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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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퀘스트=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우리가 살면서 하나만 특출나게 잘해야 하는지 아니면 골고루 잘해야 하는지를 놓고 고민할 때가 많다.

학교 다니면서도 수학이나 과학 과목에서 특별한 성적을 받는게 좋은지 아니면 전체 과목 평균 성적이 높은 게 좋은지 고민하며, (대체로 학생들은 전체적으로 우수할 수는 없으므로 하나면 잘 하면 된다고 자기 위안을 삼는다) 직장에 들어가서는 소위 스페셜리스트가 될지 제너럴리스트가 될지에 대한 고민을 한 번쯤은 하게 된다.

물론, 대부분의 자기 계발 서적에서는 이것저것 잘하기보다는 하나만 파고들어서 잘해야지만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하기 때문에 우리는 그런 주장을 믿는 경향이 있다.

농구를 하는 우리 아이가 물어볼 때도 늘 고민이다.

슛도 돌파도 드리블도 또래 선수들 평균 정도를 하는데, 키도 농구 선수치고는 큰 편이 아니라 무엇에 중점을 두고 훈련을 해야할지 항상 고민이다.

많은 농구 코치들이 모두 다 잘하려 하지 말고 자기만의 장점을 특화시켜서 그 부분을 훈련하고 발전시켜 나가라고 조언을 주는데 과연 그러한 방법이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대학 농구부에 진학하는데 올바른 방법인지는 의문이 든다.

가장 선호하는 선수는 물론 BQ (Basketball IQ)가 높은 선수인데 이런 선수는 사실 흔하지 않아서 하나만 특화시키라고 한다.

실제로 농구는 키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스포츠이므로 키 큰 선수는 리바운드, 키 작은 선수는 멀리서 던지는 슛에 중점을 두게 마련이다.

그런데, 조금 전에 얘기한 것처럼 슛만 잘 들어가는 선수가 되면 좋은 학교 코치의 눈에 띄는 건지 아니면 모두 다 조금씩 했을 때 눈에 띄는 건지는 정확한 통계가 없으므로 알 수가 없다.

마치 아이의 성적표를 받았을 때, 95점 두 과목과 75점 두 과목이 있는 아이를 칭찬해야 하는 건지 아니면 85점 4과목이 있는 아이를 칭찬해야 하는 건지 헷갈리는 것처럼 말이다.

궁극적으로는 한 방면에 가진 모든 것을 쏟아 부어야지만 종국에는 성공을 했다고 말할 수 있지만 우리네 인생이 어디 그런가?

단계별로 누군가의 판단 하에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각 단계별로 판단하는 사람의 마음이 과연 스페셜리스트를 좋아하는지 아니면 제너럴리스트를 좋아하는지에 따라 위로 올라가는 속도가 달라질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일반적인 사람의 마음은 어떨까?

최근 씽킹 101 (Thinking 101, 이 책은 미국에서 2022년 9월에 출판되었으며 영문판을 번역하여 2023년 1월 한국에서 출판되었다)이라는 책을 펴낸 예일대학교 심리학과 안우경 교수가 2019년에 연구한 내용을 살펴보자. (Which grades are better, A’s and C’s, or all B’s? Effects of variability in grades on mock college admissions decisions)

부제에 붙은 바와 같이 대학 입학 허가를 내줄 때, GPA 시험에서 A와 C가 있는 학생과 모두 B를 맞은 학생 중 누구를 택할지에 관한 실험이었다.

물론 이 실험에서는 미국 대학입학시험에서 ‘열정’이라는 키워드를 진짜로 소중하게 생각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목적도 있는 실험이었는데 A와 C, 즉 과목별 변동폭이 큰 학생은 적어도 A혹은 A+을 맞는 과목에서는 상대적으로 뛰어난 열정을 보이고 있다는 가정이 있다.

아무튼 실제로 미국 각지에서 각 대학 입학 사정관 업무를 맡고 있는 사람들이 실제 실험에 입학사정관으로 참가하여 한 쪽은 점수의 변동 폭이 크며, 한 쪽은 모두 B를 맞은, 즉 점수 변동 폭이 적은 학생들 중 한 쪽을 선택하게 하였는데 약 76%가 점수 변동 폭이 적은 쪽을 택하였다. (대학원생들은 오히려 53%만이 변동 폭이 적은 학생을 선택하고 나머지는 변동 폭이 큰 쪽을 선택하여 통계적으로 차이가 없음을 보여주었다)

뿐만 아니라 B만 받은 학생들이 대학에서 더 공부를 열심히 할 것이고, 사회에 진출하여서도 훨씬 더 높은 지위에 많은 연봉을 받거나 전문직에 종사할 가능성 또한 클 것으로 예상했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에 대하여 안우경 교수는 좋은 일보다 나쁜 일이 우리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치는 ‘부정성 편향 (Negativity Bias)’ 때문이라고 얘기한다.

우리가 쇼핑몰에서 제품 후기를 볼 때, 그리고 좋은 식당을 찾아갈 때 식당에 대한 일반인들의 후기를 볼 때, 좋게 평가한 글보다 나쁘게 평가한 글에 대해 더 많은 영향을 받듯이 상대적으로 나빴던 학점이 있던 과목에 대한 부정적 기억이 입학사정관의 선택에 더욱 큰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다시 돌아와 그럼 당장 나는 우리 아들에게 뭐라고 해야 하나?

분명히 여러 코치님들은 슈터가 되라고 얘기를 할 것이다.

그런데, 아빠가 행동경제학자이지 않나.

그냥 조금씩 다 잘해야 한다고 얘기를 해 주고 있다.

한 경기에 20점씩 터뜨리더라도 드리블하거나 패스할 때 능숙하지 못해서 턴오버를 하는 것보다는 점수를 적게 넣더라도 드리블도 중상, 패스도 중상, 리바운드도 중상 정도하는 선수가 되라고 얘기하고 있다.

좋은 말로 올라운드 플레이어지만 딱히 특출난 부분도 없이 그냥 골고루 어느 정도 하는 선수가 되라고 말이다.

이제 고등학교 진학을 목표로 하는 아들에게는 고등학교 코치들의 ‘부정성 편향’의 대상이 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참고로, 혹시 이 글을 연차가 얼마되지 않은 직장인들이 읽는다면 어느 정도 지위에 오르기 전까지는 발톱을 숨기고 제너럴리스트로 살아가기를 권한다.

상사들의 ‘부정성 편향’을 고려한다면 그 편이 높은 평가를 받을 확률이 조금은 높지 않을까 싶다.

※ 필자소개 :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2000년대 초반부터 기업의 전략, 마케팅과 스포츠 마케팅, 공공부문의 정책입안 등 다양한 컨설팅 업무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컨설팅 결과가 인간의 심리나 행동을 잘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고민을 하던 중, 행동경제학자인 서울대 최승주교수와 빅데이터분석 권위자인 한양대 강형구 교수와 한국행동경제학연구소를 설립하였다.

이후 정부와 기업 대상 행동경제학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강연 및 행동경제학 관련 칼럼과 영상을 통해 행동경제학을 보다 알기 쉽게 전파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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