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퀘스트=정태성 행동경제학연구소 대표】 지역 주민의 숙원사업이 원희룡 국토부장관의 말 한마디에 날라갔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은 10년 이상 추진해, 이제야 겨우 시작된 사업이었는데, 국토부장관이 사업 전면 백지화를 선언함으로써 지역 주민들은 망연자실하게 되었다.

사실, 사업타당성 평가 결과가 높게 나온 것도 아니어서 겨우 2021년 예타를 통과하여 본격적인 사업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의혹을 제기하자마자 바로 사업을 백지화하겠다고 하는 것은 누가 봐도 위험한 발언이자 행동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것이 장관을 지지하는 입장이라면 용기있고 소신있는 결단일 수도 있겠다.

고속도로 종점이 현재 영부인 일가가 가지고 있는 땅으로 바뀌었다며 의혹을 강하게 제기한 야당에 대해 의혹을 해명할 상세한 내용을 가지고 대응하는게 아니라, ‘말도 안되는 의혹을 제기한다면 아예 사업을 안하겠다’라고 천명하는 장관의 대응은 과연 어떻게 나오게 된 것일까?

여기서 ‘의혹이 사실이다. 아니다.’라고 얘기하는 것은 내 능력을 넘어선 일이므로 철저하게 왜 그런 자세를 보이는지에 관해서만 얘기해보고자 한다.

개인적인 견해를 전제로 게임이론 관점에서 이를 다시 들여다 보자.

기본적으로 행정부의 정책에 대해서 여당과 대통령과 행정부는 뜻을 같이 하기 때문에 야당은 국정감사 등을 통해 행정부에게 비판의 목소리를 공식적으로 낼 수 있다.

그런 연유로 실제 국정감사의 현장에서 야당은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 질타를 하게 되고, 행정부의 관료들은 여기에 대해 겸손하게 응대하는 것이 우리가 보아 왔던 모습이다.

그렇다고, 갑을 관계인가? 전혀 그렇지 않다.

야당은 자신들이 정부에 대해서 질타를 했다는 것으로 충분히 자기의 위신을 세우고자 하는 기본 목적을 달성하였기 때문에, 그렇게 위신을 세워 준 여당과 행정부에 대해서도 타협을 할 수가 있다.

이는 게임이론 관점에서 협력으로 가기 위한 하나의 수순이다.

그런데, 최근 윤석열 정부가 집권한 이후에는 이러한 모습이 사뭇 달라졌다.

몇몇 장관들은 야당의 질의 혹은 질책에 대해서 그보다 더 높은 수위로 응대를 함으로써 아예 고성이 오고가는 장면을 연출한다.

게임의 협상에 응하는 하나의 방법일 수도 있겠으나, 이러한 방법이 협력으로 진행되기 보다는 대립과 갈등으로 진행되는 모습이 많이 보인다.

물론, 워낙 똑똑하신 분이니 의도한 바라고 보여진다.

자신의 모습을 강력하게 각인시킴으로써 행정부 관료가 아닌 정치권에서 유권자들에게 자신의 지지기반을 다지는 행위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여-야 라는 양자 간 게임에서 그런 모습을 보인다고 생각하는데, 문제는 그 분들이 현재 직책이 정치인이 아니라 행정각료라는 데에 있다.

그러면 정책을 집행하는 행정부와 정책을 입안하는 야당과의 양자 간 게임이지 정치인과 정치인 집단의 게임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을 위한 정책에서는 협력게임으로 나아가야지, 갈등 게임으로 나아가면 안된다.

협력에 관한 게임 중에서 신뢰 게임 (Trust game)이라고 있다.

사람들은 보통 상호주의 관점에서 상대방이 좋은 의도를 가졌다고 판단하면 긍정적인 보상을 하고자 하고, 나쁜 의도를 가졌다고 판단하면 부정적인 보상을 하고자 하는데 이를 알아보고자 하는 게임이다.

신뢰 게임에서 A라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이 사람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돈 중 일부를 B사람에게 주고, B는 다시 A에게 총액의 얼마를 나눠주는 게임이다.

그런데, 여기에 투자라는 개념이 들어가서 둘 다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장치가 개입되었을 때, 과연 어떤 행동을 보이는지 더욱 흥미롭게 관찰할 수 있다.

예를 들면, A와 B 모두에게 10만원을 나눠준다.

그리고, A는 B에게 x만원을 “투자”하게 된다.

그러면 게임 진행자는 투자금액의 3배인 3x를 B에게 주고, B는 자신이 받은 총 금액의 일부를 A에게 임의로 배분한다.

예를 들면 더욱 쉽다.

이 게임에서 A가 만약 B를 전적으로 신뢰한다면, 즉 “B는 나에게 공평하게 반반씩 나누겠지”라고 생각한다면, A는 10만원 전부를 주고, B는 10만원의 3배인 30만원을 획득하게 되며, 이후 B는 자신이 가지고 있던 10만원을 합하여 총 40만원이라는 금액 중 반을 A에게 돌려줄 수 있는데, 이러면 결과적으로 각각 20만원씩 가지게 될 수 있다. (이를 파레토 최적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상호신뢰가 아닌 상호불신의 관계라 생각해보자.

그렇다면 A는 B에게 어떠한 돈도 건네지 않을 것이며 그렇다면 원래 그대로 양쪽 모두 10만원을 소유하게 된다.

이 게임에서는 서로 신뢰가 조금이라도 있어서 A가 B에게 돈을 조금이라도 건네면 무조건 이익이 발생하게 되며, B가 A에게 원금인 10만원 이상만 보존하게 해줘도 모두가 이익인 상황에 놓여지게 되는데 과연 현실에서는 어떨까?

신뢰가 없으면 그냥 현재 상태로 계속 치닫게 될 수도 있다. 정책의 이득은 국민에게 향한다고 생각한다면 신뢰를 조금이라도 가지고 협력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

추가적으로, 게임이론 용어 중 ‘백워드 인덕션 (Backward induction)’이라는 용어가 있다.

이는 상대편이 현재 하는 말을 믿기 보다는 미래 상대가 어떻게 할지 예측하고, 이를 역방향으로 (Backward) 추산하여 현재의 행동을 결정한다는 의미이다.

아마도 현 장관들은 야당이 현재 의혹을 제기하고, 며칠 후 아니면 몇 달 후 어떤 행동을 보일지 미리 떠올려 본 후, ‘비협조’라는 방침을 정한 후에 ‘전면 백지화’라는 현재의 행동을 했을지 모른다.

백워드 인덕션 전략으로 말이다. 

※ 필자소개 :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정태성 한국행동경제연구소 대표

2000년대 초반부터 기업의 전략, 마케팅과 스포츠 마케팅, 공공부문의 정책입안 등 다양한 컨설팅 업무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컨설팅 결과가 인간의 심리나 행동을 잘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는 고민을 하던 중, 행동경제학자인 서울대 최승주교수와 빅데이터분석 권위자인 한양대 강형구 교수와 한국행동경제학연구소를 설립하였다.

이후 정부와 기업 대상 행동경제학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으며, 한편으로는 강연 및 행동경제학 관련 칼럼과 영상을 통해 행동경제학을 보다 알기 쉽게 전파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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