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매출 전년比 15.4% 감소, IT 수요 부진에 속수무책
고금리·인플레이션 계속...'파운드리 2위' 삼성도 먹구름

대만 TSMC는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이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대만 TSMC는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이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보민 기자 】 반도체 업계 전반에 번진 '실적 먹구름'이 현실화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가 지난 3월 부진한 매출 성적표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도 나홀로 질주를 이어왔지만, 반도체 한파가 거세지면서 타격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10일(현지시간) TSMC는 지난달 매출이 1454억1000대만달러(약 6조30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동기와 비교했을 때 15.4% 감소했다.

업계에 따르면 TSMC의 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줄어든 것은 2019년 5월 이후 처음이다. 전월과 비교해도 매출은 10.9% 쪼그라들었다.

1분기 총 매출은 5086억대만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보다 3%가량 증가했지만, 시장 전망치인 5255억대만달러를 하회한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TSMC가 2월까지 견조한 실적을 유지한 만큼 3월 매출이 영향을 끼쳤다고 보고 있다. 고금리와 인플레이션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파운드리 업계 강자까지 타격을 입은 셈이다.

블룸버그통신은 "글로벌 경기 침체로 TSMC 칩을 사용하는 많은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욕구가 줄어들었다"라며 그 예시로 주요 고객사인 애플의 사업 현황을 들었다. 

애플의 지난 1~3월 개인용 컴퓨터 출하량은 지난해 동기보다 40.5% 급감했다. 세계 PC 출하량이 29% 줄어든 상황 속, 다른 경쟁사에 비해 애플의 감소 폭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IT 전문 소식지 나인투파이브맥 또한 "실적만 가지고 판단하는 데 무리가 있지만, 애플의 사업 현황이 단서를 주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아이폰 최대 생산업체인 폭스콘의 실적이 최근 감소세로 돌아선 것도 IT 분야의 수요가 예전과 같지 않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TSMC 올해 3월과 전년 3월 매출 실적.  [사진=TSMC 홈페이지 갈무리]

이러한 업황을 고려했을 때 파운드리 기업들의 실적은 당분간 기지개를 켜기 어려울 전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글로벌 위기가 계속되고 있는 만큼 반도체 산업의 슬럼프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라며 TSMC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등 업계 강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를 뒤쫓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TSMC의 파운드리 점유율은 58.5%로 1위, 삼성전자는 15.8%로 2위에 올랐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1분기 매출 63조원과 영업이익 6000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동기보다 각각 19%, 95.75% 감소한 성적표를 받았다.

잠정 실적 특성상 사업별 세부 실적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메모리 분야가 가장 부진했을 것으로 보인다. 파운드리 역시 주문량 감소로 가동률이 하락했을 가능성이 크다.

한편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TSMC의 경우, 반도체 업황뿐만 아니라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격화되고 있어 더 고민이 깊은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미국은 반도체 보조금 조건에 '중국 내 생산 확대 제한'을 명시하는 등 공급망에서 사실상 중국을 배제하기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TSMC는 "받아들일 수 없는 몇 가지 조건이 있다"라고 말했고, 최근에는 미국 측과 협상에 돌입해 조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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