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무부, '中 견제' 반도체법 세부안 공개
미 보조금 받으면 중국서 증산 제한...기술개발은 가능
깐깐한 보조금에 수출통제 이슈까지...'정부 협상' 관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경제 정책은 주요 공급망의 흐름을 중국이 아닌 자국으로 가져오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 미국이 반도체법의 가드레일(안전 장치) 세부 규정안을 공개했다.

미국으로부터 반도체 보조금을 받으면 중국 내 생산을 일정 비율 이상 확장하지 못하는 내용이 담겼다. 우려했던 기술 발전 규제는 없어 국내 업계는 일단 한숨을 돌린 분위기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안심하기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드레일 외 다른 보조금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 것은 물론, 미국이 대중국 수위를 높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21일(현지시간) 미 상무부는 반도체법 지원금이 국가안보를 저해하는 용도로 쓰이지 않도록 가드레일 조항의 규정안을 마련했다. 해당 내용은 60일 의견수렴을 거쳐 확정된다.

상무부는 세부 내용을 설명하기 이전 "반도체 보조금 가드레일은 미국과 동맹국의 기술 및 국가안보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반도체를 국가안보 산업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번 가드레일 규정안은 앞서 나온 발표안의 키워드를 구체화하는 데 초점을 뒀다. 대부분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내용이었다.

미국은 앞선 발표에서 기업이  중국에서 반도체 생산능력을 '실질적으로 확장'하면, 미국에서 받은 보조금을 반환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실질적인 확장으로 '중대한 거래'를 하는 것도 제한했다.

상무부는 이날 공개한 규정안에서 실질적인 확장을 '양적인 생산능력 확대'로 규정했다. 또한 중대한 거래 규모는 '10만달러'(약 1억3000만원)로 정의했다.

이 금액을 넘어서는 경우 첨단 반도체의 경우 생산능력을 5% 이상 확장할 수 없다. 이전 세대의 범용(레거시) 반도체의 경우 생산능력을 10% 이상 늘리지 못한다.

범용 반도체의 기준도 명확히 했다. 로직 반도체는 28나노미터(nm), D램은 18나노미터, 낸드플래시는 128단으로 한정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내 반도체 공장 현황. [자료=연합뉴스]

국내 기업들은 일단 '완전 봉쇄' 우려를 털었다는 점에서 한숨을 돌리는 분위기다.  당초 일각에서는 반도체법의 세부 정의가 모호한 만큼 중국 사업을 사실상 철수하거나 다른 투자처를 찾아야 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제기돼 왔다.

이번 규정안이 생산능력의 기준을 반도체 생산에 투입되는 '웨이퍼의 양'으로 정의했고, 기술 개발을 통해 웨이퍼당 생산 규모를 늘리는 것을 생산능력으로 보지 않겠다고 한 점도 안도할 부분이다. 기업들이 미국에서 보조금을 받으면서 중국에서 기술 개발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이 중국 내 반도체 사업을 전개하는 데 제약이 있다는 점은 여전하다. 

충족해야 하는 다른 보조금 조건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상무부는 지난달 반도체 생산지원금 신청 안내를 통해 ▲수익이 전망치를 초과할 경우 미국과 이익 공유 ▲군사용 반도체의 안정적 공급 여부 평가 등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가드레일 규정을 지키기도 전, 실제 보조금을 받는 절차까지가 난항인 셈이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에 대한 불안도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포괄적인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 조치를 발표했고, 삼성과 SK는 1년 유예 조치를 받았다. 향후 어떤 추가적인 조치를 취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반도체 기업 관계자는 "가드레일 강도가 생각보다 세지 않아 다행이지만, 장기적으로 걱정이 많은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앞서 다른 관계자도 "미중 신경전을 논하는 사안에 국내 기업이 할 수 있는 건 기다리는 것뿐"이라며 "결국 정부 협상이 중요하지 않겠냐"라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미국 반도체지원법의 가드레일 조항과 관련해 미국 측 실무진과 협상을 이어갈 예정이다. 담당 주요 실무진은 23일 방한한다. 사진은 안덕근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 [사진=산업통상자원/연합뉴스]
산업통상자원부는 미국 반도체지원법의 가드레일 조항과 관련해 미국 측 실무진과 협상을 이어갈 예정이다. 담당 주요 실무진은 23일 방한한다. 사진은 안덕근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 [사진=산업통상자원부/연합뉴스]

정부도 미국의 가드레일 규정이 기업에게 타격을 주지 않도록 협상 나설 예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2일 "우리 기업이 중국에서 운영하고 있는 생산 설비의 유지 및 부분적 확장은 물론, 기술 업그레이드도 계속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라며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세부 규정의 주요 내용에 관한 브리핑을 받는 등 양국 간 긴밀한 소통을 계속해왔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기업이 대미 투자를 원활하게 진행하고 반도체지원법 상의 지원을 충분히 제공받을 수 있도록 미국 정부와 협의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며 "23일 방한하는 미 반도체지원법 담당 실무진과 재정 인센티브의 세부 지원 계획 및 가드레일 규정에 대해 협의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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