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노조, 23일 성명 통해 "이사회 전원 사퇴해야" 주장
노조 일부에서는 "차라리 낙하산 인사가 낫다"란 말도

사진은 지난 8일 광화문 KT 사옥. [사진=연합뉴스]
사진은 지난 8일 광화문 KT 사옥.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이태웅 기자】 KT의 차기 대표이사 선임을 두고 잡음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노조가 정부의 주장을 대변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 논란이 일고 있다.

윤경림 KT 차기 대표이사 후보자가 정기 주주총회를 일주일가량 앞두고 후보 사퇴 의사를 밝힌 가운데 KT노조가 이사회를 비판하고 나섰다.

노조는 '구현모 현 KT 대표이사가 연임을 포기한 이후 윤 후보자까지 후보 사퇴 의사를 밝힌 것은 이사회가 내부 통제에 실패한 때문'이라며 이사회와 주요 경영진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KT노조는 지난 23일 윤 후보자가 이사회에 사의를 밝혔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직후 ‘KT 차기대표 선임 관련 노동조합 입장’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현재의 경영위기 상황을 초래한 이사진은 전원 사퇴하고 즉시 비상대책기구를 구성해서 경영공백을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대표 선임에 따른 혼란은 회사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기업가치를 훼손한다고 주장했다. 또 각종 사업 추진 및 경영 일정이 지연되고 있어 조합원들의 불안과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KT노조는 지난해 성명에서 이사회를 통해 연임 의지를 밝힌 구현모 현 대표를 지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과거 ‘낙하산’ 출신 인사들이 구조조정 등을 통해 이뤄낸 단기성과보다 디지코(DIGICO·디지털플랫폼기업)를 앞세운 구 대표의 혁신이 미래 KT에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KT 이사회도 지난해 구 대표에 대한 복수의 심사 결과 연임 적격이라는 판정을 내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뜻을 같이 해온 KT노조가 돌연 경영진을 비판하고 있다”며 “현장에서는 ‘노조가 등 뒤에 칼을 찔렀다’는 말도 나온다”고 전했다.

소수노조인 KT 새노조도 같은 날 ‘이 모든 대혼란의 책임 이사회가 져야’라는 제목의 성명을 냈다.

KT 새노조는 “KT 이사회의 3번에 걸친 후보 선출 실패는 애당초 자기들의 인력 풀 내에서만 고르려는 아집 끝에 흠결이 이미 드러난 이들을 무리하게 뽑은 데서 비롯됐다”며 “이는 결코 실수일 수 없으며 이 지점에서 이사회에 준엄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사진은 KT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선정된 윤경림 KT그룹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사장). [사진=KT]
사진은 KT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선정된 윤경림 KT그룹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사장). [사진=KT]

이사회와 경영진에 대한 비판은 정부 여당이 KT를 압박하기 위해 내세운 근거이다.

KT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은 지난해 KT 이사회가 구 대표이사의 연임을 확정하자 ‘셀프 연임’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절차상 불투명성을 지적했다.

‘깜깜이 경선’ 논란이 불거지자 KT는 공개 경선 방식으로 재공모에 나섰고, 지난 7일 윤 후보자를 최종 대표이사 후보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도 국민의힘 소속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의원들은 지난 2일 “철저히 내부 특정인들의 이해관계 속에서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며 이권 카르텔를 유지하려는 전형적인 수법”이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7일 국무회의 마무리 발언을 통해 “국민을 약탈하는 이권 카르텔에 맞서 단호하게 개혁을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당 발언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KT 차기 대표이사 후보 지명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지만, 업계에서는 정부가 KT를 직접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예컨대 ‘낙하산 인사’를 심기 위해 정치권이 ‘지배구조 개혁’이라는 명분을 내세웠다는 이야기다.

이 같은 명분이 KT 노동조합원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노조에서 ‘낙하산 인사’를 부추기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 KT전국민주동지회 홈페이지를 보면 최근 댓글을 통해 ‘낙하산 인사가 낫다’는 의견을 확인할 수 있다.

정치권 인사에 대한 비판은 오히려 회사 외부에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윤 후보자가 사의를 표명한 것에 대해 “대통령실이 나서 최후통첩을 날렸고, 검찰과 경찰이 KT 수사에 본격적으로 들어가며 압박한 결과”라며 “구 대표에 이어 윤 후보까지 정부·여당의 노골적인 공세를 못 버티고 결국 두 손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정권의 자유 시장경제 질서 훼손이 도를 넘었다”며 “대선 공신에게 줄 일자리를 위해 민간 기업까지 흔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네이버 카페 ‘KT주주모임’에서도 ‘입으로만 공정과 상식 외치는 현정부를 규탄한다’는 제목의 비판의 글을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민주동지회 한 관계자는 낙하산 인사 문제가 이번 사태를 유발한 원인 중 하나이지만 본질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몰론 낙하산 인사를 부정할 수는 없지만 내부에서는 민영화 이후 20년 동안 KT 경영진의 부패와 비리가 본질적인 문제라고 판단한다”며 “정치권에서 압력을 행사했더라도 정말로 떳떳했다면 이 지경까지는 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 사태로 심각성이 밖으로 드러난 만큼 발본색원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KT 관계자는 “노조 측에서도 나름대로 의견 정리를 통해 입장을 발표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에 대한 회사 차원의 공식적인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아직까지 이사회에서 확인된 내용이 없기 때문에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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