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주총서 대표이사 안건 통과 위해 우리사주 위임 해석
지난해 말 기준 우리사주 지분 0.34%...1대 주주 의견 뒤집기에 무리
KT "법적 절차에 따른 안내"...과반 이상 개인 투자자 내 찬성 움직임

KT가 우리사주 보유 직원을 대상으로 의결권 위임을 강요하고 있다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8일 서울 광화문 KT 사옥 모습. [사진=연합뉴스]
KT가 우리사주 보유 직원을 대상으로 의결권 위임을 강요하고 있다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8일 서울 광화문 KT 사옥 모습.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이태웅 기자】 KT의 신임 대표이사 선임을 앞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22일 통신 업계 등에 따르면 KT가 우리사주를 보유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주주총회 의결권 위임 여부를 취합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소수 노조인 KT 새노조는 주주총회를 앞두고 직원들의 우리사주 의결권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측에서 대표이사 선임과 관련, 부당한 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KT 새노조는 “직책자들이 직원이 가진 우리사주 명단을 출력해서 돌려가며 찬반을 취합하고 있다”며 “자신의 소속과 사번이 적혀 있고 롤링페이퍼처럼 직원들 사이에서 돌려보는데 대표이사 선임 안건 등에 반대를 찍기가 직원 입장에서 부담과 압박을 느낄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작년 주총 전에도 우리사주 의결권 위임 강요 논란이 있었는데 올해도 우리사주 관련한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며 “해마다 되풀이되는 우리사주 논란은 누가 봐도 투명성과 민주성이 부족하다. 우리사주 의결권 취합을 중단하고 전자투표를 시행하라”고 촉구했다.

이달 말 예정된 KT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윤경림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을 차기 최고경영자(CEO) 선임하는 안건이 상정돼 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KT가 윤경림 후보자에 대한 선임 안건을 통과시키기 위해 우리사주 보유 직원을 대상으로 의결권 위임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KT 지분 구조를 살펴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10.35%) ▲현대차그룹(7.79%) ▲신한은행(5.58%) 등이며, 우리사주조합은 0.34%이다.

여당인 국민의힘과 정부 등 정치권이 윤경림 후보자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의견을 낸 바 있기 때문에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반대표를 행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KT의 우호지분으로 분류됐던 현대차그룹도 최근 우회적으로 윤경림 후보자에 대한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실제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현대차그룹은 KT에 “대표이사나 사외이사 선출과 같은 주요 사안에서 이사회가 대주주(국민연금) 의사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컨대 차기 대표이사 선임안에 대해 주요 주주들의 반발이 예상되는 만큼 KT가 우리사주 지분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0.34%의 지분으로 주요 주주의 의견을 뒤집는다는 것은 다소 과대해석된 것으로 풀이된다.

KT 측도 이와 관련해 우리사주 의결권을 행사하는 방법에 대해 공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KT 관계자는 “직원들에게 주주로서 의결권 행사를 위한 절차를 안내한 것”이라며 “우리사주 의결권 행사 안내는 근로복지기본법에 명시된 법적인 절차에 따른 것이다”고 밝혔다.

KT 지분의 과반 이상(57.36%)을 차지하고 있는 개인 및 외국인 투자자들이 차기 대표이사 선임안에 찬성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이번 사례가 절차에 따른 공지라는 주장에 힘을 싣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외국인 주주들이 지침으로 삼는 글로벌 최대 의결권 자문사인 기관주주서비스(ISS)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윤경림 후보자의 선임안건에 대해 찬성을 권고했다.

윤경림 후보자가 정보통신기술과 미디어 등 분야의 경험자로써 KT의 사업계획을 주도할 자격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다른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루이스도 같은 의견을 전달한 바 있다.

국내 KT 소액 주주들도 윤경림 후보자의 선임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개인투자자들은 네이버 카페 ‘KT 주주모임’에 대표 선임안에 찬성표를 행사했다는 인증글을 잇달아 게시하고 있다.

카페 공지사항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56분 기준으로 KT 지분의 약 1.4%에 해당하는 371만5000주가 차기 대표이사 선임안 찬성에 동참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표대결이 불가피한 만큼 결과를 속단할 수는 없지만, 0.34%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KT가 직원들을 대상으로 강요하고 있다는 해석은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며 “논란 아닌 논란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KT는 오는 31일 오전 9시 서울 서초구 KT연구개발센터 2층 강당에서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윤경림 후보자에 대한 대표이사 선임안을 비롯해 이사 선임안 등을 투표를 통해 의결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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