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감사위원 선임 외 행동주의 펀드 제안 대부분 부결
이사 선임, 주주환원, 자사주 매입 등 특정 분야 쏠린 점 ‘한계’
행동주의 캠페인의 차기 목표 대상에 대해 투자자 관심 집중

지난달 코스피, 코스닥 상장사의 정기 주주총회가 마무리된 가운데 행동주의 캠페인이 제안한 안건들은 대부분 실패로 돌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가에서는 주주가치 제고 등을 목표로 향후 더욱 다양한 형태의 행동주의 캠페인이 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사진=픽사베이]
지난달 코스피, 코스닥 상장사의 정기 주주총회가 마무리된 가운데 행동주의 캠페인이 제안한 안건들은 대부분 실패로 돌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가에서는 주주가치 제고 등을 목표로 향후 더욱 다양한 형태의 행동주의 캠페인이 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사진=픽사베이]

【뉴스퀘스트=김민수 기자】 코스피·코스닥에 상장된 기업들의 정기 주주총회가 마무리된 가운데 행동주의 캠페인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행동주의 캠페인은 주주 가치를 높이기 위해 각종 안건을 놓고, 기업 경영진·이사회와 치열한 신경전을 벌여왔다.

전문가들은 아직 국내 행동주의 캠페인은 초창기 단계로 앞으로 더욱 다양한 형태로 진화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행동주의 캠페인이 제안한 안건들은 대부분 실패로 돌아갔다.

몇 가지 사례를 보면 먼저 KT&G는 제36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행동주의 펀드가 아닌 이사회가 제안한 내용으로 모든 안건을 통과시켰다.

행동주의 펀드를 중심으로 한 일부 주주가 제안한 주당 현금배당 7867원과 1만원은 부결됐고, 이사회가 제안한 5000원이 받아들여졌다.

‘평가보상위원회 관련 규정 개정 및 신설의 건’과 ‘자기주식소각 결정 권한 추가의 건’을 담은 정관 일부 변경 안건도 통과 문턱을 넘지 못했다.

또 태광산업과 BYC에 배당 확대안을 제안한 트러스톤자산운용 역시 본인들의 의견을 관철시키지 못했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태광산업 측에 주당 1만원 배당, BYC 측에 배당 확대를 요구했지만, 모두 부결됐다.

다만, 남양유업 주총에서는 행동주의 펀드가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남양유업은 지난달 31일 공시를 통해 심혜섭 변호사를 감사위원으로 선임하는 안건이 통과됐다고 밝혔는데 심 변호사는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이 추천한 인물이다.

그러나 차파트너스가 제안한 ▲자기 주식 매입 ▲5대 1 액면분할 ▲현금배당(보통주 2만원·우선주 2만50원) 등은 모두 부결됐다.

은경완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높았던 관심과 달리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대부분의 주주제안이 부결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종목들의 주가 변동성이 높았던 만큼 투자자들의 실망감이 커질 수 있으나, 아직까지 국내 행동주의는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한 근거로 비정상의 정상화 관점에서 오너 중심의 지배구조, 낮은 주주환원율과 밸류에이션 등을 개선시키기 위한 움직임은 지속될 공산이 크다는 점을 제시했다.

은 연구위원은 “주주로서의 적법한 권리 행사와 주주가치 제고 노력 등은 분명 증시에 긍정적이고 바람직한 방향성으로 볼 수 있다“며 ”물론 소액주주권의 남용 또는 정도를 지나치게 활용하는 경우는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의 행동주의 펀드 목표가 특정 분야에 집중되고 있는 점도 개선해야 할 과제다.

삼성증권이 정리한 ‘2022년 행동주의 목표 국가별 비교’ 자료를 보면 한국은 ▲주주환원·자사주 매입(22.9%) ▲이사 선임(8.6%) ▲분할 매각(8.6%) 등에 쏠려있다.

미국과 일본은 이사회 및 경영진(이사 해임, 이사회 이장의 독립성, 경영진 교체), 영업전략(전략 검토, 원가 절감) 등에도 행동주의 펀드가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한국은 ‘0건’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행동주의 캠페인이 집중되는 기업이 새롭게 선정되면 해당 기업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전망했다.

홍준혁 삼성증권 연구원은 “다양한 행동주의 펀드의 요구가 나타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며 “펀드 수익률에 도움이 되는 요구들은 최대주주 지분율이 취약한 기업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는 “배당 성향으로 주가를 상승시키는 것이 행동주의 펀드 입장에서는 가장 쉬운 수익률 제고 방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은경완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Top down’과 ‘Bottom up’ 2가지 관점으로 나눠 다음 행동주의 캠페인 대상 목표를 지목했다.

먼저 ‘Top down’에서는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지주회사 ▲상대적으로 성장성이 낮은 산업재·소비재 ▲잉여 현금흐름 대비 주주환원율이 낮은 소프트웨어 업종이 꼽혔다.

‘Bottom up’의 경우 ▲업종 평균 대비 밸류에이션과 배당성향이 낮은 기업 ▲과도한 현금 보유 또는 비영업용 부동산 자산 비중이 높은 기업, ▲자사주가 많은 기업 등을 제시했다.

은 연구위원은 “해당 경영진 입장에서는 지속가능경영과 함께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선제적 대응이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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