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펀드 공격 기업 2019년 8곳에서 2022년 47곳으로 증가
현금배당, 자사주 소각뿐 아니라 IR 인력 확보 등 다양한 제안 나와
최대주주 지분율 낮고 비영업자산 높은 기업 대상에 포함 가능성↑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행동주의 펀드와 소액투자자들의 주주권리 향상을 위한 각종 캠페인과 주주제안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행동주의 펀드와 소액투자자들의 주주권리 향상을 위한 각종 캠페인과 주주제안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뉴스퀘스트=김민수 기자】 배당금 확대,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 주주들의 권리를 높이는 행동주의 펀드 활동이 크게 늘고 있다.

3월 주주총회를 앞둔 국내 기업들이 행동주의 펀드가 내놓은 제안에 어떠한 답변을 내놓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일 증권가에 따르면 기업의 적극적인 주주 가치 제고에 개입하는 행동주의 캠페인은 전 세계적으로 열풍이 불고 있다.

삼성증권이 집계한 국가별 행동주의 펀드 공격 기업을 보면 우리나라는 2019년 8곳에서 2022년 47곳으로 약 5배 증가했다.

특히 행동주의 펀드가 목표로 삼은 기업의 주가는 상승세를 보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달 예정된 주주총회에서는 행동주의 펀드와 소액주주의 주주제안 활동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최효정 KB증권 연구원은 “ESG 행동주의 캠페인이 중장기적으로 기업가치 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다수 투자자들이 동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비공식 대화, 주주제안과 같은 가벼운 접근 방식보다 인수합병(M&A), 운영 전략변화 (자본 배분, 넷제로 목표 및 계획 수립 등), 이사진 교체 등 공격적인 캠페인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몇 가지 주요 사례를 보면 지난달 말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은 남양유업에 전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주주제안을 하고, 공개 캠페인을 전개했다.

차파트너스는 남양유업 측에 주총 안건으로 ▲자기주식 매입(주당 82만원에 공개매수 방식, 취득금액 1916억원) ▲감사 선임 ▲5:1 액면분할 ▲현금 배당(보통주 주당 2만원, 우선주 주당 2만 50원) 등을 상정할 것을 제안했다.

차파트너스 관계자는 “이번 주총의 주주제안에 그치는 게 아니라 향후에도 장기투자자로서 남양유업의 지속적인 발전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주주로서의 감시와 견제 역할을 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는 저평가된 국내 은행주들의 가치를 높이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은행주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KB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가나다 순) 등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에게 공개서한을 보내며 주주 환원률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최근 카카오와 하이브의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을 촉발시킨 장본인도 얼라인파트너스다. 얼라인파트너스는 이수만 SM 대주주의 불공정한 내부 거래 사실을 지적하면서 해당 계약 철회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행동주의 펀드 외 소액주주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온라인 필명 ‘주식농부’로 활동하고 있는 박영옥씨는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카페에 기업 12곳에 대한 주주제안 내용을 공유하면서 소액주주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

이날 기준 박씨가 주주제안을 한 기업은 ▲국보디자인 ▲넥센 ▲농심홀딩스 ▲동원개발 ▲디씨엠 ▲비아트론 ▲스카이라이프 ▲신라교역 ▲아이디스홀딩스 ▲태양 ▲한국경제TV ▲한국알콜 등이다.

주주제안 내용에는 자사주 소각·현금배당 등이 담겼고, 일부 기업에게는 M&A를 통한 신사업 확대(동원개발), IR팀 인력 채용 및 강화(넥센, 한국알콜)도 포함됐다.

박씨는 “대상 기업들은 하나같이 우량한 회사들이지만 그동안 주주환원이 미흡해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이러한 우량한 기업들에게 주주환원은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의지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KB증권은 이러한 행동주의 펀드와 소액주주의 환원 요구 대상이 되는 기업 요건으로 낮은 최대 지분율, 높은 비영업자산 비중, 높은 ROIC(투하자본이익률) 등을 꼽았다.

김민규 KB증권 연구원은 “행동주의 펀드가 요구하는 바를 관철시키기 위해 소수 주주의 의결권이나 압박을 결집할 필요가 있으며 최대주주 영향력이 낮을수록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잉여현금이 많거나 비핵심부문 사업의 운용 자산 비중이 큰 기업에게 특정 사업부문이나 자산매각을 통해 환원율을 높이라는 압박도 가능하기 때문에 비영업자산 비중이 높은 기업이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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