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폼랩스, 빅테크 엔지니어 경력 및 코인 알고리즘으로 급성장
지난해 5월 폭락 사태 직전 자취 감취며 범죄 의혹 커져
미 뉴욕 검찰, 사기 등으로 기소...국내 검찰도 범죄자 인도 요청 예정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23일 몬테네그로 현지 경찰에 의해 체포됐다. 사진은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사진=코이지니 유튜브 화면 갈무리]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23일 몬테네그로 현지 경찰에 의해 체포됐다. 사진은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사진=코이지니 유튜브 화면 갈무리]

【뉴스퀘스트=이태웅 기자】 루나·테라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가 23일 몬테네그로 수도 포드고리차 공항에서 현지 경찰에 의해 체포됐다.

앞서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떳떳하다. 몇 달 후에는 진실이 명확해지기를 기대한다”며 범죄 사실 자체를 부정했던 모습과 다르게 권 대표는 ‘위조여권’을 사용하다가 덜미가 잡혔다.

현지 경찰은 권 대표가 공항에서 사용하던 코스타리카 여권이 위조 여권인 것으로 인지하고 체포했다

그동안 ‘한국판 일론 머스크’, ‘가상자산 업계의 천재’ 등으로 불렸던 권 대표가 범죄자 신세로 추락한 것이다.

24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권 대표는 대원외국어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스탠퍼드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기술 전문가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근무했으며, 2015년 와이파이 공유서비스 기업 ‘애니파이’를 창업했다.

이후 2018년 소셜커머스 티몬을 창업한 신현성 대표와 손잡고 글로벌 블록체인 플랫폼 기업 ‘테라폼랩스’를 설립했다.

테라폼랩스는 스테이블코인 ‘테라’와 테라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하는 가상자산 ‘루나’를 개발·운영했다.

스테이블코인이란 미국 달러화 등 법정화폐와 가치가 연동되도록 설계해,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한 가상자산을 말한다.

통상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기업들은 확보한 달러나 채권만큼 코인을 발행해 가치를 일정하게 유지한다.

하지만 권 대표는 테라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법정화폐 대신 루나 코인을 준비했다.

예를 들어 테라 코인 1개의 가치가 1달러보다 떨어질 경우, 투자자들이 보유한 테라를 회사에 맡기도록 하고 그 대신 1달러 가치의 루나 코인을 지급했다.

시장에 풀린 테라 공급량을 줄여 테라의 가치를 1달러로 끌어올리면서, 투자자들에게 시세 차익을 지급한 것이다.

반대로 테라의 가격이 1달러를 넘어서면, 회사가 새로운 테라를 발행해 가치를 떨어트렸다.

권 대표는 이 과정에서 이용자들이 루나·테라 코인을 회사에 예치하면 연 20% 가량의 이자를 지급하는 디파이(Defi·탈중앙화금융) 서비스를 함께 운영했다.

당시 디파이 서비스가 3~5%의 이자를 제공했던 것과 비교해 파격적인 대우인 셈이다.

마이크로소프트·애플 엔지니어 출신이라는 권 대표의 이력과 예치만으로 수익을 보장하는 알고리즘 구조가 주목을 받으며 테라폼랩스는 급속도로 성장했다.

실제 2021년 초까지만 해도 1개당 가격이 1000원에 불과했던 루나 코인은 2022년 4월 9만원을 돌파했다.

당시 루나·테라 코인 투자자들은 스스로를 ‘루나틱(Lunatic)’이라고 부르며 권 대표와 루나·테라 코인을 계속해서 사들였다.

권 대표도 1조원이 넘는 비트코인을 매수하며 새로운 통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2022년 5월 테라의 가격이 1달러 아래로 떨어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테라의 가치가 떨어지자 투자자들이 대규모 매도에 나섰고, 유통량이 계속 증가하며 가격을 끌어내렸다.

권 대표가 그동안 사들였던 비트코인을 투입하며 사태를 수습하겠다고 자신했지만 결국 실패로 끝났다.

루나·테라 코인 가격은 일주일 만에 99.9% 폭락했다.

당시 루나·테라 코인이 시가총액 기준으로 10위권 안에 들었던 점을 고려하면 전 세계 수많은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이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권 대표가 루나·테라의 안정성을 속여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입혔다는 이유로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에 나섰다.

권 대표가 루나·테라 폭락 사태 직전 싱가포르로 출국한 뒤 두바이 등으로 거점을 옮기며 자취를 감춘 점도 범죄 사실에 무게를 더했다.

권 대표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을 통해 “숨길 것이 하나 없다”며 자신감을 드러냈지만, 수사 기관에서는 권 대표가 도피 중인 것으로 판단했다.

그리고 1년 가량의 도피 생활을 끝으로 권 대표가 이날 몬테네그로에서 체포됐다.

한편,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뉴욕 검찰은 권 대표를 증권 사기, 인터넷뱅킹을 이용한 금융사기와 시세조작 등 총 8개 혐의로 기소했다.

한국 검찰도 권 대표에 대해 법무부를 통해 범죄인 인도를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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