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윤구현 기자 】 최근 금융권 수장인사가 이어지면서 논란이 많았다. 그 하이라이트는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선임이었을 것이다.

우리은행은 4대은행의 한 축으로서 존재감이 분명하고, 종전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이 IMF를 거치면서 하나로 합쳐진 역사성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현직 회장의 유임 의사가 명확한 상태에서 정통 재무관료로서 금융위원장까지 역임한 임 회장이 유력 후보로 거론됐기에 `관치금융의 부활' 프레임 속에서 공방이 오갔다. 나중에는 금융당국과 노조의 대결처럼 비쳐지기까지 했다.

양측의 대립각이 날카로워졌을 때 금융계의 한 핵심인사가 한 말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주주들은 임종룡 전 위원장을 원한다"며 임 회장 선임에 무게를 두었다.

금융당국이나 기존 경영진, 심지어 노조의 얘기로 세상이 시끄러웠지만 정작 주인이 원하는 사람은 임 회장이었다는 얘기인데, 우리가 너나할 것 없이 주인의 존재를 망각하고 있었음을 상기시켜 주는 말이기도 했다.

물론 우리나라 은행들을 단순한 민간기업으로 보기에는 애매한 측면이 있다.

금융 당국이 인가를 내줘야 은행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신규 진입이 매우 어렵다. 인가 사업이 갖는 특성이자 당국 개입에 당위성을 부여하는 요소다.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공적자금이 들어간 `역사적 현실'도 냉엄하다.  1997년 외환위기가 발발하면서 은행들이 무너지자 정부는 86조9000억을 퍼부어 간신히 금융시스템을 재건했다.

이와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은행에 대해 대표적인 `주인없는 기업'으로 칭했다. 기관투자자의 적극적 경영 관여를 뜻하는 `스튜어드십'이라는 단어도 꺼냈다.

이 대목에서 우리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건 과연 은행에 주인이 없느냐는 점이다.

4대은행 가운데 하나인 하나금융지주는 국민연금 8.4%, 블랙록 6.19%, 자사주 1.47%를 제외한 소액주주의 비중이 84%에 달한다.

외국인 비중이 약 70%에 달하는 걸 고려하면 약 20%가 국내 소액투자자다. 

신한금융지주의 경우 작년 9월 기준 개인 소액주주 16만1188명이 2조2500억원어치를 가지고 있었다. 

금리인상기에 은행들이 예대마진을 통해 배를 불리는 현상은 늘 수반되는 현상이다. 따라서 정부의 개입은 정당화된다.

대출금리를 잡기 위해 금융당국이 예금금리를 내리도록 유도했던 게 불과 두세달 전이다.

은행들에게 충당금을 더 쌓으라고 주문하고, 사회적 책임을 더 하라고 하는 것도 이해된다.

별달리 한 것도 없는 은행 임직원들이 성과급 파티를 벌이는 것에 대해 비판을 가하는 것도 수긍이 간다.

하지만 주인이 존재하는 민간기업에 대해 배당을 줄이라 마라 하는 건 선을 넘어도 한참 넘은 것이다. 은행 주주들은 손해가 나면 한 명 예외없이 책임을 지는 사람들이다. 이익이 났을 때 배당을 가져가는 걸 막을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따라서 `주인없는 기업'이라는 표현은 분명 잘못된 것이고, 이에 따른 부작용도 심각하다는 점도 고려해봐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은행들이나 포스코, KT처럼 경영권을 가진 최대주주가 없는 경우, `주인없는 기업'이라고 부르면서 마치 전리품처럼 주물럭 거려도 된다고 생각하는 일부의 그릇된 인식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팽배한데, 잘못된 것이다.

경영을 잘하는 지 못하는 지를 판단할 수 있는 주체는 아무런 책임도 지지않는 외부인이 아니라 여차하면 재산을 날리게 되는 주주들이다. 

업계 평균보다 실적을 더 거두고 주가를 더 끌어올렸다면 해당 경영진에 대해 두말할 것 없이 `합격점'을 줘야 한다.

`주가'는 기업의 실적과 미래가치를 모두 반영해 시장이라는 집단지성이 매긴 `성적표'니 말이다.

경영권을 가진 최대주주가 없다고 `주인없는 회사' 취급하지 말고 `소유분산기업'이라는 제대로 된 표현을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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