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주택담보대출, 2020년 2월 이후 최대 증가폭 기록
금융당국, “부동산 투기 수요 과열로 볼 단계는 아니다”
기업대출 증가폭 줄어들고, 정기예금 등 은행 수신 늘고 있어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 자료에 따르면 6월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은 석 달 연속 상승세를 보이면서 1062조 3000억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 자료에 따르면 6월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석 달 연속 상승세를 보이면서 1062조 3000억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가계대출 잔액 증가는 주택담보대출 증가세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전세 매물 등 부동산 매물 정보가 게시된 모습. [사진=연합뉴스]

【뉴스퀘스트=김민수 기자】 한국 경제의 시한폭탄처럼 여겨지는 은행 가계대출 잔액이 3개월 연속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아파트 입주 물량이 증가하면서 늘어난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가계 부채 문제가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은 주택시장 투기 수요로 인한 과열까지 우려할 단계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1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시장 동향’ 자료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정책모기지론 포함) 잔액은 6월 말 기준 1062조 3000억원으로 한 달 사이 5조 9000억원 증가했다.

지난 5월 가계대출 잔액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6월에 가계대출 잔액이 더 늘면서 또 한 번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올해 들어 전달 대비 은행권 가계대출은 지난 3월까지 감소세를 보였다. 이후 4월(2조 3000억원), 5월(4조 2000억원), 6월(5조 9000억원) 등 석 달 연속 상승했다.

특히 6월 가계대출 증가 폭은 2021년 9월(6조 4000억원) 이후 1년 9개월 만에 가장 컸던 것으로 집계됐다.

이러한 가계대출 잔액 증가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요인은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이다.

6월 은행 주담대는 주택구입 관련 자금 수요 확대, 입주 물량 증가, 전세자금대출 증가 전환 등으로 약 7조원 늘어났다.

증가 폭만 보자면 2020년 2월(7조 8000억원) 이후 약 3년 4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주담대도 올해 들어 2월(-3000억원) 감소한 것을 제외하면 3월(2조 3000억원), 4월(2조 8000억원), 5월(4조 2000억원), 6월(7조원) 등 4개월 연속 상승했다.

주담대 중 전세자금대출의 경우 4월(-1조 7000억원)과 5월(-6000억원)까지 7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다가 6월(1000억원) 증가세로 전환했다.

다만,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6월(-1조 1000억원)에도 감소하면서 2021년 11월(5000억원) 이후 19개월째 감소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윤옥자 한국은행 시장총괄팀 차장은 “특례보금자리론 공급,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 등이 더해져서 작년에 부진했던 주택 거래량이 연초부터 늘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주택거래량 증가는 2∼3개월 시차를 두고 은행 주담대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다만, 과거에는 은행 신용대출, 비은행 주담대 등이 함께 늘어났지만 아직은 이러한 동반 증가세가 나타나고 있지는 않다”고 분석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가 발표한 ‘6월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은행권과 제2금융권을 포함한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지난달 3조 5000억원 늘면서 3개월 연속 증가했다.

대출항목별로는 주택담보대출이 6조 4000억원 늘어 잔액 증가 폭이 4개월째 확대했다.

5월 주택담보대출 증가 폭이 3조 6000억원이었다는 점을 6월 잔액 증가 폭이 꽤 늘어났다는 사실을 엿볼 수 있다.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2조 9000억원 감소했다.

업권별로 보면 은행권 가계대출은 5조 9000억원 증가해 3개월째 증가세를 유지한 반면에 제2금융권은 2조 4000억원 감소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권 주담대 증가가 늘어난 원인은 주택구입 목적의 대출이 증가한 이유도 있지만, 전세보증금 반환·생계자금 등 주택구입 이외 목적의 대출 비중도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에 따라 가계대출 증가세가 주택시장 투기수요로 인한 과열을 우려할 수준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현재 금융당국은 가계대출 증가세를 지속해서 모니터링하고, 필요할 경우 가계대출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예금은행의 6월 말 기업대출 잔액은 가계대출 잔액과 조금 다른 양상을 보였다.

6월 말 기업대출 잔액(1210조 1000억원)도 한 달 새 5조 5000억원 늘었지만, 증가 규모는 4월(7조 5000억원), 5월(7조 8000억원)보다 줄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대출이 각각 2조 4000억원, 3조 1000억원(개인사업자 2000억원 포함)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 외 예금은행의 6월 말 수신(예금) 잔액은 2251조 5000억원으로 5월 말(38조 4000억원)보다 늘어났다.

세부 항목을 보면 수시입출식예금은 분기 말 재무비율 관리 등을 위한 법인자금 유입 등으로 37조 1000억원 늘어나 2020년 2월(38조 6000억원) 이후 최대 증가 폭을 보였다.

정기예금도 예금금리 상승 등으로 가계·기업 자금이 유입되면서 4조 4000억원 늘어 2개월째 증가세를 기록했다. 증가 폭은 5월(10조 5000억원)보다 훨씬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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