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사업장 방문·발전포럼 참석하며 대외 발언 아껴
미중갈등 의식한 듯...중국도 미국에 "세계 이익 해치지말라" 견제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4일 중국 톈진 삼성전기 사업장을 방문해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 생산 공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4일 중국 톈진 삼성전기 사업장을 방문해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 생산 공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 "북경(베이징) 날씨 너무 좋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년 만에 중국을 방문했다. 베이징 중국발전고위급포럼에서 특파원을 만나 날씨 관련 한마디를 던진 것을 제외하고 이 회장의 입에서 '이렇다 할 만한' 발언은 나오지 않았다.

삼성이 미중 신경전 속 외줄타기를 하고 있는 만큼, 일단 말을 아낀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 23일 중국에 도착한 이후 현지 사업장을 둘러보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이 회장이 중국 땅을 밟은 것은 2020년 이후 약 3년 만이다. 당시 이 회장은 중국 산시성 삼성전자 시안 반도체 사업장을 방문했는데, 이후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의 영향으로 현지를 찾지 못했다.

이 회장은 24일 톈진 삼성전기 사업장에서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 생산 공장을 점검하고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 소속 주재원 및 중국 법인장들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무슨 말을 했는지 대외적으로 공개된 것은 없다.

이번 일정 중 가장 주목을 받은 '중국발전고위급포럼'에 참석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 회장은 현장에서 특파원을 만나 날씨를 묻는 것 외에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글로벌 최고경영자(CEO)급 경영진이 한 데 모인 자리인 만큼, 현지 사업 강화 등에 대한 발언이 나오는 게 아니냐는 일부 관측이 어긋난 것이다. 이번 포럼에는 이 회장뿐만 아니라 애플의 팀 쿡, 화이자의 알버트 불라, 퀄컴의 크리스티아노 아몬 등이 참석했다.

이는 '친중' 발언을 내놓은 팀 쿡 애플 CEO의 행보와 대조된다.

팀 쿡 CEO는 발전포럼 세션에서 연설자로 나서 중국의 혁신이 빨라질 것이라며, 중국 농촌 교육에 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외신에서도 팀 쿡 CEO가 이번 발전포럼에서 중국에 대한 '찬사'를 쏟아냈다는 평가가 나왔다.

로이터통신과 CNBC 등은 팀 쿡이 애플과 중국 간의 오랜 협력 역사를 강조한 것이 중국과 미국 사이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라 더 주목된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미중은 반도체와 같은 핵심 산업에서 기술패권 경쟁을 펼치고 있다. 양국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는 기업들은 사실상 '선택의 기로'에 놓인 상황인데, 애플의 경우 내부적으로 두 나라를 잡을 전략을 구체화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이 회장이 말을 아낀 것을 두고 "삼성이 중국 내 사업에 대한 입장을 정하기 전해 어떤 말도 하기 어렵지 않겠냐"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삼성전자는 미국의 반도체 가드레일 조항으로 인해 중국에서 사업을 펼치는 데 제약이 걸린 상태다.

규정에 따르면 미국에서 보조금을 받은 기업은 향후 10년간 중국 등 우려 국가에서 반도체 생산능력을 양적으로 확대하는 10만달러(약 1억3000만원) 이상의 거래를 할 경우 전액을 반환해야 한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과 쑤저우에 각각 낸드플래시 생산 공장과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만큼 부담이 큰 상황이다.

한편 삼성을 이끄는 이 회장의 고민은 더 깊어질 전망이다. 미국이 핵심 산업을 '국가 안보'로 규정한 뒤 대중국 신경전을 고조시키고 있는 만큼, 두 나라를 모두 잡을 전략을 세우는 게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중국도 미국을 향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발전포럼에서 연설자로 나선 한원슈 중국 공산당 중앙재경위원회 판공실 부주임은 중국을 배제하려는 미국의 행보에 대해 "경제 규율을 고려하지 않고 디커플링과 망 단절을 강행하면 이는 필연적으로 전 세계 생산자와 소비자의 이익을 해칠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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