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설의 유래와 떡국의 역사

【뉴스퀘스트=김승국 전통문화칼럼니스트】 2023년 새해는 이미 시작되었으나, 진정으로 계묘년(癸卯年)이 시작되는 것은 음력으로 정월 초하루인 1월 22일부터이다. 옛날 우리 조상들은 한 해가 시작되는 것은 동지이고, 정월 대보름을 상원(上元)이라 하여 한 해의 본격적인 시작으로 삼았다. 어쨌든 우리의 진정한 설날은 며칠 남지 않았다. 

  지난해 임인년(壬寅年)은 정말로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지난 10월 말 이태원 참사로 깊은 마음의 상처를 받았던 국민의 마음에 12월 초 한국축구가 월드컵 16강에 진출하여 커다란 마음의 위로를 안겨드렸다. 또한 지난 9월 넷플릭스의 ‘오징어 게임’이 한국 콘텐츠로 최초로 미국 에미상 트로피를 거머쥐었고, 지난 5월 박찬욱 감독과 배우 송강호 씨가 칸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받아 한국인으로서 마음 뿌듯한 한 해였다. 전인권이 부른 노래 ‘걱정 말아요. 그대’의 가사처럼 2022년도의 ‘아픈 기억들 모두…. 가슴 깊이 묻어 버리고,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의미가 있으니’ 과거로 흘려보내고, 2023년도의 ‘새로운 꿈’을 꾸어야 할 때다. 

  정월 초하루 설날이 되면 가장 많이 듣고 부르는 동요는 윤극영(1903~1988)이 작사하고 곡을 붙인 동요 ‘설날’이다. ‘까치 까치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곱고 고운 댕기도 내가 드리고, 새로 사 온 신발도 내가 신어요’ 어릴 때 이 노래를 부르지 않았던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동요를 부르면서 늘 궁금했던 것은 ‘설날의 어제는 섣달그믐날인데, 왜 어제가 까치의 설날이고, 오늘이 우리의 설날일까’라는 것이었다. 

  ‘까치설’의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설 전날을 가리키는 작은 설이라는 뜻을 가진 '아찬설'의 ‘아찬’이 ‘아치’로 변했고, ‘아치’가 '까치'와 소리가 비슷하므로 '‘까치’로 와전되어 ‘까치설’이 되었다는 설이 있고, 고려의 승려 일연이 쓴 삼국유사의 설화에 신라 소지왕 때 왕후가 한 스님과 모의하여 왕을 해하려고 했는데 까마귀와 쥐, 돼지와 용의 도움으로 이를 모면했는데 소지왕이 쥐, 돼지, 용은 모두 십이지에 속하는 동물이라 그날을 기념하지만, 까마귀는 기념할 날이 없어 설 바로 전날을 '까마귀의 날'이라 정해주었는데 ‘까마귀’가 ‘까치’로 와전되어 전해져 왔다는 설 등 여러 가지 설이 있다. 

  그러나 윤극영이 설날 노래를 작사, 작곡한 1924년의 시대 상황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1924년은 우리가 일본제국주의자들로부터 국권을 빼앗긴지 14년이 흘렀던 시기로서 국권을 찬탈당한 식민지 시대를 살고 있었던 우리 국민에게는 응어리진 마음이 컸던 시기였다. 내 개인적인 생각이긴 하나, 윤극영은 일본이 우리 국권을 찬탈하고 양력설을 강요하였던 것에 저항하는 의미로, ‘까치 까치설날’을 일본인이 강요한 양력설로 상징하여 배제해버리고, 우리 고유의 명절인 음력설을 ‘우리우리 설날’로 노래한 것이 아닌가 한다.

  연식이 좀 된 사람들에게는 섣달그믐날이면 잊히지 않는 추억이 있다. 섣달그믐에 잠을 자면 두 눈썹이 모두 하얗게 된다는 어른들의 말씀을 믿고 잠이 쏟아져도 눈을 비비고 밤을 새우려 버티다 잠이 들어 아침에 잠을 깨면 두 눈썹이 하얗게 칠해져 있어 가족들에게 놀림을 받던 추억을 누구나 갖고 있을 것이다. 사실 조선조에는 서민의 집에서는 화로를 둘러싸고 둥글게 앉아 아침까지 잠을 자지 않는 풍속이 있었는데 그것을 수세(守歲)라 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아이들에게도 잠들지 말라고 만들어낸 어른들의 거짓말이었는지도 모른다.

  설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떡국이다. 떡국을 먹어야 비로소 한 살 더 먹는 것이다. 떡국의 역사는 매우 오래되었을 것이다. 동국세시기에도 “멥쌀가루를 쪄 큰 판자 위에 놓고 자루가 달린 절굿공이(떡메)로 수없이 찧고 길게 늘여서 기다란 다리 모양의 떡(가래떡)을 만드는데, 흰떡(백병: 白餠)이라고 한다. 동전처럼 잘게 쓸어서 육수에 넣고 끓인다. 쇠고기, 꿩고기, 고춧가루를 넣어 맛을 내는데, 떡국(병탕: 餠湯)이라고 한다. 이것으로 제사를 지내고 손님을 대접하니, 빠뜨릴 수 없는 세찬이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길고 긴 가래떡을 만드는 것은 길고 긴 가래떡처럼 오래오래 살아서 장수하라는 뜻이고, 돈 모양을 지닌 동전처럼 둥글게 떡을 썰어 넣어 떡국을 끓이는 것은 재물복이 많아지라는 뜻이라고 한다. 떡국 육수에 쓸 쇠고기나 꿩고기를 구할 수 없는 사람은 닭을 잡아 떡국의 육수로 썼다. 그래서 ‘꿩대신닭’이라는 말이 나온 것으로 생각한다. 멥쌀을 구하기 어려운 함경도, 평안도, 강원도 등 북부지방 사람들은 밀가루로 만든 만둣국으로 새해를 맞이하였다고 한다.

  설날 풍속에 대해서 동국세시기의 기록에 의하면 “새해 풍속에 설날 가묘(家廟)에 인사드리고 제사를 지내는 것을 차례라고 한다. 남녀 아이들은 모두 새 옷을 입는데 세장(歲粧: 설빔))이라고 한다. 친척 어른들을 찾아뵙는 것을 ‘세배(歲拜)’라 한다. 제철 음식을 대접하는 것을 ‘세찬(歲饌)’이라고 하고, 술을 ‘세주(歲酒)’라고 한다.”라고 기록되어 있는데, 요즘의 풍속과 차이가 거의 없는데 요즘은 그 풍속의 색깔이 점차 옅어지고 있어 아쉽기도 하다. 세월 탓이리라. 설날도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아무리 환경이 바뀌고 시대가 첨단 사회로 접어들었다지만 우리의 문화적 정체성을 이루는 미풍양속만은 지켜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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