가의 경축일이나 연말에 국민통합이라는 명분으로 대통령이 사면을 단행한다.

형의 선고는 법원의 판결에 따라 행해지고, 그 형벌의 선고가 어떠한 법률 효과를 발생하는가에 관해서도 법률상 규정되어 있으므로 정부의 권력으로써도 이를 움직일 수 없는 것이 법치국가의 대원칙이지만, 이에 대한 유일한 예외가 국가원수의 사면권이다. 

대통령의 사면권이 행사될 때마다 문제점으로 제기되는 것은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가 국가의 권력을 서로 견제하고 보완한다는 삼권분립의 원칙이 손상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헌법 제79조에 ‘대통령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사면·감형 또는 복권을 명할 수 있다’라고 되어 있기에 대통령의 사면권은 인정하고 존중되어야 한다. 

문헌상 우리나라 사면의 역사는 고대 삼국시대에서 시작되어 고려시대로 그리고 조선시대로 이어져 왔다.

우리나라의 사면제도는 중국에서 받아들였다는 것이 정설이다. 중국에서의 사면이 제도적으로 정착하게 된 것은 기원전 206년부터 220년까지 중국을 지배했던 한나라 때부터인 것 같다.

한나라에 이어 위·수·당과 송·명도 이러한 사면제도를 승계했다. 

역사상으로는 사면을 사유(赦宥)·사원(赦原)·사방(赦放)·사죄(赦罪)·유죄(宥罪)·유면(宥免)·유원(宥原)·원면(原免)·원죄(原罪)·원방(原放)이라고도 하였으며, 군주의 사면을 높이는 뜻에서 은사(恩赦)라고도 하였다.

조선조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의하면 섣달(음력 12월) 초하루에 이조(吏曹)와 병조(兵曹)에서 조정 관원 중 파면(罷免)되었거나 강등(降等)되었던 사람의 이름을 상신하는 것을 세초(歲抄)라 하였다.

이러한 세초에 왕이 점을 찍어 내린 자는 서용(敍用; 죄로 인하여 면관된 사람을 다시 씀)하거나, 감등(減等; 은전이나 특별한 사정에 따라 형벌을 경감함)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이러한 세초 제도는 12월뿐만 아니라 6월 초하루에도 시행하였다.

또 국가의 경사가 있어 사면하게 될 때는 따로 세초를 상신하였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왕조시대의 사면도 지금의 사면제도와 많이 닮았다.

이러한 사면제도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선진국을 포함하여 세계 각국에서도 널리 시행되고 있다.

옛날에는 절대왕권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군주의 특권으로 시행되었으나, 오늘날은 법률 규정의 획일성에서 생기는 결점을 완화하여 더욱 공정에 접근할 수 있고, 재판의 결함을 교정하고, 범죄인이 자신이 저지른 범죄에 대하여 뉘우치는 빛이 분명하고, 특히 정치범에 대해 정치정세의 변화로 인하여 처벌을 계속할 이유가 없어졌다고 생각될 때 필요하기에 행해지고 있다.

그러나 왕조시대나 지금이나 공통적인 것은, 대의명분은 국민통합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은 정치적 목적이 더 크기 때문에 시행되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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