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증권 제치고 영업익 기준 업계 1위 도약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PF 부실 최소화로 리스크 관리 입증

메리츠증권의 2017~2022년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추이 [사진·자료=메리츠증권/그래프=남지연 기자]
메리츠증권의 2017~2022년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추이 [사진·자료=메리츠증권/그래프=남지연 기자]

【뉴스퀘스트=남지연 기자】 메리츠증권이 증권업 불황 속 ‘나홀로 독주’로 영업이익 1조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부동산 PF 등 안정적이고 수익성있는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던 점이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가에서는 ‘남과 다르게 한다’는 최희문 대표의 매직이 또 한번 통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동시에 올해에도 최희문 매직이 이어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2일 메리츠증권(대표 최희문)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5.1% 증가한 1조925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세전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조1332억원과 8281억원으로 같은 기간과 비교해 8.2%와 5.8% 늘었다. 연결기준 영업이익, 세전이익, 당기순이익 모두 창사 이래 최대 규모 실적을 달성했다.

메리츠증권은 사상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원을 넘기게 되면서 사실상 증권사 영업이익 순위 1위를 기록할 전망이다.

자기자본 기준 업계 1위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전년 대비 43.1% 감소한 8459억원의 잠점 영업이익을 기록한 상황이다.

이 밖에 삼성증권, NH투자증권 등은 지난해 각각 5786억원, 5214억원을 기록했다.

한국투자증권, KB증권 등 주요 증권사의 실적은 현재까지 발표되지 않았으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1조 클럽'에 든 증권사는 더 이상 없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메리츠증권(9489억원)이 2021년 영업이익 기준 ▲미래에셋증권(1조4855억원) ▲한국투자증권(1조2940억원) ▲NH투자증권(1조2939억원) ▲삼성증권(1조3087억원) ▲키움증권(1조2089억원) 등 증권사 뒤에 있었던 것을 감안하면 증권업계 순위에 대지각변동이 일어난 셈이다.

메리츠증권이 급격한 금리 인상 등 비우호적인 시장 환경 속에서도 선방한 까닭은 브로커리지(주식위탁매매)뿐만 아니라 IB(기업금융) 및 부동산PF 등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온 점이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메리츠증권의 연간 실적에서 IB의 비중은 50%, 세일즈앤트레이닝(S&T) 비중 40%, 리테일 비중은 10%가량 등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 기준 영업순이익(1조1657억원)에서 IB가 차지하는 비중은 56.9%(6634억원)에 달했다. 투자중개, 자산관리 등 리테일 부문은 8.7%(1017억원)으로 집계됐다.

또한, 메리츠증권의 선제적인 위기 관리가 빛을 발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수년간 국내 증권사는 부동산 호황기를 맞으며 이른바 실적 효자 노릇을 하는 부동산PF 사업을 공격적으로 늘려왔다. 

이 가운데 메리츠증권은 부동산PF 대출을 취급함에 있어 안정성이 높은 선순위 위주의 대출을 진행하고 평균 주택담보대출비율(LTV) 50%를 유지하는 등의 리스크 관리를 통해 부실화 위험을 최소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LTV 50%는 부동산 가격이 50% 떨어져도 메리츠 증권은 원금 손실없이 대출을 회수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도 IB 부문에서 철저한 리스크 관리 및 양질의 투자로 호실적을 기록했다”면서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어려운 영업환경 속에서도 차별화된 수익 창출 능력과 탁월한 위기관리 역량을 보여준 한 해였다”고 평가했다.

메리츠증권이 증권업 불황 속 ‘나홀로 독주’로 영업이익 1조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사진은 메리츠화재 사옥 [사진=연합뉴스]
메리츠증권이 증권업 불황 속 ‘나홀로 독주’로 영업이익 1조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사진은 메리츠화재 사옥 [사진=연합뉴스]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업황 부진 속 메리츠증권이 사상 최대 실적으로 독주에 나서자 ‘최희문 매직’이 또 한 번 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메리츠증권은 2010년 최희문 대표 부임 이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을 시작해 회사의 주요 수익원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로 대부분 금융회사가 부동산 사업에서 손을 떼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메리츠증권은 블루오션 시장에 선제적으로 입성했다.

이제 시장에서는 메리츠증권을 부동산 PF 명가로 키워온 최희문 대표의 매직이 올해에도 통할지 관심이 모이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메리츠증권의 향후 성장 잠재력이 더 크다는 의견이 나온다.

10년여간 쌓아온 부동산PF 노하우를 기반으로 안정적이면서도 수익성 있는 사업 모델을 구축해온 만큼 부동산PF 우량딜이 메리츠증권 쪽으로 몰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다.

최근 메리츠금융그룹은 롯데그룹과 합작으로 롯데건설 보증부 ABCP(자산유동화 기업어음) 등의 채권 매입을 위한 1조5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한 바 있다.

롯데건설 ABCP 매입을 위한 펀드 조성 역시 철저한 사업성 분석과 리스크 분석 하에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메리츠증권의 올해 실적은 전년 대비 다소 주춤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연체 이자 회수·비상장주식 평가익 등 일회성 이익들이 소멸하면서 올해 실적은 전년 대비 부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연체 이자 회수와 비상장주식 평가익, 파생 관련 이익 등 일회성 이익을 대거 인식해 업종 내에서 가장 우량한 실적을 시현했다"면서 "올해 이익은 지난해의 일회성 요인들이 소멸하면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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